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장 당선되고 "대권 불출마" 선언한 박원순과 오버랩… 지지층 결집하는 '집토끼 전략'
  • ▲ 유시민 신임 노무현재단 이사장과 이해찬 이사장이 15일 오전 서울 마포구 노무현재단에서 열린 노무현재단 이사장 이취임식 때 나란히 앉은 모습. ⓒ정상윤 기자
    ▲ 유시민 신임 노무현재단 이사장과 이해찬 이사장이 15일 오전 서울 마포구 노무현재단에서 열린 노무현재단 이사장 이취임식 때 나란히 앉은 모습. ⓒ정상윤 기자

    '여권의 미래권력' 유시민 신임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공직 불출마'를 재차 선언했다. 유시민 이사장은 지난 15일 서울 마포구 인근 노무현재단 사무실에서 전임 이사장인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로부터 '이사장직 바통'을 이어받았다. 이 과정에서 그는 '공직 불출마'를 취임사를 통해 밝혔다. 유시민 이사장은 지난 2013년 '통합진보당 사태(비례대표 경선 부정 논란)'로 인해 정계은퇴를 한차례 선언한 바다.

    "어차피 물어보실 것 같아서 조금 더 말씀드린다… 지난 5년간 글 쓰는 사람으로 살아왔다.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보수를 받지 않는 비상근직이다. 저는 글 쓰는 시간을 덜어서 이사장 활동에 쓸 생각이다. (또) 임명직 공무원이 되거나 공직선거 출마는 제 인생에 다시는 없을 것임을 분명히 말씀드린다."

    이낙연-박원순과 비슷한 지지율

    유시민 이사장의 취임사 마무리 발언이다. 하지만 유시민 이사장이 '여권의 미래권력'으로 부상했기 때문일까. 유시민 이사장의 '공직 불출마' 발언을 정치권에서는 원론적으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모양새다. 실제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리서치가 경향신문 의뢰로 지난 2일부터 4일까지 전국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차기 대권주자 선호도' 조사를 실시한 결과(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p), 유시민 이사장은 11.1%를 기록했다. 이는 이낙연 국무총리(12.7%)와 박원순 서울시장(11.5%)과 오차 범위 내 지지율이다.

    유시민 이사장에게 '이사장직을 추천한 인물'과 '공직 불출마 선언 장소', '시기', '친노무현계 대권주자'를 살펴봐도 그렇다. 유시민 이사장의 '공직 불출마' 발언에 '정치적 메시지'가 숨어있다는 얘기다.

    유시민 이사장에게 이사장직을 추천한 인물은 '집권당 수장'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다. 노무현 정부 때 국무총리직을 맡았던 이해찬 대표는 현 정권 핵심인물임은 물론, 여권 내 주류세력 좌장으로 정평이 났다. 또 집권당 대표는 '정권 재창출'을 위해 차기 대권주자 양성에 신경을 기울일 수밖에 없다.

    유시민 이사장이 '공직 불출마'를 선언한 장소는 정치적 상징성이 짙은 노무현재단이다. 재단은 노무현 전 대통령과 노무현 정부 인사들을 지지하는 '주류세력 당원들의 집합체'로 불린다. 이해찬 대표의 같은날 이사장직 이임사에 따르면, 재단에는 약 5만4000명의 회원들이 존재한다.

    시기도 예사롭지 않다. 유시민 이사장은 이사장 이취임식이 진행된 이날 말고도 '공직 불출마' 입장을 밝힐 시간이 존재했다. 실제 재단은 유시민 이사장을 지난 1일 선임했다. 유시민 이사장은 이취임식 이전까지 14일간 '공식 불출마' 입장을 밝힐 수 있었다. 더욱이 유시민 이사장은 취임사 마무리 발언에 앞서 "원래 여기까지만 (인사)하고 끝내야 하는데 어차피 물어볼 것 같아서 조금 더 말한다"고 사족을 달았다.

    노무현 대통령과 인연이 깊은 여권의 대권주자는 유시민 이사장 이외에 전무한 실정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지난해 대권을 놓고 경쟁을 펼친 이른바 '노무현의 좌희정'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는 여비서 성폭행으로 당직을 박탈당했다. '노무현의 마지막 비서관'인 김경수 경남도지사는 '드루킹(민주당원) 댓글 조작' 논란에 휘말리며 대권에서 멀어졌다.

    '친노무현계'를 향한 '독특한 구애'

    그럼 유시민 이사장은 '공직 불출마' 선언을 통해 무엇을 알리고자 했을까. 정치권 일각에서는 '친노무현계'를 향한 유시민 이사장만의 '독특한 구애'라고 입을 모았다. 유시민 장관이 공직 불출마를 거론해 '집토끼 다잡기'에 들어갔다는 얘기다. '노무현 사람들' 중 현재 유일한 대권주자인 유시민 이사장이 '공직 불출마'를 선언한다면 친노무현계는 자신들이 지지할 구심점을 잃게 된다. 따라서 새로운 친노무현계 인물이 대권주자로 부상하지 않는 한 유시민 이사장을 향해 열렬한 지지를 보낼 수밖에 없다.

    비슷한 사례가 지난 2014년 6월 지방선거에서 '서울시장직'을 사수한 박원순 시장이다. 익명을 요구한 여권 관계자는 지난 15일 뉴데일리와 만나 "박원순 서울시장은 그해 여권 잠룡으로 불린 '정몽준 전 한나라당(자유한국당 전신) 대표'를 상대로 서울시장직을 사수했다. 그리고 야권의 차기 잠룡으로 급부상했다. 그러나 박원순 시장은 '시정에 집중할 것'을 강조하고 대권과 선을 그었다. 박원순 시장의 대권 불출마 선언에도 야권 지지층은 그를 지지했다. 당시 박원순 시장 이외에 눈에 띄는 대권주자가 없었기 때문이었다"면서 "그 결과, 문재인 정부 집권 전까지 박원순 시장의 이름은 꾸준히 대권주자로 거론됐다. 당시 문재인 대통령은 2012년 대선 패배 책임론에 발이 묶인 상황이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계속해서 "유시민 이사장은 지난 6월 정의당을 탈당하기도 했다. 그때 '정치에서 한발 더 떨어지기 위함'이라는 이유를 밝힌 것으로 안다. 그런 유시민 이사장이 정치적 상징성이 짙은 노무현재단 이사장직을 수락했다. 그리고 취임사를 통해 '공직 불출마'를 다시 선언했다. 진짜 정치에서 한발 떨어지기 위한 행보인지 이해가 안 간다. 유시민 이사장의 이러한 행보는 2014년 당시 박원순 서울시장 행보와 비슷하지 않나"라고 했다.

    한편 야권에서도 유시민 이사장의 공직 불출마 선언에는 숨은 정치적 메시지가 존재할 것으로 진단했다. 제19대 국회의원을 지낸 정두언 전 새누리당(자유한국당 전신) 의원은 지난 15일 KBS 라디오 '오태훈의 시사본부'에 출연해 "노무현재단 이사장에 취임했다는 것 자체가 크게 보면 정치행위"라면서 "그런데도 '출마를 안 하겠다', '총선 출마' 얘기인지 '대선 출마' 얘기인지 모르겠지만 우리나라뿐 아니라 '대권 앞에 장사 없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