'교통공사 고용세습' '태양광 담합'에 뿔난 대학생들, 대자보로 박 시장 풍자
  • ▲ 29일 현재 한국외대 교내 게시판에 붙은 '서울교통공사 채용비리 의혹' 규탄 대자보.ⓒ한대포 제공
    ▲ 29일 현재 한국외대 교내 게시판에 붙은 '서울교통공사 채용비리 의혹' 규탄 대자보.ⓒ한대포 제공

    "시장님이 무슨 짓을 해도 우리는 당신을 사랑합니다."

    최근 대학가에 동시다발적으로 붙은 대자보의 카피들이다. 박원순 시장을 두고 하는 말이다. 진짜 구애(求愛)는 아니다. 방점은 "무슨 짓을 해도"에 찍힌다. "박 시장을 사랑한다"는 카피 아래로, 학생들은 "독서실에서, 공시촌에서 청춘을 바쳐가며 공부한 우리가 귀족노조에 의해 조롱거리가 됐다"며 울분을 토한다. 서울시 국정감사 과정에서 노출된 서울교통공사 고용세습 의혹에 대한 분노를 표하는 대자보들이다. 

    29일 현재 고려대, 경희대, 연세대, 한국외대, 홍익대 등에 대자보가 붙었다. 한국대학생포럼(이하 한대포)이 주도하고 있다. 채용담합 의혹과 서울시와 박 시장을 규탄하는 대자보들이다. 

    이들은 대자보 속 성명에서 "한 청년의 안타까운 죽음으로 형성된 사회적 공감대를, 자신들의 기득권 확보에 이용했다"며 "청년팔이, 비정규직팔이로 더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들겠다는 약속은 소수의 귀족노조만을 위한 약속이었다"고 규탄했다.

    "청년의 꿈 농락한 공사 채용비리 조사해야"

    이어 "직원 가족에 대한 노조의 입사 독려가 있었다는 내부 증언과 관련 자격도 갖추지 않은 통진당 출신 인사들을 민노총에서 기획 입사시켰다는 의혹이 제기되며 문제는 더 커지고 있다"며 "청년의 꿈을 농락하고, 국민의 신뢰를 저버린 서울교통공사 채용비리에 대한 국회 차원의 국정조사, 감사원의 감사가 필요하다"고 했다.

    한대포 소속 학생들이 각 대학교에 붙인 규탄 대자보에는 성명 외에 현 세태를 풍자하는 각종 글도 볼 수 있었다. "교통공사 노조가 경영진 목까지 졸라 얻은 결과, 직원 자녀와 형제·배우자들이 대거 합격했다", "민간기업 고용세습 유지한 13곳 중 9곳이 민노총 소속, 누가 이 나라를 망치는가" 등이다.

  • ▲ 서울 시내 고려대, 경희대, 연세대, 한국외대, 홍익대 등에 붙은 '서울교통공사 채용비리 의혹' 규탄 성명 및 대자보 일부 내용.ⓒ한대포 제공
    ▲ 서울 시내 고려대, 경희대, 연세대, 한국외대, 홍익대 등에 붙은 '서울교통공사 채용비리 의혹' 규탄 성명 및 대자보 일부 내용.ⓒ한대포 제공

    풍자와 비아냥의 대상 된 박원순 서울시장

    젊은이들의 실망과 분노의 강도를 반영하듯, 박원순 시장에 풍자와 비아냥도 수위가 세다. 

    "시장님이 서울교통공사·민노총과 손잡아 대규모 채용담합 벌인 건 알지만, 그래도 우리는 여전히 시장님을 사랑합니다." 

    "시장님이 서울시 오신 후 행복 잘 날이 없습니다". 

    "태양광·교통공사 등 부정부패가 판쳐도 우린 신경쓰지 않고 시장님을 사랑합니다."

    한대포는 "노동자들의 담합으로 인한 고용세습 채용 배경에는 비정규직의 정규직화가 있었다. 비정규직이 열악한 환경에 있다고 해서 그를 무조건 없앤다는 것은 유치원생들이나 내놓을 법한 해결책"이라고 꼬집었다.

    이들은 "결국 비용을 늘려 효율을 심각하게 떨어뜨리고 신규 고용을 축소하는 결과를 낳을 뿐"이라며 "이번 기득권들의 노동 담합으로 인한 고용세습 문제 등을 해결하려면 정규직에 관한 노동유연성이 확보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대포는 정부를 향해서도 강한 대응책을 주문하고 나섰다. 이들은 "정부가 강원랜드 채용비리 사건 때 부정합격한 226명 전원을 면직하고, 그 중 198명에 대한 채용을 취소한 단호함을 보여줬던 것처럼, 이번 사태에도 엄격한 잣대를 세워줄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