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진국 의원 "해외출장 성희롱 알고도 가해자와 다시 출장… 피해자 스스로 세상 등져"
  •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미국 유학 중인 딸과 함께 있고 싶은 마음에 한국 들어와 한국거래소 취직하라고 한 것 후회한다. 직장 내 성희롱과 괴롭힘을 당한 우리 아이는 우울증약을 먹고 있었고 쉬려고 했지만 이마저도 막았다." 

    한국거래소에서 근무하며 성희롱과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한 피해자 아버지가 26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 나와 꺼낸 말이다. 아버지는 이날 이제는 만날 수 없는 딸의 이름 석 자를 부르며 고인의 명예회복과 가해자 처벌을 호소했다. 

    이날 오후 환노위 국감에 피해자 아버지 김영수 씨가 국감장에 섰다. 문진국 자유한국당(비례대표)의원이 김영수 씨를 증인으로 불렀고, 같은 당 임이자 의원이 상황의 심각성을 고려해 자신의 질의 시간을 김영수 씨에게 할애했다. 

    상사가 샤워 가운만 입은 채 방으로 불러

    이 사건은 문진국 의원을 통해 알려졌다. 문 의원에 따르면 지난 2012년 일본 동경 출장 중 가해자인 직장 상사가 샤워 가운만 입은 채 피해자를 호텔방에 불러 성적 농담을 하는 등 성희롱을 가했다. 피해자는 이 사실을 회사에 고발했지만, 오히려 직장 내 왕따 등 2차 피해로 돌아왔다. 

    문진국 의원에 따르면 한국거래소는 성희롱 사실을 알면서도 2014년 가해자와 피해자를 동반출장 보냈다. 피해자는 가해자와의 동반출장을 거부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극심한 우울증에 시달리던 피해자는 자살위험이 있어 3개월 간의 휴직이 필요하다는 진단서를 받았지만, 한국거래소는 휴직을 거부했다. 그리고 한달 뒤 피해 여성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것이다.

    문 의원은 "휴직을 받고 제대로 치료를 했다면 극단적인 선택을 막을 수 있었다"며 "명백한 취업규칙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한국거래소가 산업재해에 대해서도 협조하지 않았다는 지적도 있었다. 문 의원은 "한국거래소 감사팀장은 산재보상 등을 문제없이 처리해줄테니 노무사를 고용하지 말라 하더니, 협조를 안 했다"며 "결국 피해자 아버지가 직접 노무사를 선임하고 백방으로 뛰어서 업무상 사유로 산재승인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개인의 힘으로 처리할 수 없게 되자, 피해자 아버지는 직접 국감장에 선 것이다. 

    피해자 아버지가 직접 국감장에 서

    피해자 아버지인 김영수 씨는 딸의 사망 이후에도 명예훼손이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김영수씨는 "가해자들은 거대한 회사가 자신들은 비호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사과가 일체 없는 상태"라며 "재판과정에서도 문답형 스토리를 짜고 오직 재판에서 이기려고 명예훼손을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해외 출장에서 일어난 성희롱을 신고했더니 묵살했고, 또 다른 피해를 줄 수 있는 동반출장을 계획했다"며 "우리 애를 (휴직 거부하고) 놔뒀다가 사고가 났는데 가해자는 한 번에 50일 휴가를 받아 3개월 동안 회사를 나오지 않아도 회사에서 월급을 지급했다"고 설명했다. 

    김 씨는 "우리는 아이를 위해 밝힐 건 밝혀야 한다"며 "우리 부부는 아이를 보호하지 못하고 입사를 종용했다는 죄책감으로 사는데 회사가 하는 것은 사자에 대한 명예훼손뿐"이라며 "고인의 명예를 회복하고 유족에 대한 진정한 사과를 하고 우리 애 같은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재발방지 약속을 꼭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일벌백계하고 시정 조처해달라"며 "집사람은 지금도 살아도 살아 있는 게 아니라고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새 이사장은 내가 있을 때 발생한 사건이 아닌데 왜 내가 책임지냐고 하며 유족면담 자체를 거부하고 있다"며 "회사 법무팀은 법의 사각지대를 이용, 법도 아닌 성희롱 매뉴얼로 처리하면서 노동청에 과태료도 내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김영수 씨는 마지막으로 고인이 된 딸에게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OO아 네가 유학 가기 전에 서울 호텔에서 자곤 했는데, 세월이 가서 너가 없는 국회의사당 앞에서 먹고 자니까 생각이 많이 난다. 이제 아빠는 할 거 다 했다. 이제 조금 쉴 거다."

    김학용 환노위 위원장은(자유한국당 소속) "물론 상대방 이야기를 들어봐야겠지만, 상당히 억울한 측면이 많은 것 같다"며 "회의가 끝나더라도 여야 간사들과 상의해서 국회 차원에서 제대로 밝히겠다"고 했다.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 역시 "직장 내 성희롱에 대해서는 너무 처절하게 느끼고 있다"며 "억울한 일 없도록 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