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티칸 향하는 文대통령은 그 사실 알까... 속 보이는 北의 '종교 외교'를 지원하는 꼴
  • ▲ 미국 CNN방송이 지난 2016년 1월 11일 북한에 억류 중인 한국계 미국인 김동철 목사와의 인터뷰를 방송으로 내보냈다. @ CNN 캡처
    ▲ 미국 CNN방송이 지난 2016년 1월 11일 북한에 억류 중인 한국계 미국인 김동철 목사와의 인터뷰를 방송으로 내보냈다. @ CNN 캡처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지난 9일 브리핑을 통해, 김정은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교황이 평양에 방문하면 열렬히 환영하겠다"는 뜻을 전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다음 주 있을 유럽 순방길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을 만나 김정은의 평양 방문 요청을 전달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북한 내 종교 자유에 대한 국내외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교황의 평양 초청계획은 1991년 북한이 외교적 고립을 만회하기 위한 방책의 일환으로 김일성이 직접 추진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16년 12월 남한으로 망명한 태영호 전 주영북한공사는 올해 5월에 출간한 '3층 서기실의 암호'에서 교황의 평양 방문 추진에 대해 상세히 증언했다.

    태 전 공사는 "1989년 6월 중국의 천안문 사태와 같은 해 11월 베를린 장벽 붕괴, 1991년 소련의 해체와 함께 동구권 사회주의 국가들도 연이어 붕괴되고 이듬해 8월 '한중수교'라는 최악의 외교사태를 맞으며 북한 정권은 정신 못 차리고 갈팡질팡했다"고 밝히고 있다.

    김일성은 "교황이 다른 나라를 방문할 때마다 열광적인 환영을 받는 뉴스를 보면서 당시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를 평양에 초청하면 북한이 외교적 고립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는 게 태 전 공사의 분석이다. 

    김일성은 1991년 외무성 내에 교황의 평양 초청을 위한 상무조(TF)팀을 특별 편성했지만, 실권을 쥐고 있던 김정일은 "교황이 평양에 다녀가면 북한에 천주교 신자들이 무섭게 늘어날 것"을 우려해 교황의 평양 방문 추진을 반대했다고 한다.

    당시 교황청은 북한 측에 "진짜 가톨릭 신자가 있다면 교황청으로 데려 와달라"고 요구했고 북한 노동당 가톨릭협회는 북한의 경찰기관 격인 사회안전부(보안성)의 전국 주민등록부를 모두 뒤져 6.25 전쟁 전까지 독실했던 신자 할머니 한 명을 찾는데 성공한다. 당 간부들이 그 할머니를 찾아가 "아직도 하느님을 믿느냐"고 묻자 할머니는 처음에 "수령님과 노동당이 있는데 하느님을 믿는다는 게 무슨 소리냐"며 정색했다고 한다.

    간부들이 "솔직히 말해도 괜찮다. 독실한 신앙인을 찾아내면 당과 국가가 오히려 도움이 된다. 혁명의 이익을 위해 바티칸에 한번 가셔야겠다"고 하자 할머니는 하늘을 바라보며 "하느님, 일생동안 열심히 기도를 드렸더니 이렇게 어린 양을 불러주시네요"라며 진심을 털어놨다고 한다. 

    당의 추천으로 교황청을 방문한 할머니는 바티칸에서 "북한에도 종교의 자유와 가정 예배소가 있다"고 증언했다. 그러나 노동당은 실제로 교황이 평양에 오면 북한에 가톨릭 열풍이 불것을 두려워해 결국 교황의 평양 방문 초청은 무산되었다고 한다.

    북 종교인들, "조선의 하느님은 오직 김일성 주석님"

    그러나 외교적인 목적을 염두에 둔 종교 이용은 계속됐다. 북한은 1980년대 후반, 대외선전 및 남북교류, 외화벌이 등의 목적으로 평양시 만경대구역 건국동(옛 봉수동) 보통강 변에 봉수교회를 재건했다.


  • ▲ 지난 2017년 7월 김일성 사망일을 맞으며 북한 주민들이 김일성 동상을 참배하고 있다. ⓒ VOA
    ▲ 지난 2017년 7월 김일성 사망일을 맞으며 북한 주민들이 김일성 동상을 참배하고 있다. ⓒ VOA

    2000년대 초반 북한 노동당 대남공작부서인 통일전선부(통전부)의 대남 정책과 101연락소 요원으로 근무하다 2004년 탈북한 장진성 뉴포커스 대표는 "북한에 있는 조선그리스도교연맹과 조선불교도연맹, 종교연맹, 조선천주교인협회, 조선기독교연맹, 조선종교인협회 등 모든 종교단체는 통전부 교류2과에 소속된 대남공작부서들"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단순 역사 유물로만 관리해 오던 일부 사찰들의 문을 열고 승려로 위장한 통전부 요원들을 배치하는 한편, 평양시 장춘동, 팔골동 등에 십자가를 세운 기독교와 천주교 건물들을 만들기도 했다"고 증언했다. 장 대표는 "이러한 북한 내 종교 시설들은 북한의 대남 및 해외교포정책을 지원하고, 종교의 합법성을 위장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북한 봉수교회 리성숙 목사는 “예수부활을 믿느냐”는 해외 기자들의 질문에 “죽은 사람의 부활은 믿지 않는다. 우리 조선의 하느님은 오직 김일성 주석님뿐”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북한 교회가 가짜임을 스스로 드러냈다.

    '신앙' 외부적으로 드러냈다간 바로 체포

    2000년대 초반, 남북 간 교류가 활발할 무렵 노동당 통전부 요원들은 방북 예정인 남한의 기독교 인사들을 '접대'하기 위해 별도로 준비된 예배당 안에서 찬송가 연습에 열중하고 있었는데 노인 한 명이 갑자기 그곳으로 들어와 찬송을 함께 불렀다고 한다. 통전부 요원들이 누구냐고 묻자 그는 "자신은 주변 사는 주민인데 전쟁 이후 지금까지 신앙을 몰래 숨겨오다가 찬송가가 들려 이제는 세상이 변해 하나님을 마음껏 믿을 수 있게 되었다"고 기뻐했다는 것이다. 그 노인은 바로 체포되었다.

  • ▲ 지난 2013년 7월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북한정의연대와 북한인권개선모임 주최로 열린 '북한의 종교박해 고발 기자회견'에서 북한의 종교박해 실상을 알리기 위해 그려진 그림이 전시됐다.ⓒ 연합
    ▲ 지난 2013년 7월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북한정의연대와 북한인권개선모임 주최로 열린 '북한의 종교박해 고발 기자회견'에서 북한의 종교박해 실상을 알리기 위해 그려진 그림이 전시됐다.ⓒ 연합

    최근 북한 양강도 혜산에서 점쟁이들과 마약 복용 혐의자들을 규탄하는 인민재판 형식의 군중 집회가 열렸다고 11일 한 대북소식통이 전했다. 지난 2일 오전 9시, 혜산시 내 경기장에서는 혜산시 주민들과 공장노동자 300여 명이 모인 가운데 미신 행위자 7명과 마약 혐의자 8명이 연단으로 끌려 나와 군중들로부터 성토를 당했다고 한다.

    인민재판을 지휘한 중좌 계급의 보안원 간부는 "범죄자들이 응당한 대가와 엄중한 법적 처벌을 받을 것"이라고 연설했다고 한다. 북한에서 종교인들에 대한 엄중한 처벌이란 정치범 수용소행 아니면 총살형뿐이다. 북한은 모든 종교를 "사회주의 사상을 와해시키고 계급 의식을 마비시키는 아편과 같은 것"으로 철저히 배격하고 있으며 기독교나 불교는 물론 토속신앙과 미신 모두 정치범에 해당하는 중범죄로 취급하고 있다.

    북한은 여전히 세계 최악의 기독교 박해 국가 

    북한의 종교탄압은 국내에서만 머무르지 않는다. 지난 2016년 4월 중국 장백현에서 목회를 하고 있던 조선족 한충렬 목사가 중국 현지에서 무참히 살해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에는 한 목사를 살해한 주범이 밝혀지지 않았지만, 그로부터 1년이 지난 2017년 7월 중국 장백 맞은편인 북한 양강도 보천군 가산리에서 살고 있던 20대 여성이 탈북한 뒤 한 대북 매체를 통해 "자신이 북한 보위성의 사주를 받아 2016년 4월 한충렬 목사 암살 공작에 가담해 포상금까지 받았다"고 자백하면서 한 목사 피살이 북한 소행으로 드러났다.

    올해 1월 국제 기독교 선교단체인 ‘오픈 도어즈’가 선정한 세계 최악의 기독교 박해 국가로 17년째 북한이 지목됐다. 김정은과 문 대통령의 평양 방문요청에 프란치스코 교황이 선뜻 응할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김일성 정권 때부터 추진했던 '종교를 이용한 외교'에, 문 대통령이 결과적으로 동조하고 있다는 비판은 피하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