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세습' 국면 전환용인 듯… 남북관계 개선 늦춰지자 속도 냈을 것
  • 문재인 대통령이 23일 국무회의에 참석한 모습. ⓒ청와대 제공
    ▲ 문재인 대통령이 23일 국무회의에 참석한 모습.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이 23일 오후 평양공동선언·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분야합의서를 비준했다. 이날 오전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평양공동선언과 군사분야 합의서를 심의·의결을 거쳤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오전 국무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평양공동선언의 비준 심사를 언급하면서 "남북 관계의 발전과 군사적 긴장 완화는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더 쉽게 만들어 촉진시키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고용세습' 문제에 대해서는 이렇다 할 언급을 하지 않았다. 야권의 공세에 무대응으로 일관하면서 남북관계 진전에 대한 여론 형성에 안간힘을 쓰는 모습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우리 국민들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는 길일뿐만 아니라 한반도 위기 요인을 없애 우리 경제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며 "무엇보다도 그동안 불이익을 받아왔던 접경 지역 주민들에게 가장 먼저 혜택이 돌아갈 것"이라고 했다.

    이어 문재인 대통령은 "해외순방 때마다 우리나라의 위상이 매우 높아졌다는 실감을 하게 된다. 많은 나라들이 방문 또는 정상회담을 요청해왔지만 일정의 한계 때문에 모두 수용하기가 어려웠다"며 "그러나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프랑스와 영국을 비롯한 주요국들을 방문하거나 개별 정상회담을 통해 양국 관계 발전 방안뿐만 아니라 우리 정부가 추진 중인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대한 폭넓은 지지를 확보 할 수 있었다"고 언급했다.

    늦춰지는 남북관계, 속도 끌어올리려는 의도

    이같은 문재인 대통령의 언급은 남북관계에 있어 속도를 더하기 위함으로 해석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앞서 지난 13일부터 21일까지 7박 9일 일정의 유럽순방에서 '대북제재 완화'를 언급했다. 이는 9월 평양공동선언의 여세를 몰아 종전선언 등을 못박기 위한 것으로 보였다. 이때까지만 해도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미북정상회담이) 중간선거 이후인 11월 중순에 열릴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이 유럽순방을 다니는 동안 상황이 바뀌었다. 유럽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만난 국가의 정상들은 오히려 완전하고 검증가능하고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를 선결조건으로 언급하는 등 입장차를 드러냈다.

    같은 시각 비핵화를 논의할 핵심 당사자인 미국과 북한 역시 대화 테이블에서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 이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차 미북정상회담에 대해 "서두르지 마라, 다 잘될 것"이라며 속도조절을 언급했고, 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대통령은 김정은을 새해 1월 1일 이후에 다시 만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러자 곧바로 평양남북공동선언 비준을 심의한 것이다.

    판문점선언과 달리 국회 비준절차 생략

    이번 평양남북공동선언과 군사분야합의서의 비준이 지난 4월 남북이 합의한 판문점선언과는 달리 국회의 요구하지 않았다는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 4월 판문점선언을 하기 전인 지난 3월에도 판문점선언이 이뤄질 경우, 국회의 동의를 얻을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세웠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지난 3월 21일 "문재인 대통령이 남북정상회담에서 합의한 내용을 제도화해야 한다고 했다"며 "그래야 정치상황이 바뀌더라도 합의내용이 영속적으로 추진된다"고 했다.

    이런 취지에서 본다면 9월 평양남북선언은 물론 군사합의서 역시 비준절차가 필요하다. 하지만 이번에는 국무회의를 통해 곧바로 심의·의결됐다.

    여기에는 그간 야당의 반발속에 판문점선언의 국회 비준이 잘 이뤄지지 않은 점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판문점선언의 국회비준이 이뤄지지 않았는데 후속협상인 평양남북공동선언 등을 국회와의 협의 테이블에 올려놓기는 부담스러웠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아울러 국정감사에서 최근 야당인 자유한국당이 '고용세습' 등으로 공세를 펴는 상황도 문재인 정부에는 부담스러운 부분이다. 실제 문재인 대통령은 같은 자리에서 '고용세습' 관련 문제에 대해서는 언급을 하지 않았다.

    야당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자유한국당 윤영석 수석대변인은 "문재인 정부의 아전인수격 법 해석에 경악을 금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윤영석 수석대변인은 "평양공동선언은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부속합의서 성격을 가지기 때문에 판문점선언에 대한 국회의 비준논의가 마무리된 후 국회의 비준절차를 밟아야 마땅하다"며 " 자유한국당은 문재인정부가 굴종적인 대북 정책에 경도되어 국회와의 협치마저 포기하고 불통과 독선으로 일관하고 있는 것을 개탄하며 향후 이에 따른 모든 책임은 현 정부가 져야 한다는 것을 강력히 경고한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