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년 연속 최악 기독교 탄압국 "성경 갖고만 있어도 15년형"… 교황, 북한 인권에 기도부터
  • ▲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로마 바티칸 교황궁 교황 집무실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으로부터 묵주를 받고 있다. ⓒ 뉴시스
    ▲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로마 바티칸 교황궁 교황 집무실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으로부터 묵주를 받고 있다. ⓒ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8일, 바티칸시티 교황청을 방문해 김정은의 교황 방북요청 의사를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전달했다. 교황은 “김정은이 공식 초청장을 보내주면 무조건 응답을 줄 것이다. 나는 갈 수 있다”고 말한 것으로 청와대가 밝혔다. 앞서 17일 문 대통령은 성 베드로 대성당에서 열린 '한반도 평화를 위한 미사' 참석 후 "교황님의 (북한) 방문은 한반도를 가른 분단의 고통을 위로하고 오랜 상처를 치유하는 시간이 될 것"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이 언급한 "분단의 고통과 오랜 상처"는 무엇이며 "어떤 상처를 위로하고 치유"한다는 것일까, 교황에게 자신을 "가톨릭 신자"라고 밝힌 문 대통령과 전 세계 가톨릭의 최고 수장인 교황은 북한당국에 의해 수십 년 동안 학살당하고 핍박당하는 북한 기독교(가톨릭 포함)인들의 아픔을 알고 있을까.

    14년 연속 '최악의 종교탄압' 1위

    북한은 헌법 제68조에 "공민은 신앙의 자유를 가진다"고 명시하고 있지만 전 세계적으로 종교 탄압국 1위를 수십 년 째 유지하고 있다. 이런 북한당국이 교황을 평양으로 초청한 것은 자신들의 정치적, 외교적 목적을 달성하려는 불순한 의도가 깔린 것이라고 탈북민들은 말하고 있다.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은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은 핵 문제로부터 국제사회의 관심을 돌려 정상국가 및 평화를 추구하는 국가 이미지를 얻으려 하고 있다”면서 “최근 김정은의 외교적 자신감이 커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탈북민 출신인 강철호 목사는 '미국의소리 방송(VOA)'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기독교라는 가면을 쓰고 지금까지 많은 외부교회를 교섭하며 후원이란 명목으로 돈을 받아 정권의 비자금을 만들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북한의 정치조직을 (남한과 국제사회가) 자꾸 지원하고 두둔하고 있는 것이 너무 가슴 아픈 현실”이라고 개탄했다.

    김일성은 1946년 시행된 토지개혁과 화폐개혁에서 “반동적인 장로, 목사로서 토지를 소유하지 않은 자가 없고, 놀고먹는 사람이 많기 때문에 저들은 우리에 대해서 불만을 갖고 있다”면서 본격적인 종교탄압을 시작했다. 실제로 1949년 북한 정권은 가톨릭 평양교구 내 성직자들을 모두 체포하고 그 중의 대다수를 처형했으며 성당과 교회를 몰수해 공공집회장으로 사용했다고 한다.

    평양 성직자 모조리 체포-성당 몰수

    ‘북한정의연대’ 정 베드로 대표는 'VOA'와의 인터뷰에서 "북한당국이 6.25 한국전쟁 이전부터 기독교인에 대한 색출, 탄압 정책을 실시해 왔으며 일부 기독교인을 관리소, 즉 정치범 수용소로 보내 따로 관리하고 있다"면서 "지금도 그곳에는 초기 기독교 신자들과 후손들이 감금돼 있다"고 주장했다. 정 대표의 주장에 따르면 “1953년부터 55년까지 북한당국은 반동행위 색출을 이유로 기독교를 완전 말살 정책을 본격적으로 실시했다"면서 "수용소로 보내진 기독교인들은 북한군 특수부대의 살상훈련용으로 투입돼 목숨을 잃거나 생화학무기, 핵무기 실험에 산채로 투입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1980년대 후반 김일성종합대학에 신설된 종교학부의 정체는 북한 내 잔존하는 지하교인을 비롯한 종교인을 색출하고 감시, 탄압하기 위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기독교인으로 생체실험" 주장도

    중국 등 제3국에서 체포 북송되는 탈북민들이 북한으로 송환된 후 보위부 감옥에서 처음으로 받는 취조 질문은 "외국에서 기독교를 접촉했는가"이다. 심문 과정에서 기독교 접촉이나 신자임이 드러나면 정치범 수용소로 끌려가거나 심할 경우(독실한 신자일 경우) 비밀처형을 당하기도 한다.

    김일성은 1957년 당 대회에서 "사회주의 혁명 완수를 위해 공화국 북반부에서 집사 이상의 악질 기독교인들은 모두 없앴다. 이제 북조선에는 기독교인이 한 명도 없다"고 장담하기도 했다. 북한당국은 2002년 국가안전보위부에 “기독교를 간첩죄로 다스리라”는 지침을 하달했다. 2005년에도 북한당국은 보위부에 “기독교는 국가 제도전복 실현의 수단이므로 끝까지 색출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통일연구원이 발간한 '2018 북한인권백서'에서는 "북한 주민들의 종교의 자유에 대한 권리는 여전히 심각하게 침해받고 있으며 북한이 신봉하는 '주체사상'은 자유로운 사상·양심·종교와 양립될 수 없는 근본적인 한계를 가진다"고 평가했다. 올해 5월 미 국무부가 발표한 ‘2017 국제종교자유보고서’에 따르면 북한 내 수용소에는 현재 8만에서 12만 명의 정치범이 수용돼 있으며, 상당수의 감금 이유는 '종교적 이유'라고 밝혔다.

    북한에서는 성경을 소지한 것이 발각되면 15년 노동교화형에 처해진다. 국제 기독교 선교단체인 ‘오픈 도어스’는 지난 1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북한을 14년 연속 세계 최악의 기독교 탄압국으로 지목했다.

    "종교탄압 중단-신앙자유" 먼저 요구해야

    10여 년째 대북선교사로 북한 지하교회를 돕고 있는 탈북민 박순종(가명) 목사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진정으로 예수그리스도의 사랑을 실천하고자 하는 성직자라면 방북 전에 김정은에게 '북한에서의 종교탄압을 중단하고 신앙의 자유를 허용하라'고 북에 요구해야 마땅할 것"이라면서 "문 대통령 역시 분단의 아픔과 상처 속에 북한의 수많은 기독교, 가톨릭 신자들의 피와 눈물이 배어있음을 직시하고 인권변호사 출신답게 북한 주민의 인권과 종교의 자유에 우선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