곳곳에서 한·미간 이견 노출에 외교 결례성 발언에도 靑 '조용한 대응' 택해
  • ▲ 강경화 외교부장관. 강경화 장관은 지난 10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 강경화 외교부장관. 강경화 장관은 지난 10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5.24 조치 해제에 대해 관계부처와 검토중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현지시각으로 10일 "그들은 우리의 승인 없이는 제재를 완화하지 않을 것"이라고 한 것에 대해 청와대가 관계자가 "모든 사안들을 한·미 사이에 공감과 협의가 있는 가운데 진행을 하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최근 대북제재 완화 여부를 놓고 한·미 간 이견이 감지되는 가운데, 청와대로서는 그간 빈틈없는 한·미 공조를 강조해온 만큼 조용히 대응하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청와대 관계자는 11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국회서 논의가 있었기 때문에 기자들이 질문을 던졌고, 거기에 트럼프 대통령이 답한 거라 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한국과 미국 사이에 긴밀하게 협의를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현지 시각으로 10일 "한국 정부가 대북제재 완화를 검토했다는 말이 있다"는 기자들의 질문에 대해 "그들은 우리의 승인 없이는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 발언이 논란이 된 것은 '승인'이라는 표현이 포함돼 있어서다. '승인'은 일반적으로 상하 관계에서 주로 사용되기 때문에 정상적 외교 관계에서는 잘 등장하지 않는 용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4일에는 문재인 대통령에 '수석 협상가'의 역할을 주문하기도 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지난 6일 "그제 밤(4일) 통화 내용을 하나 더 말씀드리겠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문재인 대통령에 북한과 미국, 양쪽을 대표하는 협상가, 치프 네고시에이터(chief negotiator)가 돼서 역할을 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이런 배경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문재인 정부가 구상하는 대북 경제 협력에 대해서는 단호히 선을 긋고 나온 것이다. '승인'이라는 용어는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 결례'이기도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의 '굴욕 외교'로 비쳐질 수도 있는 대목이다.

    그럼에도 청와대는 강하게 대응하지는 않고 있다. 이는 청와대가 그간 꾸준히 한국과 미국 간의 공조가 잘 되고 있다고 강조해왔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다른 청와대 관계자는 "빈센트 브룩스 한미연합사 사령관이 협의가 잘 진행되고 있다고 말하지 않았느냐"며 "미국과의 소통창구는 군사분야는 연합사이지 않느냐. 브룩스 사령관이 잘 협의됐다, 진행되고 있다고 한 말로 갈음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편 강경화 장관은 지난 10일 5.24 조치의 해제 문제와 관련해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관계부처와 검토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해 논란이 됐다. 강 장관은 또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지난달 평양 남북정상회담에서 합의한 군사분야 합의서와 관련해 불만을 표했다고 시인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