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끌기 막기 위해 '핵 시간표'부터 마련을… 미국이 '핵물질 생산중지' 검증해야
  • ▲ 지난 5월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를 위한 폭파 작업을 북한 관계자들이 지켜보고 있다ⓒ뉴시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지난 5월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를 위한 폭파 작업을 북한 관계자들이 지켜보고 있다ⓒ뉴시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미국과 북한 사이의 2차 정상회담이 거의 기정사실화 되고 있는 가운데 많은 전문가들은 북한이 비핵화에 대한 의지를 확실히 보이고 있는가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나타내고 있다.

    해리 카지아니스 美국가이익센터(CNI) 국방연구국장은 지난 11일 美'내셔널 인터레스트'지에 기고한 “비핵화는 환상: 트럼프 대통령이 북핵 관련 진실을 받아들여야 하는 이유(Denuclearization Is a Fantasy: Why Trump Should Embrace the Truth on North Korea's Nukes)”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북한은 핵보유국이며 절대로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대북 정책의 초점을 북한의 비핵화에 더 이상 맞추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을 펴기도 했다.  

    이러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美브루킹스 연구소의 박정 선임연구원과 에릭 브루어 객원 연구원은 지난 11일 연구소의 웹사이트에 게재한 “북한이 비핵화에 나섰는지 어떻게 알 수 있을까(How to tell when North Korea starts to denuclearize)”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미국과 한국 정부 모두 북한이 마침내 핵무기를 포기하는 것을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믿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 두 전문가들은 김정은의 입장에서 북한이 진정한 의미의 비핵화에 나서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문제라고 전제했다. 그렇지만 비록 신속히 이뤄지기는 어려워도 핵무기를 포기하겠다는 의향을 나타낼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북한이 실제 비핵화 의사를 갖고 필요한 절차에 돌입했는지 가늠해볼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이들 두 연구원들은 다음의 3가지를 제시했다.

    첫째, 북한 측이 비핵화를 목표로 단계를 밟아나가는 진지한 실무 협의의 장을 마련하는 것이다. 여기에는 협상을 질질 끄는 것을 막기 위해 명확한 시간표를 만들어내는 것이 필요하고 아울러 이 회의에선 비핵화를 위한 기술적 내용에 관한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

    또한 김정은은 북한의 비핵화를 달성하기 위해 취하고자 하는 모든 단계들을 밝힐 필요가 있다.

    다만 외교적 해법을 찾았던 과거 미국과 이란 및 미국과 리비아의 경우처럼 공개적일 필요는 없으며 조용히 물밑에서 협의가 진행될 수도 있다.

    둘째, 북한이 핵물질의 생산을 중지하고 이를 미국이 검증하도록 하는 것이다. 북한은 이를 공개적으로 발표할 수도 있고 미국 측에 따로 의사를 전달할 수도 있다.

    이 조치로 김정은이 당장은 핵무기를 보유할 수 있고 다시 되돌릴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김정은이 행한 비핵화 조치들과 비교했을 때 훨씬 유의미할 수 있다. 의미 있는 검증은 미국의 입장에선 상당히 중요하며 북한에겐 민감한 사안인 동시에 부담을 안게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셋째, 김정은이 오랫동안 내세워온 비핵화의 정의와 북한의 안보와 번영에 있어 핵무기의 중요성에 대한 입장을 수정하는 것이다.

    북한은 오랫동안 한국과 일본에 대한 미국의 핵우산 제거와 주한 미군 철수를 비핵화라고 주장해왔다. 이를 수정하는 것은 북한이 한미 동맹 관계를 핵포기와 더 이상 결부시키지 않는다는 것과 미국을 비롯한 국제 사회가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을 받아들이는 의미가 될 수 있다. 

    또한 과거 핵포기 의사를 밝혔던 리비아 카다피의 경우처럼 김정은이 북한이 핵무기와 경제 발전을 동시에 추구하는 대신 경제 목표 달성을 위해 핵무기를 포기할 수 있음을 강조하는 것은 김정은이 미국과 새로운 관계를 구축할 준비가 됐다는 신호를 보내는 것이 될 수 있다.

    이들 연구원들은 이 세 가지 모두 북한이 비핵화를 위한 외교적 노력을 포기할 가능성을 없애지는 못한다고 인정한다. 하지만 북한이 일단 이와 같은 절차를 시작한다면 이를 돌이키는 것은 훨씬 더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기 때문에 유의미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