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준, 우파 거물 모을 '플랫폼' 구상… 당대표 후보자 난립에 '집단지도체제' 관심
  • 왼쪽부터 자유한국당 김무성 의원, 홍준표 전 당대표, 김성태 원내대표.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왼쪽부터 자유한국당 김무성 의원, 홍준표 전 당대표, 김성태 원내대표.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자유한국당이 '야권 재편' 주도권을 쥐기 위해 숨 가쁘게 달리고 있지만, 당내에서는 정작 춘추전국(春秋戰國) 시대가 열리고 있다. 

    김병준 비대위원장은 최근 황교안 전 국무총리, 원희룡 제주지사 등 흩어져 있는 보수 성향 정치인의 입당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바른미래당 의원을 비롯해 오세훈 전 서울시장을 만나 통합 의사를 타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병준 비대위원장은 15일 비상대책위원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이런저런 분들을 접촉해 보려고 애를 쓰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당 관계자에 따르면 김병준 위원장은 우선 한국당과 생각이 같다면 누구와도 함께 갈 수 있다는 생각에 따라 인재 영입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위원장은 지난 8월 본지와의 단독 인터뷰에서도 ‘한국당의 재정립 가치에 동의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당에 들어올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당연하다. 온 국민을 끌어안고 싶은 마음"이라고 답했다.  

    김 위원장은 잠재적 대권 주자들이 들어와 경쟁할 수 있는 '보수 플랫폼' 역할을 구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정치 거물들의 경쟁이 한국당의 정치적 흥행을 불러올 수 있다는 계산이 깔린 것으로 분석된다.
  • 자유한국당 차기 당대표 후보 명단에 오른 정우택 의원과 주호영 의원. ⓒ뉴데일리 공준표 기자
    ▲ 자유한국당 차기 당대표 후보 명단에 오른 정우택 의원과 주호영 의원. ⓒ뉴데일리 공준표 기자
    ◆ 본격화된 당 내부의 '권력 쟁탈전'

    반면 한국당 지도부가 '통합'에 방점을 찍고 있는 동안 내부에서는 춘추전국 시대를 방불케 하는 '권력 쟁탈전'이 물밑에서 벌어지고 있다. 
     
    정치적 지지 기반이 약한 김병준 위원장이 추진하는 쇄신에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고 일찌감치 내년에 있을 전당대회에 손들고 나선 사람이 줄을 잇고 있다. 

    당장 한국당 원내에서도 차기 대표 후보군이 난립하고 있다. 친박계와 비박계는 경쟁력 있는 후보를 찾아 결집을 꾀하고 있다. 친박계는 황교안 전 총리를 중심으로, 비박계는 김무성 의원을 중심으로 새로운 탈출구를 모색 중이다. 

    당 중진 의원만 해도 김무성(6선), 정진석·주호영·신상진·정우택(4선) 의원이 당 대표 출마를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가에서는 김성태(3선) 원내대표의 출마설도 나온다. 

    외부 상황도 마찬가지다. 홍준표 전 당대표, 황교안 전 총리, 오세훈 전 서울시장, 6·13 지방선거에 출마한 김태호 전 경남지사가 명단에 올랐다. 
  • ◆ 집단지도체제 도입 움직임도

    권력 경쟁이 조기 과열 양상을 띠다 보니 내부에서는 '집단지도체제'를 도입해 안정을 찾으려는 움직임도 나온다. 현재 한국당은 선거 전부터 당대표와 최고위원을 분리해 별도 경선을 치르게 하는 방식인 단일성 지도체제를 채택하고 있다. 

    반면 집단지도체제는 당대표와 최고위원을 따로 뽑지 않고, 출마자들이 득표율대로 1위는 당대표, 2위부터 통상 4~5위를 차지한 사람이 최고위원이 돼서 지도부를 운영하는 방식이다. 

    친박계와 비박계, 잔류파와 복당파, 통합전대의 경우 한국당 대 바른미래당 등 갈등 지점이 곳곳에 깔린 한국당의 경우 집단지도체제가 특정 세력의 독주를 막기 위한 '묘책'으로 여겨진다. 서로 각자의 진영을 지키면서 공존할 수 있는 방법으로 집단지도체제를 고려하고 있는 것이다. 특정 계파가 월등히 우세한 세력을 확보하지 못한 상황에서 목숨을 건 싸움에 나서기는 모두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집단지도체제였던 김무성 전 대표 시절에는 당시 최고위원에 7선의 서청원 최고위원, 6선의 이인제 최고위원이 함께 지도부를 구성하기도 했다. 

    정치권 관계자는 "한국당 DNA에는 계파 청산에 대한 두려움이 깔려 있다"며 "(친박계와 비박계가) 계속 견제하고 의심하며 어색한 공존이라도 해보자고 할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한 계파가 권력을 잡으면 다른 계파가 숙청돼 온 고질적인 악습에 대한 두려움이 집단지도체제를 선택지에 올려놓은 셈이다. 

    ◆ 당내 여론은 집단지도체제로 쏠려

    이러한 당내 상황을 반영하듯 한국당 정당개혁위원회가 소속 국회의원, 원외 당협위원장 등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집단지도체제 복원을 지지한다'는 의견이 64.1%로 압도적이었다. 당원 절반 이상이 집단지도체제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는 셈이다. 

    한국당 관계자는 "서로 못 믿는 것"이라며 "누구 한쪽을 믿을 수 없다면 서로 견제하기 위해 집단지도체제 이야기가 나온 것 같다"고 했다. 

    특히 총선을 앞두고 갈등이 극으로 치달아 탈당과 분당 사태가 발생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한국당 핵심 관계자는 "국민 눈에 계속 갈등이 보이는 것은 좋지 않다"며 "집단지도체제를 꼭 나쁘게만 볼 필요가 없다"고 했다. 

    그러나 여전히 일각에서는 계파 난립, 서로에 대한 뿌리 깊은 불신이 퍼져 있는 상황에서 집단지도체제를 도입해 공존하는 것은 미봉책이라고 평가한다. 

    한국당 일각에서는 "차라리 한 쪽이 권력을 잡고 행사해야 한다"고 했다. 당 관계자는 "총선 전까지야 괜찮겠지만, 당내 싸움 질질 끌다 끝나는 꼴이 될 수 있다"며 회의적인 모습을 보였다. 

    한 중진 의원 역시 집단지도체제에 대해 "봉숭아 학당을 또 하자는 것이냐"며 반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