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선언문엔 '철도 및 도로 련결과 현대화 위한 착공식', 南측엔 '착공식'만... 비용 논란 의식?
  • ▲ 9월 평양공동선언의 2조, 2조 1항을 비교한 모습. 왼쪽이 남한, 오른쪽이 북한 측 버전이다. ⓒ뉴데일리 임재섭 기자
    ▲ 9월 평양공동선언의 2조, 2조 1항을 비교한 모습. 왼쪽이 남한, 오른쪽이 북한 측 버전이다. ⓒ뉴데일리 임재섭 기자
    지난 9월 19일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이 합의한 '9월 평양공동선언'을 분석한 결과, 우리 측 발표 선언문에서는 철도 관련 조항에서 '현대화'라는 문구가 빠진 것으로 나타났다. 

    본지가 최근 청와대가 발표한 평양공동선언의 한글 및 영문본과 조선중앙통신 등이 발표한 북측의 9월 평양공동선언의 한글 및 영문본을 각각 입수해 분석한 결과 4곳에서 차이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경의선과 동해선을 현대화 하는 과정에서 수십조원에 이르는 천문학적 액수가 소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상황인 만큼, 평양공동선언 문구를 둘러싼 논란 또한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먼저 평양공동선언 2조 1항의 문구가 남한은 "남과 북은 금년내 동, 서해선 철도 및 도로 연결을 위한 착공식을 갖기로 하였다"고 돼 있는 반면, 북한은 "북과 남은 올해 안에 동, 서해선 철도 및 도로 련결과 현대화를 위한 착공식을 가지기로 하였다"고 서술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북한은 화물 수송의 90%, 여객 운송의 60%를 철도가 담당한다고 할 정도로 철도에 대한 의존율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1990년대 소련이 붕괴한 이후 심각한 경제난으로 인해 철도에 대한 유지·보수를 하지 못했다. 도로와 철도의 현대화는 북한 입장에서 절실한 부분이다.

    북한 김정은 역시 철도 지난 4월 판문점을 방문한 자리에서 문재인 대통령에 "평창 올림픽에 갔다 온 분들이 평창 고속열차가 다 좋다고 하더라"고 말하기도 했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의 자유한국당 정양석 의원은 한국철도시설공단이 제출한 철도 1km당 건설 단가 자료를 근거로 "북한의 철도와 도로 현대화 사업에 50조 원 이상의 돈이 소요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정갑윤 자유한국당 의원이 10월 2일 국회 예산정책처로부터 제출받아 공개한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판문점선언 비준동의안 관련 사업전망’ 자료에 따르면 북한의 철도·항만 등 10개 분야의 현대화 사업을 위해서는 최소 103조 2008억 원, 최대 111조 4660억 원의 비용이 소요된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는 지난달 11일 국회에 판문점선언의 비용추계서를 제출하면서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해 추가로 편성된 비용은 2986억원"이라고 밝혔다. 추가편성 금액을 포함해 내년도 1년치 추계 금액인 총 4712억원만 국회에 제출한 것이다. 

    ◆ 南은 '상호호혜', 北은 '상호' 뺀 '호혜'... 일방적 지원 의미? 

    또한 평양공동선언 2조 역시 서술에서 차이가 있다. 평양공동선언 2조에서 남한은 "남과 북은 상호호혜와 공리공영의 바탕 위에서 교류와 협력을 더욱 증대시키고…(후략)"이라고 돼 있는 반면, 북한은 "호혜와 공리공영의 원칙에서 교류와 협력을 더욱 증대시키고…(후략)"라고 명시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조항에서 차이가 있는 부분은 '상호호혜'↔'호혜'와 '바탕 위에서'↔'원칙에서'이다. '상호호혜'의 경우 남한과 북한의 경제력 차이를 감안 할 때 실제로 북한 측이 남한에 호혜를 베풀기는 어렵다.

    하지만 북한 측 선언문에는 '호혜'가 '원칙'으로 명시돼 있다. 향후 남북관계에서 어떤 변화가 오더라도 북한이 '원칙적으로' 도울 이유는 없는 셈이다.

    ◆ 남한에서는 '소통', 북은 '협상'과 '연계'로

    9월 평양공동선언 서문에 서술된 '소통' 역시 남과 북이 서로 다르게 적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남한 측 선언의 서문에는 "양 정상은 역사적인 판문점선언 이후 남북 당국 간 긴밀한 대화와 소통, 다방면적 민간교류와 협력이 진행되고…(후략)"으로 서술돼 있지만, 북한 측에는 "수뇌분들께서는 력사적인 판문점 선언 이후 북남당국 사이의 긴밀한 대화와 협상, 다방면적 민간교류와 협력이 진행되고"라고 적시돼 있다. '소통'이 아닌 '협상'으로 명기된 것이다.

    1조 2항에도 남한 측의 '소통'이 북한 측과 차이가 있었다. 남한의 9월 평양공동선언은 "남과 북은 남북군사공동위원회를 조속히 가동하여 군사분야 합의서의 이행실태를 점검하고 우발적 무력충돌 방지를 위한 상시적 소통과 긴밀한 협의를 진행하기로 하였다"고 돼 있지만, 북측은 "북과 남은 북남군사공동위원회를 조속히 가동하여 군사분야합의서의 리행실태를 점검하고 우발적 무력충돌 방지를 위한 항시적인 련계와 협의를 진행하기로 하였다"고 돼 있다. 우리측에는 똑같이 '소통'이라 돼 있지만 이에 대해 북한은 다른 용어를 쓴 것이다.

    ◆ '현대화'문구, 영문판에도 우리 측만 빠져…'판문점선언' 때 논란 되풀이되나

    이같은 양측간 문구 차이는 영문판에도 그대로 적용된 것으로 보인다. 철도사업의 현대화를 적은 2조 1항의 경우, 북한 측 영문 번역판의 경우 'modernizing'(현대화) 이라는 단어가 명기 돼 있으나 우리 측의 영문 번역본의 경우는 이 표현이 없다.

    문재인 정부의 남북합의서의 선언 내용 관련된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4월 27일 남북 간에 이뤄진 '판문점 선언'의 경우에도 비슷한 논란이 있었다. 미국 VOA(미국의 소리)는 평양 남북정상회담 일주일 전인 지난달 12일, "남북이 9월 6일 유엔에 공동으로 제출한 '판문점선언'이 연내 종전선언 합의를 기정사실화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는 판문점 선언 제3조 3항에서 "남과 북은 정전협정체결 65년이 되는 올해에 종전을 선언하고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며 항구적이고 공고한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남·북·미 3자 또는 남·북·미·중 4자회담 개최를 적극 추진해 나가기로 하였다"고 적시돼 있는 것을 감안하면 '한국의 번역보다는 북한의 번역이 원문에 더 가까워 보인다'는 취지의 보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