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납금 개선 없인 사업자만 배불릴 뿐"... 서울시민들도 "결국 우리만 봉" 볼멘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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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시가 내년부터 택시요금을 대폭 인상키로 하자 비난 여론이 거세게 일고 있다. 2013년 이후 6년 만의 인상이지만, 법인 택시기사의 '등골'을 빼먹는 사납금 제도의 개선책 없이 시민에게만 부담을 지우려는 전형적 '탁상행정'이라는 지적이다. 

    4일 서울시와 택시업계에 따르면 서울시와 택시 노사·시민단체·사용자 간 협의체인 '노사민전정협의체'는 지난 2일 택시 요금 인상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본요금을 현행 3000원→4000원 인상, △기존 밤 12시→밤 11시로 심야 할증시간 확대, △주행요금을 현행 142m당 100원→135m당 100원으로 인상 등이 주요 내용이다.

    이번 택시 요금 인상안은 협의체 논의를 바탕으로 시에서 최종적으로 확정한다. 서울시는 "아직 구체적으로 논의된 바는 없다"는 입장이지만 2013년 당시에도 협의체의 요금 인상안이 대부분 현실화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택시 요금 인상은 확정된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목소리가 많다.

    ◇서울시 생활임금 기준 맞춰 인상 추진...'탁상행정' 지적

    이번 '기본요금 4000원 인상'은 법인 택시기사의 월평균 소득을 285만원으로 끌어올리기 위한 것이다. 서울시의 내년도 생활임금 1만 148원(시급)을 기준으로 법인 택시기사의 일평균 근로시간과 근로일수를 환산해 나온 금액이다. 현재 서울지역 법인 택시기사 월평균 소득은 217만원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법인 택시업계의 고질적 문제인 '사납금 제도'를 개선하지 않으면 택시요금 인상이 법인 택시회사의 배만 불릴 수 있다는 점이다. 서울시와 법인 택시회사들은 요금 인상에 따른 사납금 인상을 막기 위해 지난달 택시요금이 인상되더라도 6개월간 사납금을 동결하겠다는 데 합의했다.

    하지만 사납금 동결 기간이 6개월이라는 점, 요금 인상으로 승객수 감소 같은 문제는 고스란히 남아 있다. 법인 택시기사들이 요금 인상에 반대하는 이유다.

    업계에 의하면 법인 택시기사들은 일일 사납금 14~17만원을 제외한 나머지 몫을 수당으로 가져가고 있다. 사납금을 채우고 나면 실제 손에 쥐는 돈은 서울시가 밝힌 월평균 217만원에 훨씬 못 미친다는 게 택시기사들의 주장이다. 서울시의 '월평균 소득 285만원'도 '희망적 숫자'에 불과하다고 하소연한다. '동결'을 약속한 6개월 뒤 회사 측이 사납금을 올리면 '울며 겨자 먹기'로 따를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날 서울시청 인근에서 만난 50대 법인 택시기사 A씨는 "택시 요금이 올라도 사납금이 6개월 이후엔 올라갈 수도 있다"며 "결국 기사들 손에 떨어지는 돈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또다른 택시기사도 "서울시의 월평균 285만원 소득은 꿈같은 얘기"라고 했다.

  • ▲ 박원순 서울시장.ⓒ뉴데일리DB
    ▲ 박원순 서울시장.ⓒ뉴데일리DB
    ◇사납금 폐지, 월급제 전환... 택시 공급량 조절해야

    법인 택시기사들은 요금 인상이 '승객 감소'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40대 택시기사 B씨는 "요금이 급격히 인상되면 승객이 줄어들어 사납금조차 채우기 힘들어질 수 있다"며 "택시업계의 고질적 문제인 사납금 제도 개선 없이 요금 인상만으로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는 서울시의 행태가 현실과 동떨어져 있는 것 같다"고 했다.

    택시업계에선 법인 택시기사들의 실질 소득 인상을 위해선 사납금 제도를 폐지하고 월급제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한다. 택시요금 인상은 '땜질식 처방' '탁상행정'이라는 것이다.

    박영웅 교통문화연대 대표는 "택시기사들의 소득 인상을 위해선 사납금 제도를 폐지하고 월급제로 바꿔야 한다"며 "덧붙여 인구 대비 초과된 택시의 공급량도 조절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서울시의 택시요금 인상에 대한 시민들의 반응도 냉담하다.

    한 네티즌(네이버 아이디 bern****)은 "택시요금 올리면 이익보고 좋아할 사람은 택시운수사업자와 개인택시뿐이다. 반대로 죽어나는 사람은 매일 사납금 박는 불쌍한 법인택시 기사들이고...."라고 했고, 또다른 네티즌(네이버 아이디 gbmd****)은 "택시기사 생활월급 285만원 보장하려고 기본요금 1000원을 올린다는 서울시나, 최저임금 대상자 500만의 임금을 올려 총수요를 늘리겠다는 정부나, 결국 결과는 나머지 국민이 그 이상을 부담하게 한다는 것. 국민 돈으로 인심은 지자체·정부가 다 쓴다"고 비판했다.

    한편 서울시는 시민 토론회와 시의회 의견을 청취, 택시정책위원회 및 물가대책위원회 등의 절차를 걸쳐 최종 결정을 내릴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