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제재 완화" 문 대통령 요청에 "유엔 제재 유지돼야" 강조… EU도 'CVID' 재확인
  • 아셈(ASEM) 정상회의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뉴시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아셈(ASEM) 정상회의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뉴시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유럽을 방문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북한의 비핵화를 촉진시키기 위해 유엔 대북 제재를 완화해 줄 것을 호소하고 있는 가운데 제재 이행 방침을 강조하는 국가들이 늘어나고 있다.  

    캐나다 “유엔 대북 제제, 전적으로 지지”

    '미국의 소리(VOA)' 방송은 18일 “캐나다 정부가 북한이 대량살상무기에 대해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CVID) 폐기에 나설 때까지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는 반드시 유지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보도했다. 

    캐나다 외교부의 스테파노 마론 대변인은 '미국의 소리'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캐나다는 북한이 대량살상무기와 탄도 미사일 프로그램을 포기하도록 압박하는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 체제를 전적으로 지지한다”고 밝혔다.  

    마론 대변인은 또한 캐나다가 유엔 안보리 제재에 위배되는 북한 선박의 불법 환적을 차단하기 위한 작전을 지원하는 등 대북 제재 이행에 적극 나서고 있음을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이어서 “북한은 국제기구의 검증을 수용하는 등 비핵화를 위한 실질적인 조치를 취하는 모습을 보여야 하며 캐나다는 이를 지속적으로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폴란드 “안보리 제재 예외없이 이행해야”

    대북 제재 유지 방침에 폴란드도 동조하고 나섰다. '미국의 소리방송'에 따르면 폴란드 외교부의 알 슈차 대변인은 “발생할 수 있는 모든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유엔 안보리 제재를 예외 없이 이행해야 하는 것은 모든 국가의 의무”라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북한이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CVID) 비핵화를 이뤄 대북 제재가 완화된다는 전제 하에 폴란드 정부는 북한을 재건하는데 도움을 줄 용의가 있음을 밝히기도 했다. 

    18일 이뤄진 한-이탈리아 정상회담에서 주세페 콘테 이탈리아 총리도 한반도의 비핵화가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방식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영국 일간지 '텔레그라프'는 "유엔 안보리 5개 상임이사국들 중 하나인 영국도 김정은이 핵능력을 신고하며 비핵화에 나서기 전까지는 북한에 대한 제재 완화에 반대하는 입장"이라고 보도했다. 

    이런 상황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19일 제12차 아셈(ASEM·아시아-유럽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벨기에 멜스브루크 공항에 도착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아셈 정상회의 후 영국, 독일, 태국, EU 정상들과 차례로 회담을 갖는다. 

    독일에도 '대북제재 완화' 요청한듯

    영국은 프랑스와 함께 유럽의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이다. 19일(현지시각) 정상회담을 갖는 독일 역시 오는 2019년부터 2020년까지 안보리비상임이사국으로, 유엔에서 입지가 확고한 나라다. 문재인 대통령이 프랑스와 이탈리아에서 대북제재 완화를 강조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들 아셈 정상과의 만남에서도 대북제재 완화를 언급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하지만 아셈 정상들의 입에서 대북제재 완화에 대한 동의를 이끌어 내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청와대가 이미 지난 18일 “한반도 비핵화와 관련된 EU의 공동 안보 입장이 CVID”라고 밝혔기 때문이다. 

    지난 15일 문재인 대통령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에게 대북제재 완화를 요청했을 때 프랑스 대통령은 “CVID를 이룰 때까지 대북제재가 계속돼야 한다”며 유엔 안보리 제재는 유지돼야 한다는 입장을 확실히 밝혔다.

    이는 뒤집어 해석하면 이후 이뤄질 다른 EU 국가들과 정상회담에서도 CVID 외 다른 용어가 등장하기 어렵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청와대로서는 진퇴양난인 셈이다. 만일 다른 EU 국가에서 CVID 이외의 용어로 합의가 이뤄질 경우 'EU의 안보 공동입장이 CVID이기 때문에 다른 용어를 쓰기 어렵다'고 설명한 것이 거짓 해명이 돼 버리기 때문이다. 


  •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안 표결 모습ⓒ뉴시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안 표결 모습ⓒ뉴시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CVID 아닌 다른 표현이 등장하면?

    청와대는 당시 "EU 회원국이자 중심국인 프랑스가 한반도 비핵화와 관련해서 대통령과 만나 이야기 할 때 다른 표현을 쓰기가 어려운 것"이라며 더 큰 차원에서 다른 표현을 쓰는 것은 EU 차원의 승인이나 사전 합의가 있어야 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여기에 EU 국가들이 최근 다시 한 번 북한에 대해 CVID를 강조하고 나선 상태다. '미국의 소리'는 18일 유엔총회 1위원회 회의에서 애니 캠파이난 제네바 주재 유럽연합 군축 대표의 말을 인용해 "유럽연합은 북한이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와 모든 대량살상무기 프로그램 폐기를 향한 신뢰할 만한 길에 들어설 것을 바란다"고 보도했다.

    지난 15일 한불 정상회담 이후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분명히 밝힌 “선(先) CVID 방식의 비핵화-후(後) 대북 제재 완화” 방침 지지를 선언하는 국가들이 늘어나면서 대북 제재를 완화해줄 것을 요구하는 정부의 고민도 깊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