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기자 취재불허' 파문 커지자 의견 듣는 자리 마련… '코드' 안맞는 사람들 배제해
  • ▲ 조명균 통일부 장관이 15일 판문점 남측 평화의집에서 열린 남북고위급회담을 마친 뒤 브리핑을 하고 있다. @ 연합
    ▲ 조명균 통일부 장관이 15일 판문점 남측 평화의집에서 열린 남북고위급회담을 마친 뒤 브리핑을 하고 있다. @ 연합
    통일부가 탈북민 기자의 남북고위급회담 취재 불허 관련 간담회를 열면서, 사건 당사자와 문제를 제기한 탈북자 단체 관계자들을 배제해 논란이 일고 있다.

    통일부는 탈북민 기자의 취재 불허 사건과 관련해 지난 23일 “탈북자 단체장과 24일 오찬 간담회를 가질 예정”이라고 밝혔다. 통일부는 “관련 건 등에 대한 탈북자들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탈북자 단체 측에 간담회를 제안했다”고 설명했다. 간담회는 조명균 통일부 장관이 주재했다. 

    확인 결과 조명균 통일부 장관과 만나기로 한 탈북자 단체 관계자들은 과거 문재인 대통령지지 선언을 했던 사람들로 드러났다. 논란의 당사자인 조선일보 김명성 기자, 그리고 김 기자의 취재 불허를 문제 삼은 ‘북한민주화위원회’, ‘자유북한운동연합’, ‘자유북한방송’ 등은 제외됐다. 통일부 측은 “조명균 장관과 면담하는 탈북자 단체 선정은 회원 수가 많은 단체부터 정했다”고 설명했다. 

    코드 맞는 탈북자들만 골랐나?

    허광일 북한민주화위원회 위원장은 통일부의 간담회 소식을 듣고 “조명균 장관은 통일부 지원을 받고 있거나 현 정권과 코드가 맞는 일부 탈북자만을 초청해, 마치 탈북자 전체를 대표하는 단체장들로부터 의견을 수렴하는 것처럼 보이려 쇼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허광일 위원장은 “탈북자 단체장 대다수는 조명균 장관과의 면담에 응하지 않을 것”이라며 “북한인권단체연합 참여 단체는 물론 문재인 정권에 반대하는 시민사회단체와 함께 조명균 장관 퇴진 운동을 본격적으로 벌여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자유북한운동연합을 이끌고 있는 박상학 북한인권단체총연합 상임대표는 탈북자 단체 초청 기준에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통일부는 단체 회원 수에 따라 간담회 참석 단체를 선정했다고 하는데, 탈북자 단체 20여 곳이 모인 북한인권단체연합보다 회원 수가 더 많은 곳은 북한 노동당뿐일 것”이라며 통일부의 주장을 반박했다.

    박상학 대표는 이어 “통일부가 자기네 성향에 맞는 일부 탈북자를 초청해 이번 사건(탈북자 기자 취재 불허)을 조용히 덮어 보려는 것 같다”면서 “이는 탈북자를 무시하는 차별임과 동시에 탈북자 사회를 분열시키려는 질 나쁜 시도”라고 비판했다. 사건 당사자인 김명성 기자는 통일부로부터 어떤 요청도 받은 적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회원수 많은 순서대로 정했다는데… 

  • ▲ 북한인권단체연합 내 10여 개 단체들이 참여한 '탈북기자 차별사건 비상대책본부'는 17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 북한인권단체연합 내 10여 개 단체들이 참여한 '탈북기자 차별사건 비상대책본부'는 17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조명균 장관의 탈북민 차별행위를 중단하고 즉각 사퇴할 것"을 촉구했다. ⓒ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김성민 자유북한방송 대표는 “통일부에 탈북민 기자 차별 문제를 제기한 단체는 배제하고 열리는 ‘탈북자 간담회’는 탈북민 단체들의 연대를 무너뜨리기 위한 비열한 반칙”이라며 “탈북민에 대해 편견을 가진 조명균 장관에게는 통일부 장관 자격이 없으니 즉각 물러나야 한다는 것이 탈북자 사회의 요구”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탈북자 단체장들은 탈북자들을 차별하는 조명균 장관과는 절대 마주 앉을 일이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탈북자들과 대한민국 분열시키려는 의도”

    탈북자 단체장들이 장관 퇴진까지 요구하게 된 사건은 지난 10월 15일에 일어났다. 통일부 출입기자단인 김명성 기자는 이날 판문점에서 열리는 남북 고위급 회담에 풀(Pool) 기자로 취재를 하기로 돼 있었다. 당시 통일부 관계자는 “별일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가 회담 개최 1시간 전에 갑자기 김 기자의 취재를 불허했다.

    당시 통일부 관계자는 “좁은 공간에서 회담이 열리는데, 활발한 활동을 한 김명성 기자는 널리 알려졌으니, 언론의 취재를 제한한다기 보다는 그런 ‘특수한 상황’에서 필요한 조치라고 판단했다”는 설명을 내놨다. 통일부 관계자는 김 기자가 탈북자라서 또는 신변 안전 때문에 취재가 불허된 것이냐는 질문에 “아니다”라고 답했다. 

    이 같은 소식이 알려지자 탈북자 사회는 통일부를 강하게 비판했다. 사건 이튿날인 지난 16일에는 주요 탈북단체장들이 긴급대책회의를 갖고 ‘탈북기자 차별사건 비상대책본부’를 결성했고, 17일에는 국회 정론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탈북자 차별을 중단하고 즉각 사퇴하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