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김명성 기자 "통일부가 알권리 침해"… 조명균 장관 "다음에도 같은 결정 내릴 것"
  • ▲ 15일 저녁 TV조선 9시 뉴스 생방송에 출연한 탈북민 출신 조선일보 김명성 기자 ⓒ tv조선 뉴스 캡처
    ▲ 15일 저녁 TV조선 9시 뉴스 생방송에 출연한 탈북민 출신 조선일보 김명성 기자 ⓒ tv조선 뉴스 캡처

    통일부로부터 '남북고위급회담 취재 불허' 조치를 당한 탈북민 출신 <조선일보> 김명성 기자가 "통일부의 처사는 북한 주민들과 3만 2000명의 탈북민들을 모독하는 행위"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앞서 통일부는 15일 오전 예정된 남북고위급회담이 열리기 불과 2~3시간 전 취재기자단에서 김 기자를 일방적으로 배제했다.

    김 기자는 이날 밤 <TV조선 9시 뉴스>에 출연해 통일부의 일방적 취재 불허 조치 과정을 상세히 설명했다.

    김 기자는 '불허 통보를 언제 받았냐'는 질문에 "15일 오전 6시 15분경에 통일부로부터 통보를 받았다. 7시 20분에 회담장으로 출발할 예정이어서 출발 시각을 맞추려고 (택시를 타고) 오는 과정에서 전화를 받은 것"이라면서 "(출발 5분 전인) 7시 15분경에 회담본부에서 (조명균) 장관을 잠깐 뵙고 그때 (관련) 설명을 들었다"라고 했다. 이어 "14일 오후 1시 44분경 통일부 대변인실에서 근무하는 사무관에게서 전화가 와서 저에게 '만약 올라가게 되면 북측에서 김명성 기자를 알아볼 수 있지만, 자신의 옆에 붙어 있으면 별문제 없을 것'이라고 했다"면서 "그래서 어제는 (회담장에) 올라가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고 부연했다. 회담 전날 김 기자가 통일부로부터 받은 통보는 "가지 말라"가 아니라 "가서 조심스럽게만 행동해달라"는 당부였다는 것이다. 

    '통일부가 이미 조선일보 측에 (취재 불허) 통보를 해서 문제 없다'는 여권의 주장에 대해 김 기자는 "합의된 사항이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통일부가 간사단을 통해 출입처(통일부) 선배에게 연락해왔고, 통일부에서 '이런 우려 때문에 조선일보가 기자를 좀 바꿔주면 안 되겠느냐'는 요청이 들어왔지만, 출입처 선배는 '김명성 기자가 올해 2월에도 북한 최고위급 방한시 풀 기자단으로 취재한 경험도 있고, 오늘(15일) 회담이 열리는 지역이 우리 측 지역이기 때문에 별문제가 없을 것으로 판단하고 기자를 바꾸지 않기로 했다'고 통일부 측에 통보했다"고 설명했다.

    ◇"헌법에 보장된 언론 자유와 국민 기본권 침해"

    김 기자는 또 "남북회담 풀 취재기자 선정은 제비뽑기로 진행한다"며 "순번에 의해 가게 된 것이고, 확정됐을 때만 해도 통일부 측에선 어떤 얘기도 없었다"고 했다. 이어 "저는 탈북민이기 전에 대한민국 국민이고 2013년부터 조선일보 기자로 5년간 통일부 기자단에 등록돼 활동하고 있다"며 "통일부는 북측의 요구가 없었음에도 특정 언론사의 기자를 북한 출신이라는 이유로 취재에서 배제한 것은 대한민국 헌법이 보장한 언론의 자유와 국민의 기본 권리를 침해하는 것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것이 한국에 정착한 3만 2000여명의 탈북민은 물론이고 북한 동포들에 대한 모독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사실 북측에서 그런 요구를 해오더라도 '탈북민도 우리 국민이다. 당신들이 내정간섭 하지 말라'고 통일부가 북측에 주장해야 하는 것"이라고 했다.

    '최근 탈북민들이 많이 위축돼 있다는 말들이 있는데 주변 탈북민들의 상황은 어떠냐'는 질문에는 "북한인권운동을 하는 탈북민들이 요즘 북한 인권을 금기시하는 사회 분위기와 예산문제로 인해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주장했다.

  • ▲ 남북고위급회담 남측 수석대표 조명균 통일부 장관이 15일 판문점 남측 평화의집에서 남북고위급회담을 마친 뒤 브리핑을 하고 있다. ⓒ 뉴시스
    ▲ 남북고위급회담 남측 수석대표 조명균 통일부 장관이 15일 판문점 남측 평화의집에서 남북고위급회담을 마친 뒤 브리핑을 하고 있다. ⓒ 뉴시스

    ◇조명균, "앞으로도 동일 상황에서 같은 결정할 것"

    통일부의 일방적 '취재 불허'에 대해 비난의 여론이 거센 상황이지만, 통일부는 재발 방지를 거부하고 있어 논란은 쉽사리 사그라들지 않을 전망이다. 

    통일부 출입기자단은 15일 오후 성명서를 내고 "자유를 찾아 대한민국 국민이 된 김 기자가 정작 우리 정부에 의해 자유를 제한당했다"며 "통일부 장관은 김 기자와 기자단에 사과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할 것"을 촉구했다.

    하지만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이날 회담을 마친 후 다시 남북회담 본부를 찾아 "오늘과 같은 상황이라면 같은 판단을 내릴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사실상 기자단이 요구한 재발 방지 약속을 거부하고, '취재 불허'를 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정치권과 학계 등에서도 통일부의 '취재 불허' 조치를 비판했다. 홍지만 자유한국당 홍보부장은 이날 국회 정론관에서 "북한의 심기 보전을 위해 정부가 직접 나서 국민의 인권과 직업의 활동을 제약하는 위헌적인 행태까지 서슴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은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통일부의 조치에 대해 "엄연한 우리 국민인 탈북민의 인간다운 생활을 할 사회적 권리를 박탈한 조치와 다름없다"고 했다.

    법조계에선 "조 장관의 조치가 헌법정신에 반하는 조치"라는 지적도 나왔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통일부가 설명한 내용만으로는 북한이탈주민의 직업수행의 자유를 침해해야 할 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보이지 않는다"며 "탈북민들에 대한 차별 행위로 볼 소지가 다분하고, 탈북민의 지위, 처우에 대한 차별행위에 대해 국가가 배상청구까지 가능하다고 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