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방신학' 로마 교황, 文대통령과 '비공개' 단독 면담

문재인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 프란치스코 로마교황을 만나 38분간 비공개 단독 면담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는 이날 정오쯤 환영행사가 열린 교황궁 광장에 도착했고, 간스바인 교황청 궁정장관의 영접을 받아 교황궁 안으로 들어갔다. 

교황궁 안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12시 4분쯤 프란치스코 교황을 만났고, 두 사람은 교황궁 2층 서재로 함께 이동했다. 두 사람은 취재진 앞에서 인사말을 주고 받기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두 손을 잡은 교황은 이탈리아어를 구사하면서 "만나서 반갑다"고, 문재인 대통령 역시 "만나서 반갑다"고 각각 인사를 건넸다. 

이 과정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대한민국 대통령으로 교황청을 방문했지만 '디모테오'라는 세례명을 가진 가톨릭 신자"라고 소개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교황은 서재에 12시 10분쯤 도착해 비공개 단독 면담을 가졌다. 이 면담에는 대전교구 소속으로 교황청 인류복음화성에 파견 근무 중인 한현택 신부만이 통역으로 배석했다. 두 사람의 단독 면담은 12시 48분에 끝났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문재인 대통령과 대화를 나누는 과정에서 "북한 김정은이 공식 초청장을 보내주면 방북할 수 있다"고 밝혔다. 교황 발언에 앞서, 문재인 대통령의 "북한 김정은이 교황 방북 초청장을 보내도 좋겠나"라는 질문이 있었다. 

한편 프란치스코 교황은 문재인 대통령의 한반도 평화 행보를 지지했다. 교황은 "한반도에서 평화 프로세스를 추진 중인 한국 정부의 노력을 강력히 지지한다"며 "멈추지 말고 앞으로 나아가라. 두려워하지 말라"고 강조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북이 주목되는 또 다른 이유는 '해방신학'과의 관련 때문이다. 강인덕 전 통일부 장관은 15일자 BBC 코리아에 “라틴아메리카 출신의 프란치스코 교황은 마르크스주의와 천주교가 연계된 '해방신학'에 몰두해 왔다”고 말했다. '해방신학'은 1960년대 라틴 아메리카의 가톨릭 신학자들을 중심으로 발전한 '민중신학'이다. 가난하고 약한 민중의 편에 서서 사회주의를 지향하는 신학으로 '빈곤‘을 신의 뜻에 어긋나는 사회적 죄악으로 규정한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 2014년 한국 방문을 마치고 돌아가는 비행기 안에서 로메로(Óscar Romero) 대주교에 대한 존경심을 표한 적이 있다. 엘살바도르에서 해방신학을 이끌다 1980년 암살당한 로메로 대주교는 사상적 측면에서 “마르크스주의자와 다름없다”는 평가를 받았다. 

해방신학자로 분류되는 김근수 씨는 프란치스코 교황에 대해, 2014년 자신이 출판한 책 <교황과 나>에서 "온건한 해방신학적 교황이 선출된 것"이라고 했었다. 강인덕 전 통일부 장관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해방신학에 몰두해 왔기 때문에, 북한이 손쉽게 접근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