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비준 총의 모으는 자리에 조명균 불러… 지상욱·이학재 "형식적 절차 밟나" 반발
  • ▲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가 8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바른미래당 의원 워크숍에 참석해 모두발언 하고 있다. ⓒ뉴데일리 공준표 기자
    ▲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가 8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바른미래당 의원 워크숍에 참석해 모두발언 하고 있다. ⓒ뉴데일리 공준표 기자

    바른미래당이 4·27 판문점 선언 국회 비준과 조명균 통일부 장관의 의원총회 참석을 놓고 또다시 충돌했다. 손학규 대표와 김관영 원내대표는 당초 조명균 장관을 의원총회에 초대해 평양 공동선언 브리핑을 들을 예정이었으나, 국회 비준에 부정적인 당내 보수 성향 의원들의 반대에 부딪혔다.

    손학규 대표는 8일 국회에서 열린 바른미래당 의원 워크숍에서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의 흐름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라며 "국회는 한반도 평화와 비핵화를 위해 역할을 할 때가 됐고, 바른미래당도 적극적인 역할을 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손 대표는 "워크숍 후반부에 조명균 통일부 장관을 초청해 정부 대책을 듣고 바른미래당의 문제점 등을 같이 토의하겠다"고 했다.

    김관영 원내대표도 발언에서 "현재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정세는 과거와 다르게 전개되고 있다"며 "이번 기회에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평화체제를 이루는데 국회가 기여하고 해야 할 일을 적극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원내대표는 "바른미래당은 북한 비핵화를 증명할 실질적 조치가 나와야 하고, 진전 상황에 따라 비준 문제를 논의할 수 있다는 것"이라며 "수구 냉전의 논리와 과거 프레임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자유한국당과 달리 평화를 위한 노력을 보여줄 계기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 같은 지도부 발언은 당내 보수 성향 의원들에게 '바른미래당이 국회 비준에 적극 나서겠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지상욱·이학재 의원은 국회 비준에 반대하는 항의성 발언을 한 뒤 조 장관 도착 전 의총장을 떠났다. 이들은 국회 비준 관련 총의을 모으는 자리가 조명균 장관의 비준 동의 설득의 자리로 바뀐데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이학재 의원은 "국회 비준에 대한 공이 이미 국회로 넘어온 상황에서 통일부 장관을 부르는 것은, 바른미래당이 이미 국회 비준을 마음속으로 정해놓고 형식적 절차를 밟고 있다는 오해를 일으킬 수 있다"며 "당내 토론을 정한 상황에서 특정한 국회 비준을 요청하는 장관을 불러 보고받는 것은 앞뒤가 안 맞는 절차"라고 지적했다.

    지상욱 의원도 "북한이 진정한 비핵화를 한다는 시점에 평화협정을 해주면 되는데, 왜 그전에 성급한 종전선언이 필요한가에 의문을 제기할 수밖에 없다"고 가세했다. 지 의원은 김관영 원내대표를 겨냥해 "바른미래당에 냉전적 안보관을 가진 분은 없다. 걱정하지 말라"며 "평화를 바라는 사람들의 충정과 애당심에서 우러나오는 지적"이라고 비꼬았다.

    군 출신 김중로 의원은 "당 대표, 원내대표의 말 한마디 한마디는 굉장히 중요하다"며 "언론에 미리 이야기해 놓고 의총을 여는 게 맞는지, 절차상 이해하지 못할 의사결정을 하는데 대해 대단히 유감"이라고 말해 지도부의 절차적 문제를 지적했다.

    오신환 의원은 국회 비준에 신중한 입장을 취하면서도 조명균 장관 보고에는 긍정적인 입장을 드러냈다. 오 의원은 "통일부 장관이 어떤 말을 한다고 거기에 경도되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장관을 통해 남북협상 관련 비공개 정보를 얻는 게 판단에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고 했다.

    조명균 장관은 의총이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저희가 먼저 찾아와 판문점 선언 비준 동의와 관련해 설명드릴 기회를 가졌어야 했는데, 기회를 주신 바른미래당 측에 감사하다"며 "의원님들의 말씀을 많이 들었다"고 말했다. 다만,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비공개 자리였기 때문에 밝히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