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의 전 기자 과거 리포트 들춰내 "인터뷰 조작했다"... 당사자에 대한 직접 조사 없이 '공표'
  • ▲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 위치한 MBC 사옥.ⓒ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 위치한 MBC 사옥.ⓒ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MBC 정상화위원회가 지난 8월 퇴직한 김세의 전 기자를 겨냥해 "과거 재직 시절 리포트에서 사용한 인터뷰 다수가 조작됐다"고 밝히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이미 퇴사한 직원을 상대로 언론사가 공개적인 보도자료를 낸 것을 두고 이례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정상화위는 1일 오후 보도자료를 내고 "김세의 전 기자가 보도국 취재기자로 근무하며 뉴스에 보도한 리포트 중 조작을 확인한 리포트는 모두 5건"이라고 밝혔다. 해당 리포트는 <아쉬운 '배낭 예절' ‥ 대중교통 에티켓 지키기>(2011. 10. 23.),  <납품업체는 봉? 아직 못 고친 대형마트 '갑질'>(2016. 5. 18.) 등 5개다. 2011~2016년, 5년 사이에 만들어진 리포트다. 리포트에 사용된 인터뷰 13개 중 7개가 조작됐다는 주장이다. 

    정상화위는 "김 전 기자는 주변의 지인들을 인터뷰이로 활용했다. 2017년 8월 벤츠 차량 리콜 보도에서 친분이 있는 웹툰 작가 윤모 씨를 인터뷰한 것처럼 김세의 전 기자의 리포트엔 수많은 지인들이 등장한다"고도 했다.

    "조작 확인했다"는 정상화위...그러나 본인 조사가 없었다?

    그러나 MBC 정상화위는 "인터뷰 조작 의혹을 확인하기 위해 기자 본인에 대한 조사가 필요했지만, 김 전 기자는 조사에 불응으로 일관하며 사실 확인을 방해했다"며 "사내 시스템에 보관된 영상자료와 관련 직원들의 증언으로 당시 보도된 인터뷰가 조작됐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했다.

    다시 말해 기자 본인에 대한 직접적인 조사는 이뤄지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김세의 전 기자는 MBC 정상화위 측의 주장대로 퇴사 직전까지 조사에 응하지 않았다. 김 전 기자는 자신의 SNS 등을 통해 "불법적이고 편파적 조사에 응하지 않겠다"는 뜻을 공개적으로 수 차례 피력한 바 있다.

    "정상화위는 사실상 사조직... 인권침해 소지 있어" 

    "출석 요구는 회사의 업무지시입니다. 불응으로 인한 불이익이 없기를 바랍니다"
    "회사업무와 관련하여 귀하의 답변을 듣고자 하니 아래의 장소, 시간에 출석할 것을 통보합니다."
                                                         - 정상화위원회 조사1실 OOO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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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는 최근 MBC에서 해고당한 박상후 전 시사제작국 부국장이 지난 3월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내용이다. 정상화위가 조사를 요구하며 본인에게 보낸 전화메시지라고 했다. 박 전 부국장은 "서면조사엔 응하겠으나 조사 내용도 통보해 주지 않고 무조건 대면 조사를 받으라는 것에는 응하기 힘들다"며 대면 조사를 거부했다. 그는 이후 3개월 대기발령 징계를 받았다.

    당시 박 전 부국장은 "정상화위의 의도가 무엇인지는 모르겠으나 일단 대면 조사에 응할 경우 조사결과를 자의적으로 조작해 일방적으로 보도자료를 배포할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된다"며 "언론자유·공영방송가치 훼손 같은 단어들은 가치평가에 따라 주관적으로 흐르기 쉬운 것들인데 그 배경과 원인을 어떻게 객관적으로 조사한다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고도 했다.

    박 전 부국장은 "사실상의 사조직인 MBC 정상화위원회는 법적 근거가 없다"며 "권한이 없는 기관의 강제조사는 형법 324조의 강요죄에 해당할 수 있으며 조사대상자 선정이 파업여부와 관련해 평등 원칙위배 사안이 된다면 인권침해가 될 소지도 다분하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 ▲ 김세의 전 MBC 기자.ⓒ뉴데일리DB
    ▲ 김세의 전 MBC 기자.ⓒ뉴데일리DB

    '보복' 논란..."퇴사 직원 공개 저격은 이례적"

    이번 사건은 '형평성' 논란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올해 첫날 MBC 뉴스데스크는 자사 인턴기자를 일반 시민인 것처럼 인터뷰한 영상을 내보내 '여론조작'이라는 비판에 직면했다. 앞서 지난해 12월에는 시민 인터뷰에 MBC 오디오맨이 등장한 사건도 있었다.

    당시 최승호 사장 취임 직후 발생한 이러한 '인터뷰 조작' 논란에 MBC 측은 1월 2일 방송된 '뉴스데스크'에서 "취재윤리 위반과 관련해 시청자들에게 깊이 사과드린다"고 머리숙였다. 이어 4월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행정지도를 받기도 했다.

    MBC 한 내부 관계자는 2일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이미 퇴사한 직원을 상대로 사측이 공개 보도자료를 내 비판하는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사건"이라며 "이제까지 이런 경우는 없었다. 이는 특정인을 '적폐'로 단정짓기 위한 확인사살 격"이라고 했다.

    관계자는 이어 "올해 초, 최 사장 취임 후 MBC 뉴스데스크에서 인터뷰 조작 논란이 몇 건 발견되지 않았느냐"며 "그런데 어째서 그런 부분은 쏙 빼고, 또 김 전 기자 본인 조사도 한 번 한 적 없는데 관계자 증언이라는 말로 '조작이 확인됐다'고 단정지을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현재 김세의 기자는 공식 대응을 내놓지 않고 있다. 다만 MBC 정상화위가 언급한 '벤츠 차량 리콜' 인터뷰 조작 의혹과 관련해서는 올해 1월 "지인이라도 기사 내용의 당사자면 인터뷰가 가능하다. 사실을 조작하고 당사자를 둔갑시키는 게 잘못된 것이다. 자사 직원을 시민으로 둔갑시킨 것과 벤츠 리콜 피해자인 지인 윤 씨를 인터뷰 한 것이 어떻게 같냐. 이 사건의 본질은 지인 인터뷰가 아니다"고 적극 반박한 바 있다.

    김세의 전 기자는 지난 8월 1일자로 MBC를 퇴사하고 현재 강용석 변호사와 함께 '가로세로연구소'를 운영 중이다. 당시 그는 "지난해 최승호 사장이 취임한 후 저를 비롯한 80여명의 직원들이 마이크를 빼앗기고 취재업무에서 배제돼왔다"고 토로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