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퓰리즘 정책→ 공무원 증원→ 과도한 복지비용→ 통계 조작→ 국가 파탄으로 이어져
  • 문재인 대통령의 통계 오남용

      정치인들에 의한 통계의 오용과 남용은 국가정책을 옳지 않은 방향으로 유도하고, 국가 정책의 신뢰성을 떨어뜨리고, 국가와 국민에 막대한 손실을 입힌다. 또한 국가통계의 신뢰성을 국내외에 크게 떨어뜨리는 결과를 초래한다. 따라서 통계를 해석할 때에 정치인들은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 들어 이러한 통계의 오남용 사례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어 경각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대표적인 사례를 두 가지만 들어보자. 

      먼저 문재인 정부가 강력히 추진하고 있는 ‘탈원전’ 정책에서 통계가 오용된 사례를 살펴보자. 작년 6월 19일 ‘고리 1호기 영구정지 선포식’에서 문 대통령은 '탈원전 정책'을 선포하면서 그 근거로 “일본은 세계에서 지진에 가장 잘 대비해 온 나라로 평가받았지만, 2011년 3월 11일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사고로 5년간 1,368명이 사망했다” 고 말하면서 탈원전 정책의 당위성을 설명했다. 마치 후쿠시마 원전의 방사능 때문에 사망한 사람이 이렇게 많다는 것처럼 해석된다. 그러나 이것은 여론을 호도하려는 통계의 오남용에 해당한다. 

      문 대통령의 탈원전 정책의 배경은 후쿠시마 사고 때문에 머릿 속에 들어 왔고, 경주 지진 때문에  굳어진 게 분명하다. “지진으로 인한 원전 사고는 너무나 치명적”이라고 언급한 것에서도 알 수 있다. 그러나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지진이 아니라 지진 후 쓰나미로 발전기가 침수되는 바람에 벌어진 대형 사고다. 쓰나미 없는 일반 지진이었으면 사고는 없었다. 아직까지 세계적으로 지진만으로 발생한 원전 사고는 한 건도 없다.       

      문 대통령이 언급한 '1,368명'이란 사망자 수는 연설문에서 얘기한 것과 같이 원전 사고로 5년간 사망한 사람이 아니다. 이 자료는 2016년 3월 6일 도쿄신문이 발표한 것으로 “후쿠시마 원전 사고 때문에, 원전 사고 피해지인 후쿠시마현 관내 시정촌 사람들 중에서 다른 곳으로 대피했다가 질병이나 건강악화로 숨진 사람의 총수가 1,368명에 이른다고 집계한 것”이다.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피해 피난한 사람 중에는 노인들이 많았다. 그러한 분들이 집을 떠나 피난 생활을 하다 돌아가셨으니 사인은 다양할 수 밖에 없다. 일본 의학계는 후쿠시마 피난자 중에 급성 방사선 장해를 앓은 사람은 한 명도 확인하지 못하였다고 보고했다. 이 보고는 유엔과학위원회(UNSCEAR)도 인정한 것이다. 

      피난 중에 5년 동안 각종 이유로 사망한 이들을 조사한 한 언론사의 통계를 마치 원전사고로 죽은 사람으로 속단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공적기관도 아닌 민간 기업인 한 언론사의 조사통계를 한 국가의 중요 정책을 결정하는데 이용한 것은 매우 비정상적이다. 문 대통령의 연설문을 본 일본 언론은 “일본 정부가 1,368명이란 숫자가 어디서 나온 것인지 몰라 당황하고 있다”고 전했다.

  • 장하성 정책실장의 통계 오남용

      최근에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성과에 대하여 논쟁이 심화되고 있다.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견인하고 있는 장하성 정책실장이 주장한 통계의 근거가 잘못된 것임을 살펴보자. 

      장 실장은 2000년 이후 가계총소득보다 가계평균소득 증가율이 떨어지는 것에 대해, 작년 5월 페이스북에 올린 그의 글에서 “성장의 성과가 가계로 이어지지 않았고 소득불평등이 확대됐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이 당시 통계청은 장 실장의 글에 대하여 “최근 1∼2인 가구가 늘면서 가구원 수가 줄고 있고, 가계평균소득 증가율이 가계총소득 증가율보다 낮아질 수 있다. 두 수치의 차이를 계층 간 불평등 확대에 관한 근거로 사용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고 반박했었다. 2000년 3.12명이던 우리나라 평균가구원 수가 1∼2인 가구의 증가로 인하여 2017년 2.47명으로 줄어서 가구당 평균소득은 떨어지는 것은 당연하다. 이런 점을 무시한 잘못된 통계해석을 하고, 소득주도성장을 정책기조로 택한 것은 통계의 오용에 해당한다.     

      정부는 ‘가계동향조사 소득부문’ 통계에서 올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저소득층의 소득만 줄어드는 등 갈수록 악화된 분배지표로 소득주도성장의 부작용 논란이 커지자 급기야 지난 8월말 통계청장을 교체했다. 신임 청장이 부임하여 채 한 달이 지나기도 전에 통계청은 현재 분리해 조사⋅공표하고 있는 가계동향조사 ‘소득부문’(분기)과 ‘지출부문’(연간)을 2020년부터 다시 합쳐 표본설계와 표본규모를 바꾸어 분기별로 공표한다고 9월 18일 개편된 ‘가계동향조사 통합작성방안(안)’을 발표했다.  

      소득주도성장을 측정하는 가계동향조사에 대하여 그 동안의 변천 과정을 살펴보기로 하자. 통계청은 2016년까지 분기별로 함께 조사⋅공표하던 소득과 지출에 관한 가계동향조사를 2017년에 분리했다. 기존 소득 통계가 ‘가계부 기장’ 방식이어서 고소득층과 저소득층의 응답률이 낮아 정확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었고, 또한 이 조사는 2인 가구 이상의 가구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는데, 최근 1인 가구가 급증하면서 제대로 가구소득을 파악하지 못한다는 비평이 있어 왔다. 이런 문제점을 인식한 통계청은 이 가계동향조사를 단계적으로 퇴출시키고, 올해부터 국세청⋅한국은행 자료와 통합해 작성하는 ‘가계금융⋅복지조사’와 일원화하여 연 1회 가계소득 지표를 공표하기로 결정했었다. 그리고 지출 통계는 연간 주기로 재편해 따로 발표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가계동향조사가 통계청의 계획과 달리 꼬이게 된 것은 작년 문재인정부가 들어서면서부터다. 민주당은 작년 말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효과 파악’이란 이유로 소득동향조사를 존속시키기로 하고 이에 필요한 예산을 28억 원 배정했다. 소득주도성장을 홍보하려는 것이었다. 정부가 최저임금 인상 등 정책 효과로 소득이 늘어나는 모습을 분기별로 확인하기 위해 정확성이 떨어지더라도 올해도 소득 통계를 계속 작성⋅공표하도록 독려한 것이다. 

      원래 규모를 줄여가며 서서히 소멸시키려던 통계를 다시 살리기 위해 통계청은 표본을 큰 폭으로 보강했다. 표본가구수를 5,500가구에서 8,000가구로 보강하면서 고령⋅저소득층 가구 비중을 높인 것이다. 이후 정부는 작년 4분기에 분배지표인 처분가능소득 5분위 배율(하위 20% 소득 대비 상위 20% 소득 비율)이 4.61배로 0.02배 떨어지며 조금 개선된 것으로 나타나자 청와대와 민주당은 “정책 효과가 나타나고 있고, 소득주도성장의 결과”라고 만족감을 드러냈었다.   

       그러나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 영향 등이 본격화되면서 <그림 1>에서 보는 바와 같이  작년 2분기 대비 올 2분기 가구당 월평균소득이 1분위(소득 하위 20%)에서 7.6% 감소하고, 2분위(소득 하위 20∼40%)에서도 2.1% 감소하였고, 처분가능소득 5분위 배율이 10년 만에 최대인 5.23배로 악화되자 태도가 바뀌었다. 정부는 ‘작년에 표본을 바꾼 것이 문제’라는 식의 해석을 내놓으면서, 통계청장을 경질까지 했다. 표본 변경문제는 통계전문가들의 영역으로 표본을 최근의 성별⋅연령별 인구구성 변화를 반영해 비율대로 바꾸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정부의 지적은 전문가의 영역을 침해한 것으로 타당하지 않다. 국가 통계를 정치인들에 의한 ‘오기의 희생양’으로 만들어서는 안 된다. 
  • 포퓰리즘 정권과 통계 조작의 유혹

      12년만에 다시 IMF 구제금융을 신청한 아르헨티나에선 12년을 집권한 좌파 포퓰리즘 정권에서 공무원 수를 2배 가까이 늘려 근로자 다섯 명 중 한 명이 공무원이 되었고, 복지 지출을 급속히 늘리면서 나라의 경제가 붕괴위기에 놓이게 되었다. 세금만으로 선심 쓰는 데 한계가 있자 돈을 찍어 냈다. 그러자 물가상승률이 연간 30%를 넘었다. 이 숫자가 부담되자 정권은 물가상승률을 10%라고 조작하기 시작했다. 통계와 현실 차이를 숨기기가 힘들어지자 일부 통계는 발표를 중단시켜버렸다. 이 나라에서 제출한 통계는 UN은 믿지 않고 있다. 

      9년 전 국가 부도 위기를 맞았던 그리스는 노동자 4명 중 1명이 공무원이었고, 막대한 재정적자를 감추려고 그리스 정부는 적자 규모를 축소 발표했다. 사실상 재정 파탄 상태인 베네수엘라도 중앙은행이 경제지표 통계를 조작하여 발표하고 있다는 증거가 나타나고 있다. 포퓰리즘 정권에 의해 재정 파탄이 나는 나라들을 보면 동일한 패턴으로 움직이고 있는데, 즉,   ‘포퓰리즘 정책 → 공무원 증원 → 복지 비용 과다 지출 → 현실을 속이기 위한 통계 조작 → 국가 재정 파탄’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흔하다. 

      이런 경우에 정부가 발표하는 국가 통계는 신뢰성을 상실하고, 결국 정권은 붕괴되고, 나라는 헤어나기 힘든 궁핍 상태로 내몰리게 된다. 이렇게 경제가 망해가는 나라들의 패턴을 분석하여 보면 우리에게도 교훈을 주고 있다고 판단된다. 어떤 경우에도 우리나라는 통계를 오남용하거나 심지어 조작하려는 유혹에 빠지지 않게 되기를 기원해본다. 통계의 오남용과 조작은 나라를 망하게 하는 첩경이다.  

      세계의 역사를 살펴보면 모든 독재국가들은 국가 통계를 있는 그대로 대외에 공표하기를 꺼려하거나 두려워한다. 자기의 민낯을 세계에 보이기 싫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북한이 그러하다. 현재 북한의 일인당 GDP를 포함하여 북한의 모든 중요 국가통계(산업현황, 과학기술 현황, 무역 현황, 국민 보건 현황 등)를 우리는 잘 모르고 있다. 단지 추측할 뿐이다. 남북협력을 진행시키면서 가장 먼저 북한에 요구해야할 사안으로 북한 통계를 있는 그대로 우리에게 제공해 달라고 요구해야 한다. 그래야만 앞으로 남북협력 환경이 조성되었을 때 무엇을 얼마나 협력해야 좋은지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박성현 서울대 통계학과 명예교수/ 전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