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에서 친구로" 지난한 평화협정…국립극단 '오슬로'

신성아 기자 프로필 보기 | 최종편집 2018.10.12 15:52:53

1993년 9월 13일 일촉즉발의 위기 상태였던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두 정상이 최초로 평화협정을 체결하며 전 세계를 놀라게 했다. 이 협정은 노르웨이 오슬로의 외곽 숲속 고성에서 비밀스럽게 진행됐던 사전협상의 이름을 따 '오슬로 협정'으로 불렸다. 

국립극단(예술감독 이성열)은 2018년 하반기 해외신작으로 이 협정의 뒷이야기를 담은 연극 '오슬로'를 10월 12일부터 11월 4일까지 명동예술극장에서 아시아 초연한다.

세계의 관심을 받는 미국 출신의 극작가 J.T.로저스의 작품으로 2016년 뉴욕 초연 후 토니상, 드라마 데스크상, 뉴욕 드라마비평가협회상 등을 휩쓸었다. 로저스는 르완다 대학살, 아프가니스탄 사태 등 그간 국제사회의 뜨거운 감자를 재치 있게 다룬 바 있다.

작품은 노르웨이의 한 부부가 17개월간의 비밀 협상을 통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사이의 평화협정을 체결하는 과정을 다룬다. 다소 묵직한 소재임에도 불구하고 속도감 있는 서사에 블랙 유머를 적절하게 녹여냈다. 현재 영화 '라라랜드'의 제작진이 영화화를 진행 중이다.

평화협정은 이스라엘의 이착 라빈 수상이 암살당하면서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지만 '오슬로'는 불가능 속의 가능성을 찾는 여정 그 자체에 집중한다. 적대관계의 양자가 극적으로 손을 맞잡는 과정은 최근 남북정상회담 개최로 새로운 국면을 맞이한 대한민국의 정세와도 비견된다.

J. T. 로저스 작가는 "적과 마주하고 그로 인한 변화를 지켜본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를 질문하고자 한다. 그러나 그에 대한 답은 관객의 몫으로 남겨두겠다"며 "남북관계의 갈등과 돌파구로 인해 제 작품이 좀 더 특별한 정치적 울림을 줄 것"이라고 전했다.

연극 '오슬로'는 이성열 국립극단 예술감독의 취임 이후 첫 번째 연출작이다. 취임 전 극단 백수광부의 대표이자 상임연출 활동해온 그는 '햄릿아비', '과부들, '야메의사' 등 다양한 문제작들을 연출했다.

'하나의 가능성을 향한 지난한 과정'이라는 주제로 공연을 준비 중인 이성열 예술감독은 "평화로 가는 길이 얼마나 힘든 것인지를 보여주고 싶다. 하지만 굴하지 않고 어려움을 뚫고 가는 사람들의 희망과 의지를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분쟁과 평화로 가는 길이 우리에게 어떤 이야기가 될 수 있을까를 고민했다"며 "이 작품은 적에서 친구가 돼가는 과정이 큰 줄기다. 우리나라도 지금 그러한 상황이 아닐까 생각해서 이 작품을 선택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이번 공연에서 오슬로의 아파트와 강의실, 가자지구의 뒷골목, 런던의 호텔 등 다양한 장소들을 표현할 현대적인 무대와 실제 협정 당시의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상황을 보여줄 자료영상은 공연을 더욱 실감 나게 만든다. 

이 예술감독은 "3시간 동안 60개의 장면이 있다. 연출적인 면에서는 수많은 장면들이 전환되고, 그 흐름이 끊기지 않게 하는 것에 신경을 썼다"며 "암전이 한 번도 없다. 계속 달려가는 작품이다. 배우들의 연기술에 대부분 의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열정적인 사회학자 '티에유 라르센' 역은 극단 양손프로젝트의 배우 손상규가 맡았다.  카리스마 있는 외교관 '모나 율' 역에는 연극과 뮤지컬을 넘나들며 활발한 활동을 펼치는 전미도가 캐스팅됐다. 이 외에도 김정호, 정승길, 임준식, 최지훈, 정원조, 이호철 등이 출연한다.

배우 전미도는 "서사구조로 돼 있는 대본이라서 한 번 읽어내는 것도 머리가 쥐가 나는 것 같았다. 어떤 논리적인 이유가 있는 것이 아니라 감정적으로 끌렸다. 연습을 하면서 지금 우리의 상황과 맞닿아 있기 때문에 본능적으로 끌리지 않았나 생각한다"며 '오슬로' 출연 이유를 밝혔다.

[사진=국립극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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