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정규직화를 무임승차라고 손가락질 하나"… 감사원 감사청구 당일에 여론전
  • ▲ 박원순 서울시장이 18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서울시 국정감사에 참석해 질의에 답하고 있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박원순 서울시장이 18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서울시 국정감사에 참석해 질의에 답하고 있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박원순 서울시장이 23일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무임승차라고 손가락질 할 수 있나"라고 지적했다. 박 시장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는 구의역 사고 김 군이 목숨과 맞바꿔 우리 사회에 던진 메시지"라며 이같이 말했다.

    박 시장이 페이스북에 글을 쓴 날은 서울시가 서울교통공사 친인척 채용비리 의혹에 대해 감사원 감사를 청구한 날이다. 현재 박 시장은 자유한국당 등 야당으로부터 "채용비리 의혹에 시장직을 걸라"는 압박을 받고 있다. 박 시장의 글 역시 채용비리 의혹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란 분석이다. 특히 그가 구의역 사고로 숨진 김 군의 사연을 들어 비정규직 정규직화의 당위성을 강조하는 것은 여론전을 통해 '비정규직 차별'이라는 프레임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공공기관 채용비리에 '비정규직 차별화'로 응수

    박 시장은 공공기관 비정규직과 관련해 "위험의 외주화, 공공영역을 자본에 맡길수록 개인의 위험은 높아진다"고 주장했다. 그는 "김 군은 컵라면이 든 가방을 방 한구석에 던져놓고 쪽잠을 자다 달려나가는 일상을 반복했다. 열악한 노동환경에도 자신이 다니던 회사가 서울메트로의 자회사로 전환되면 공기업 직원이 될 수 있다는 희망을 품고 정규직이 되기 위해 몸을 사리지 않고 노력했다"며 "우리 사회가 그런 젊음에게 무임승차라고 손가락질 할 수 있나"라고 반문했다. 

    박 시장은 "비용을 절감하고 책임을 지지 않기 위해 누군가를 벼랑 끝으로 모는 사회가 우리가 원하는 사회인가. 우리 청년들에게 '너는 비정규직으로 들어왔으니 위험한 일을 하고, 불평등한 대우를 받고, 끝까지 비정규직으로 일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하시겠습니까"라며 "그런 사회를 물려주시겠습니까"라고 거듭 되물었다.

    박 시장은 2012년부터 올해까지 서울교통공사 1천288명을 비롯해 1만835명을 정규직 전환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이후 공공기관 비정규직 제로 시대를 열겠다고 천명했다"며 "서울시는 문재인 정부의 기조에 발맞춰 노동 차별 철폐에 박차를 가해 정규직 전환 인원 1만 명을 돌파했다"고 밝혔다.

    이어 "사회가 나아가는 길에는 부침이 있기 마련이다"라며 "어디서 무슨 일을 하든지 땀 흘린 만큼 정당한 대우를 받고, 성실하게 일하며 더 나은 내일을 설계할 수 있는 세상, 사람 우선의 노동조건을 보장하는 노동환경을 만들기 위해 서울시는 더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한국당 겨냥 "비정규직 해결하려 노력해본 적 있나"

    박 시장은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를 받은 다음 날인 지난 20일에도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만드는 일은 오히려 청년에게 희망을 주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서울교통공사 등 공공기관의 대규모 채용비리가 청년들에게 좌절감을 줬다는 야당 의원들 지적에 따른 것이다.

    박 시장은 "비정규직이 정규직으로 전환된다고 해서 기존의 공채 정원이 줄어드는 것이 아니다"며 "오히려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원래의 자리로 되돌려 놓음으로써 젊은이들이 비정규직의 설움이 아닌 정규직의 당당함으로, 사회 첫발을 내디딜 수 있는 길은 더욱 넓어지는 것"이라고 했다.

    박 시장은 자유한국당을 겨냥해선 "구의역 김 군과 같은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진지한 노력을 한 적이 있느냐"고 비판했다. 그는 "한국당은 서울시가 젊은이들의 일자리를 도둑질했다고, 청년 취준생들의 마음에 큰 상처를 입혔다고 한다. 급기야 제1야당의 원내대표가 신성한 국감장을 시위현장으로 만들기도 했다"며 "비정규직 차별을 정당화하고, 을과 을의 싸움을 조장하는 모습에 매우 유감"이라고 적었다.

    바른미래당 "박원순, 부끄럼 없이 논점 왜곡"

    반면 야당은 박 시장이 '비정규직 차별에 대한 정당화'로 물타기 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바른미래당 이종철 대변인은 논평에서 "박 시장은 추호의 부끄러움도 없이 논점을 왜곡하고 대중을 기만하고 있다"며 "이렇게 호소력 짙은 말을 하기도 쉽지 않을 것이고, 이렇게 뻔뻔스럽게 거짓말 잔치를 하기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 대변인은 을과 을의 싸움을 조장하는 것이란 박원순 시장 주장에는 "지금 국민이 분노하는 것은 비리와 반칙, 특혜가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것을 바로잡자고 목소리 높이는 게 (어떻게) 을과 을의 싸움을 조장하는 행위인가"라고 따져 물었다. 이어 "박 시장은 책임을 통감하고 문제를 바로잡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 그것이 정의로운 것이기 때문"이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