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BBC와 인터뷰… "김정은은 예의바른 사람" 또 호평
  • ▲ 문재인 대통령이 12일 영국 BBC와 인터뷰를 하는 모습. ⓒ청와대 제공
    ▲ 문재인 대통령이 12일 영국 BBC와 인터뷰를 하는 모습. ⓒ청와대 제공
    "종전선언은 미국과 북한 간의 오랜 적대 관계를 종식하겠다는 일종의 정치적 선언입니다. 그렇게 되면 앞으로 북한의 비핵화 진전에 따라서 평화 협상이 시작되고, 종국에는 비핵화의 완성과 동시에 평화협정을 체결하게 될 것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12일 청와대에서 가진 영국 BBC와의 인터뷰에서 "종전선언은 사전에 트럼프 대통령을 비롯해서 미국 측과 충분한 논의를 한 것"이라며 "북한이 일정한 조치를 취할 경우에 오랜 북미 간의 적대 관계를 이렇게 종식시키겠다는 하나의 정치적 선언으로 종전선언이 바람직하고, 그것이 가급적 일찍 조기에 이루어지는 것이 바람직하다라는 점에 대해서 한미 간에 공감대가 있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미국과 북한이 오랜 적대 관계를 종식하고 북한의 안전을 보장하면서 미북 관계를 정상화해 나가는 것은 서로 교환적인 것이고, 이것이 포괄적으로 함께 진행돼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북한이 미군 유해를 송환했고 △핵실험과 핵미사일의 실험을 전면 중단했으며 △북한에 하나밖에 없는 풍계리 핵실험장을 전면 폐기하고 △미사일 엔진 시험장과 발사대를 폐기하고 있는 상황임을 밝혀, 미국도 여기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점을 은연 중 강조했다.

    특히 문 대통령은 "북한은 미국이 '상응하는 조치'를 취해 줄 경우 영변의 핵시설을 폐기하는 등 추가적인 비핵화 조치에 나서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면서 "종전선언은 그 중 하나일 뿐, 이를 기점으로 북한의 비핵화 작업이 진전되고 종국엔 평화협정 체결을 이루는 프로세스로 (한미 양국이)나아가야 한다"고 밝혔다.

    이는 "북한이 거부하는 핵 신고를 일단 뒤로 미루고 영변핵시설 폐기와 종전선언을 맞바꾸자"는 강경화 외교부 장관의 제안을 문 대통령이 재언급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미북이 원하는대로 연내 종전선언을 마무리 짓기 위해선 현실적으로 '미북간 빅딜'이 불가피하다는 논리다.

    문 대통령은 미북이 서로 '상응하는 조치'를 취할 경우 점진적으로 대북제재도 완화돼야 할 것이라며 그때까지는 국제적인 제재 범주를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남북 관계 개선을 위한 노력을 기울이겠다는 뜻도 밝혔다.

    문 대통령은 "남북 간에 이뤄질 본격적인 경제 협력은 UN 차원의 제재나 미국의 독자 제재가 풀리거나 또는 제재에서 남북 간의 경제 협력이 예외적인 조치로 그렇게 용인될 때 비로소 가능한 것"이라며 "당장 경제 제재의 완화가 어렵다면 △경제 제재하고는 무관한 인도적 지원을 허용해 나간다든지 △문화예술단이 서로 교환 방문을 한다든지 △또는 앞으로 경제 제재가 풀리고 난 이후의 준비를 위해서 경제시찰단을 서로 교환한다든지 △북한에 미국의 연락사무소를 개설한다든지 하는 등의 조치들이 있을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사항을 밝혔다.

    문 대통령은 "물론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해 이런 국제적인 제재 공조는 유지될 필요가 있겠으나, 북한의 비핵화가 어느 정도의 단계에 도달하게 되면 그때부터는 북한에 대한 경제 제재를 서서히 완화해 나가는 것까지도 진지하게 검토돼야 할 것"이라며 "남북 관계 개선을 위한 노력들도 국제적인 제재의 틀 속에서 그 제재에 저촉되지 않는 범위부터 시작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북제재를 완화하는 데 있어 미국의 승인이 없이는 한국 정부가 그 어떤 것도 할 수 없을 것'이라고 언급한 것은 일정한 단계까지 우리가 국제적인 제재에 대해 한미 간 긴밀하게 협력하고, 보조를 맞춰 나가야 한다는 원론적인 말씀이었다고 본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북한 김정은이 이미 보유 중인 약 60여개의 핵탄두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에 대해서 언급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김정은 위원장은 완전한 비핵화를 약속했고 경제 발전을 위해서 핵을 포기하겠다고 말했다"면서 "체제만 보장된다면 자신들이 제재라는 어려움을 겪어가면서 핵을 가지고 있을 이유가 전혀 없다고 약속했다"고 전했다.

    "김정은 위원장이 말하는 완전한 비핵화는 추가적인 핵실험과 핵미사일 실험을 하지 않는 것에서 시작해서 핵을 생산하고 미사일을 발전시키는 시설들을 폐기한다는 것, 그리고 현존하는 핵무기와 핵물질들을 전부 없애겠다는 것, 전부가 포함된 것이었습니다."

    문 대통령은 "북한은 자신들의 비핵화 조치에 미국이 상응하는 조치를 취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에 '완전한 비핵화'를 이루기 위한 구체적인 프로세스는 북미 간에 협의해야 될 내용"이라며 "따라서 구체적인 시기나 프로세스에 대해 제가 김정은 위원장과 논의한 적은 없지만 '완전한 비핵화'의 개념 속에 이 모든 것이 포함된다는 점에 대해선 서로간 의견이 일치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김정은과 트럼프 대통령 중 누가 일하기가 더 편하느냐'는 질문엔 "두 사람 모두 나름대로 독특한 스타일들이 있지만 서로 결단력들을 보유하고 있다고 본다"며 "실무적으로 타임 테이블(timetable)을 두고 대화에서 어려움을 겪을 때도 있지만, 이렇게 완전한 비핵화의 방향으로 가게 된 것은 두 사람의 큰 결단 덕분이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전에 인권변호사로 활동한 적도 있는데 세계적인 인권 탄압 국가 지도자와 이렇게 손을 잡고 포옹하는 게 좀 불편하지 않냐'는 질문에 "북한도 보편적인 인권의 길로 나아가야 한다고 보지만 인권은 국제적으로 압박한다고 해서 증진 효과가 바로 생기는 것은 아니"라며 "북한이 개방의 길로 나와 이렇게 정상적인 국가가 되는 것이 북한 주민들의 인권을 실질적으로 빠르게 개선하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북한 주민들의 인권을 가장 실질적으로 개선해 주는 방법은 이런 남북 간의 협력, 그리고 국제사회와 북한 간의 어떤 협력, 그리고 또 북한이 개방의 길로 나와서 이렇게 정상적인 국가가 되어 가는 것, 이런 것들이 북한 주민들의 인권을 실질적으로 빠르게 개선하는 실효성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한편 문 대통령은 김정은의 인상에 대해 "다함께 봤을 것이라 생각한다"며 "김정은 위원장은 아주 젊지만 이 가난한 나라를 발전시켜야겠다는 분명한 비전을 가지고 있었고, 또 아주 예의바르고, 솔직담백하면서 연장자들을 제대로 대접하는 그런 아주 겸손한 리더십을 가지고 있었다"고 소개했다.

    이같은 호평은 지난 4월 판문점선언 직후 문 대통령이 언급했던 김정은에 대한 인상과 거의 엇비슷한 수준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6월 20일 러시아 합동취재단과 인터뷰에서도 "김정은 위원장이 긴 시간 동안 예의바른 그런 모습을 보여줬다"며 "아주 젊은 나이인데도 상당히 솔직 담백하고, 침착한 면모를 보였다"고 평가한 바 있다.

    야권에서는 문 대통령의 인터뷰 발언에 대해 "현실과 다른 지나치게 긍정적인 평가"라는 지적을 내놓았다. 자유한국당의 한 관계자는 "평소 예의가 바른 사람이라면 이모부를 고사총으로 죽이거나, 큰형을 신경가스로 암살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언론에 비쳐진 북한 김정은의 모습이 '진짜 모습' 이라고 보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