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기 살 엄두 못내 썩은 고기까지 유통... '휴짓조각 된 돈' 北 고난의 행군 시기 연상
  • ▲ 최악의 경제난을 겪고 있는 베네수엘라에서 썩은 고기를 판매하고 있다. ⓒ BBC코리아
    ▲ 최악의 경제난을 겪고 있는 베네수엘라에서 썩은 고기를 판매하고 있다. ⓒ BBC코리아

    세계 최대 산유국으로 한때 남미에서 가장 부유했다던 베네수엘라가 최근 상상을 초월하는 경제난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004년부터 경제난에 시달려온 베네수엘라의 올해 물가 상승률이 앞으로 1,000,000%까지 치솟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시장에서는 썩은 고기까지 판매되고 있다. 영국BBC의 한국어판 뉴스 사이트인 'BBC 코리아'의 18일 보도 내용이다. 

    석유로 풍성했던 '마라카이보' 시장의 비극

    BBC코리아는 베네수엘라에서도 석유가 가장 많이 나오는 지역으로 이름난 '마라카이보'의 시장을 찾았다. 시장에서 거래되는 소고기의 1kg당 가격은 주민 월급의 3분의 1 정도란 설명이다. 일반 주민들은 사 먹을 수가 없다. 대신 썪은 고기가 팔린다. 악취가 진동하고 파리가 들끓지만 주민들에게 실제로 판매되고 있다고 BBC코리아는 전했다. 가격은 주민 월급의 1% 정도로, 정상적인 고기에 비해 훨씬 싸다. 

    썩은 고기의 유통은, 파탄난 경제상황과 함께 전력난을 반영한다. 하루에도 10번 넘게 정전이 찾아오고, 한번 정전이 되면 4시간 동안 지속되는 경우도 있다. 온전한 고기도 상한다. 

    잦은 전력 공급중단으로 주민들의 시위도 빈번하다. 이 지역 주민들은 최근 5일 동안 전기 없이 불편한 날을 보내기도 했다고 BBC코리아는 전했다. 전력난으로 인해 산 사람뿐 아니라 죽은 사람들도 수난을 당한다. 섭씨 40도를 오르내리는 불더위 속에서 며칠 동안 전기가 끊기면 병원 영안실에 방치된 시체들이 부패한다. 

  • ▲ 베네수엘라의 볼리바르 화폐는 극심한 인플레이로 가치가 너무 떨어져 마두로 대통령은 올해 6월부터 새 화폐를 발행했다. ⓒ 뉴시스
    ▲ 베네수엘라의 볼리바르 화폐는 극심한 인플레이로 가치가 너무 떨어져 마두로 대통령은 올해 6월부터 새 화폐를 발행했다. ⓒ 뉴시스

    베네수엘라 국민들은 식당에 가면 돈부터 먼저 낸다. 밥을 먹을 동안 밥값이 오르기 때문이다. 상점에서도 물건을 집어 드는 순간 값이 오른다고 한다. 최근 커피 한 잔 값이 5개월 만에 60배로 급등했고 연말까지 1만 배로 치솟을 거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은 자국의 경제난을 주변 국가들과의 경제전쟁 탓으로 돌리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계속되는 국제유가 하락, 좌파 정부의 포퓰리즘 정책 남발로 재정이 바닥났기 때문으로 본다. 

    北 고난의 행군 시기 떠올릴 정도의 경제난

    정부는 화폐개혁안을 내놓는 등 대책을 강구하고 있지만 오랜 경제난에 지친 주민들의 탈출러시가 이어지면서 베네수엘라 경제 상황이 북한의 고난의 행군 시기를 닮아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북한도 1990년대부터 시작된 경제난과 사회주의 경제체제의 불합리성으로 인해 주민들의 고통이 장기화되고 있다. 북한은 당국의 엉터리 경제정책과 현실시장 가격의 엄청난 괴리로 기형적인 시장구조가 형성됐다.

  • ▲ 극심한 생활난에 내몰린 북한 여성들이 '달리기(장거리 유통)'을 책임지고 있다. 평북 신의주역 근처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북한 여성들 ⓒ baidu
    ▲ 극심한 생활난에 내몰린 북한 여성들이 '달리기(장거리 유통)'을 책임지고 있다. 평북 신의주역 근처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북한 여성들 ⓒ baidu

    현재 북한 주민들의 월급은 최저 2700원(한화 약 385원)에서 최대 6000원(한화 약 857원)이다. 올해 10월 11일 기준으로 북한시장의 쌀값은 1kg당 4719원(한화 약 675원)이다. 북한 주민 최저 월급의 2배에 육박하는 숫자다. 최대 월급으로 계산해도 한 달 급여로 쌀 2kg도 살 수 없는 형편이다.

    돼지고기 가격은 쌀값의 3배 정도로 1kg당 북한 돈 1만3000원(한화 약 1860원)이다. 북 주민들이 최저월급 5개월치를 모아야 고기 1kg을 사 먹을 수 있다는 얘기다. 휘발유 가격은 1리터 당 북한 돈 1만3420원(한화 약2000원)이고 디젤유는 7865원(한화 약 1150원), 옥수수는 1kg에 2000원(한화 약 286원) 선이다. 시장에서는 가치를 상실한 북한 화폐 대신 중국 화폐가 오간다. 

    베네수엘라는 북한과 외교적으로 가까운 사이로 통한다. 최근 상황을 보면 두 나라의 경제상황도 큰 차이가 없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