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뉴스'가 뭐길래... '진퇴양난' 방통위원장

이효성 위원장, 당정청·야권·시민사회 압박에 사면초가... 일단 "현행법 내에서" 주춤

임혜진 기자 프로필 보기 | 최종편집 2018.10.12 18:16:25
▲ 이효성 방통위원장.ⓒ뉴데일리DB

최근 정부·집권여당이 추진하는 '가짜뉴스 근절 대책 마련'을 놓고 여야 공방이 치열한 가운데 방송통신위원회가 "현행법 내에서 규제할 것"이라고 밝혀 눈길을 끈다. 야권과 시민사회의 거센 반발에 한 발 물러선 모습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효성 방통위원장은 지난 11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장에서 "가짜뉴스 확산 방지를 위해 시장에서 자율규제가 원활히 작동될 수 있도록 하겠다"며 "가짜뉴스라는 말이 포괄적이어서 자칫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고 언론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법을 개정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자유민주주의 원칙인 표현의 자유를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누가 봐도 좋지 못한 의도로 조작한 것만 사법절차를 통해 제재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사실상 '시장에서의 자율규제' 즉 현행법의 테두리에서 처리하겠다는 입장이다.

당정청 강한 압박에 '난감'

지난 2일 이낙연 국무총리가 공식적으로 가짜뉴스에 대한 대응책 지시를 내린 후 각 정부부처는 대대적인 '허위정보 근절 대책 마련'에 돌입했다. 이후 당·정·청은 합심한 듯 '가짜뉴스에 대한 매머드급 대책'을 내놓으라며 방통위를 향해 전방위 압박을 가하는 모양새를 내비치고 있다.

11일 국회 과방위 국감 현장에서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허위조작 영상 생산을 가속화하는 유투브 알고리즘을 규제하고, 해당 영상을 삭제하도록 하는 의무를 부여해야 한다"고 했다. 같은 당 김성수 의원 역시 "정부가 나서서 하는 것이 언론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우려를 불식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방통위는 난색을 표하고 있다. 방통위 설치법에 보장된 '정치적 독립성' 침해 논란 때문이다. 현재 야권에서는 "정부 규제는 헌법 훼손"이라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심지어 좌파 성향의 언론단체들도 '이건 아니다'며 소리 높이고 있다.

언론분야 시민단체인 언론개혁시민연대는 11일 성명에서 "방통위는 인터넷상 불법정보를 다루는 주무부처이지만, 법으로 독립성을 보장받는 조직인데 대통령이나 총리가 일방적으로 지시하고 수행하는 기관이 아니다"며 "정부가 방통위에 가짜뉴스에 대해 과잉 규제를 하라고 압박하는 것은 방통위 독립성 침해 행위"라고 규정했다.

이어 "특히 표현 규제 같이 고도의 전문성과 정치적 독립성을 요구하는 사안에 대통령이나 총리가 직접 개입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며 "여론조작이 사회에 미치는 해악에도 불구하고 민주국가들이 자율규제를 중심으로 대응하는 이유를 살펴야 한다"고 촉구했다.

시민연대는 "허위사실 유포만으로 처벌하는 민주국가는 사례를 찾기 힘들다. 방통위가 자율규제를 중심으로 대책을 마련한 것은 타당한 일이고 연초 업무계획에 포함됐던 것인데 1년도 안 돼 느닷없이 규제강화를 압박하는 것은 특정한 규제대상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의심을 피하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이는 지난 8일 예정됐던 '범정부 허위조작정보 근절대책' 발표가 돌연 취소된 것에 대한 지적이다.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방통위, 교육부, 법무부, 문화체육관광부, 경찰청,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주최로 발표될 예정이었던 '대책'마련은 '보완'을 이유로 연기됐다. 국무회의에서 총리가 더 강한 규제 방안을 요구했다는 후문이다.
▲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효성 방통위원장이 여야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뉴시스

당정청 요구 수용하면서도 '민간 자율규제' 강조

국회 과방위 소속 박대출 자유한국당 의원은 "정부가 가짜뉴스 근절대책을 발표하려다 연기한 것은 일단은 다행이지만, 사실은 연기가 아니라 취소가 마땅하다"며 "정권에 반대 소리를 내지 못하게 입에 재갈을 물리는 독재적 발상이 아닌지 우려스럽다. 정부가 권력기관을 동원해 가짜뉴스를 판단하겠다는 초법적 발상은 접어야 한다"고 방통위에 촉구하고 나섰다.

이에 방통위는 당정청의 '가짜뉴스 근절 요구'를 수용하면서도 '민간 기관의 자율규제' 방안에 초점을 맞추겠다는 입장이다.

이효성 위원장은 "언론계·학계를 중심으로 한 민간 기관의 팩트체크 기능을 활성화하는 자율규제 기반을 조성하고, 국민들이 가짜뉴스 여부를 판별할 수 있는 교육 확산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 부분과 관련해 12일 방통위 한 관계자는 "관련 제도 마련은 아직 여야 합의가 필요한 부분이다. 첨예한 정쟁이 일어나는 만큼 좀 더 논의가 필요하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방통위는 가짜뉴스 확산 방지를 위해 지난 1월 29일부터 서울대 팩트체크 결과를 네이버 뉴스홈에 공유하고 있다. 5월부터는 가짜뉴스 신고센터를 운영 중이다. 민관 기관 자율규제 기반조성 방안은 오는 12월까지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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