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 보자기 펴 놓으면 메뚜기 달려들어…'고난의 행군' 이후 뱀, 개구리, 번데기 식용 증가
  • ▲ 2014년 8월 전남 해남군에 출현한 메뚜기 떼. 북한에서는 이것도 '식량'이라고 한다. ⓒ연합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2014년 8월 전남 해남군에 출현한 메뚜기 떼. 북한에서는 이것도 '식량'이라고 한다. ⓒ연합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최근 북한에서는 혹서와 가뭄으로 올해 최악의 흉년이 들 것이 예상돼 민심이 어수선하다고 평양에서 온 탈북자가 전해왔다. 특히 상대적으로 농경지 비율이 작은 강원도 협동농장에서는 수확한 쌀을 군량미와 당국에 바친 뒤 농민들 몫으로 남는 게 고작 한두 달 분밖에 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한다. 이를 두고 북한 소식통은 2019년 3월부터 6월 사이 보릿고개 때 굶어죽는 사람이 많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다.

    1990년대 중반 배급체계가 무너진 뒤 북한 주민들은 들판에서 단백질 공급원을 찾아서 연명해 왔다. 물론 북한 장마당에서도 고기와 생선도 판다. 그러나 쇠고기나 돼지고기, 닭고기는 가격이 비싸 보통 주민들이 사먹기 어렵다. 대신 장사를 하는 사람들에게 얼마를 쥐어 주고 내장을 가져가 삶아 먹는다. 이런 현실에서 북한 주민들이 찾은 대안은 메뚜기와 누에고치 번데기, 개구리, 뱀 등이라고 한다.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따르면, 최근 북한 주민들 사이에서는 메뚜기 잡이가 유행하고 있다고 한다. 실제로 북한에서는 고난의 행군 이후 가을이 되면 메뚜기를 잡아먹는 주민들이 많았다. 가을마다 메뚜기를 잡다 보니 한 번에 많이 잡는 요령을 터득한 주민들도 있었다. 이들은 풀밭에 흰 보자기를 펴놓는다. 그러면 메뚜기들이 이곳으로 마구 뛰어든다. 메뚜기가 흰 보자기 위에 어느 정도 모였다 싶으면 미리 준비해 놓은 큰 물통에 털어 넣는다.

    강원도나 함경북도 등 농촌 지역에서는 이렇게 잡은 메뚜기를 가마솥에 넣고 기름에 볶아 도시에 내다 파는 일이 많다. 농촌 주민들에게 메뚜기는 단백질 공급원이자 수익원이기도 한 셈이다. 북한에서 이렇게 메뚜기가 많이 잡히는 이유는 농약을 쓸 수 없는 환경 때문이다. 북한에서 농사를 지을 때 농약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한 것은 이미 십 수 년도 더 된 일이다.

    북한 주민들 사이에서 메뚜기만큼이나 많이 먹는 ‘간식용 곤충’에는 누에고치 번데기가 있다. 특히 기름에 볶은 번데기는 북한 주민들 사이에서 인기 있는 술안주다. 최근 평양에서는 번데기 한 컵에 북한 돈 1,500원 가량으로 팔린다고 한다. 

    북한 장마당에서는 뱀도 팔리고 있다. 독이 없는 늘메기(유혈목이)는 북한 돈 7,000원, 독사인 살무사는 1만 원 안팎에 팔리고 있다. 북한 주민들이 시장에서 버는 월 수익은 북한 화폐로 최소 35만원에서 50만원 수준이다.

    북한 일반 주민들의 월 수익을 놓고 볼때  뱀 1마리 가격은 결코 싼 값이 아니다. 북한에서 뱀은 고급술을 제조하거나 약을 만드는데 쓰인다고 한다. 다만 고습술과 보약 제조용 뱀은 살아있을 때 팔아야 1만원에서 7000원의 가치가 있다고 한다.

    뱀 역시 북한주민들에게는 무시못할 짭짤한 수입원인 셈이다. 잡을 때 이미 죽어서 가치가 떨어진 뱀을 북한군은 구워 먹는 경우가 많고 주민들은 주로 삶아 먹는다.

    북한 주민들은 개구리와 미꾸라지도 잡아먹기도 한다. 그런데 ‘찍찍이(배터리)’를 사용한 개구리와 미꾸라지를 너무 많이 잡아 마을 주변 개울과 하천에서는 씨가 마를 정도다. 개구리에 맛이 들린 북한 주민들은 독성이 강하다고 알려진 ‘고추개구리(무당개구리, 비단개구리라고도 부름)’까지 먹는다고 한다. 주로 하수구나 늪에 사는 ‘고추개구리’는 무늬가 마치 북한군 정찰대대 대원들 군복과 비슷해 ‘정찰병 개구리’라 부르기도 한다.

    한국 사람들에게는 메뚜기와 뱀, 개구리, 번데기를 먹는 것이 ‘추억’일 수도 있겠다. 그러나 탈북자들은 이런 것으로 굶주림을 달래는 북한을 가리켜 사람뿐만 아니라 짐승과 곤충도 태어나면 불행한 땅이라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