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노조, 지상파4사와 산별 협약...'무소불위' 권력 우려

보도·편성에 인사권까지 영향 가능... "방송은 특정 노조의 것 될 수 없어" 비판 나와

임혜진 기자 프로필 보기 | 최종편집 2018.10.11 18:26:55
▲ 지난해 9월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KBS 본관 앞에서 민노총 산하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조합원들이 당시 고대영 KBS 사장의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뉴데일리DB

KBS, SBS, MBC, EBS 등 지상파 방송 4사가 지난달 민노총 산하 전국언론노조와 산별 협약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협약 중 논란의 소지가 있는 내용이 포함된 점이 뒤늦게 알려져 파장이 일고 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박성중 의원이 10일 밝힌 자료에 따르면, 제55회 방송의 날인 지난달 3일 지상파 4사는 민노총 산하 전국언론노조와 '지상파 방송 산별 협약'을 맺었다. 그러나 그 내용에 노조가 보도와 편성은 물론 인사권에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사실이 알려지자 KBS 내 공영노조는 즉각 성명을 내고 반발했다. 이들은 11일 성명을 내고 "특정노조에 무소불위의 권력을 주는 것"이라며 "특정노조가 다수를 점한 현재 상황에서는 정권이 바뀌거나 사장이 교체되더라도 여전히 노조권력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한 장치"라고 지적했다.

공영노조는 "이 협약은 노영방송을 제도화하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아무리 방송이 노조에 의해 장악됐다고 해도, 자신들이 앞으로도 맘대로 할 수 있는 규약을 만드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방송은 특정 노조나 정파의 것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노사 동수 공정방송 기구 설치... 그 성격은?

지상파 4사는 지난 6월 노조 측과 산별 교섭을 시작해 8월 31일자로 △공정방송 △제작 환경 개선  △지상파 방송의 공정성 강화 및 진흥 등의 합의안을 도출했다. 산별 협약의 핵심은 공정방송이다. 그를 위해 노사 동수의 관련 기구 설치를 의무화했다.

전국언론노조 윤창현 SBS본부장, 김연국 MBC본부장, 이경호 KBS본부장, 양승동 KBS사장, 최승호 MBC사장, 박정훈 SBS사장, 장해랑 EBS사장 등은 해당 협약에 서명했다.

그러나 논란이 되는 점은 협약 제 7조 부분이다.

"보도·편성·제작 책임자의 직위와 범위는 방송사별 노사 협약으로 정한다", "사용자와 조합은 책임자의 임명·평가 등에서 제작 종사자의 의견이 반드시 반영될 수 있는 절차와 방법을 정해야한다"

공영노조 측에 따르면, 해당 협약 내용에는 △'공정방송을 저해하는 구성원'에 대해서는 징계심의를 요구할 수 있고 △사용자는 해당 요구를 수용해야 한다 등의 내용도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산별협약은 관계법령이나 단체협약, 취업규칙에 우선 적용된다는 내용도 명시됐다고 했다.

언론노조 측은 "2000년 산별노조로 전환한 이후 18년 만의 산별 교섭이다. 촛불 혁명으로 본격화한 방송 정상화를 기대한다"는 환영의 뜻을 내비쳤지만 방송계 전반에는 우려가 만연하다. 노조의 경영 참여 자체가 여전히 논란이 많은 사안이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해 MBC·KBS 파업 사태를 감안했을 때, 향후 방송사 경영과 보도 방침 설정이 더 큰 혼란의 장이 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박성중 의원은 해당 사실을 두고"공정 방송 실현이라는 명목으로 인사·징계권 및 편성과 보도권까지 사실상 노조에 내준 꼴"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지난달 28일 방송문화진흥회 이사회에서도 비슷한 우려가 제기되기도 했다. 김도인 방문진 이사는 당시 "공정방송을 부정하는 사람은 없으나 노조에 가입하지 않은 사람, 즉 비(非)노조원에 대해 공정방송 관련 징계를 하지는 않을까 (우려된다)"고 밝힌 바 있다.

KBS 공영노조 역시 비슷한 부분을 지적하고 있다. 구성원에 대한 징계 요구를 사측이 수용해야 한다는 점을 두고 "취업규칙상, 전체 과반이상 근로자의 동의를 받아야함에도 해당 절차를 거치지 않는 것이다. KBS 판 적폐청산위원회인 이른바 <진실과 미래위원회>와 마찬가지로 근로기준법을 위반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자유한국당의 한 관계자는 11일 통화에서 "특정 세력이 노골적으로 방송을 장악하려는 의도"라며 "우리편이 아니면 쓸어내겠다는 의미로밖에 읽히지 않는다. 가짜뉴스 공방으로 1인 미디어마저 규제받을 가능성이 있는 상황에 공영방송이 특정 진영 혹 정권의 손에 들어가면 어떻게 되겠나"고 성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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