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대정부질문서 김동연 부총리와 맞대결… "답변하라" 요구에 "답하고 있다" 맞고함
  • 자유한국당 심재철 의원과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뉴데일리 DB
    ▲ 자유한국당 심재철 의원과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뉴데일리 DB

    자유한국당 심재철 의원과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일 청와대 행정 정보 유출 논란을 두고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면대면(面對面) 치열한 설전을 벌였다.

    앞서 기재부 수장인 김동연 부총리는 심재철 의원과 보좌진을 정보통신망법 및 전자정부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고, 압수수색까지 이뤄졌다. 심재철 의원도 김동연 부총리를 포함한 기재부 관계자를 무고 등의 혐의로 맞고발했다.

    심재철 "시스템 뻥 뚫려… 아무 경고도 없었다"

    심재철 의원은 이날 먼저 정부의 디지털예산회계시스템(디브레인·dBrain)을 통해 정보를 취득한 방법을 화면으로 시연하며 포문을 열었다. 그는 "제 보좌진은 해킹 등 전혀 불법적인 방법을 쓰지 않고 100% 정상적으로 접속해서 자료를 열람했다"며 "(기재부의) 재정정보 관리가 허술하다는 게 드러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단순 클릭을 통해 들어갔고, 접근해서는 안 된다는 경고도 없었다"며 "시스템이 뻥 뚫려있었다. 데이터가 있고 열려있으니 접속한 것이다. 접속한 것으로 범죄자로 모는 것이냐"고 했다.

    김동연 "불법 정보… 경고 무시하고 들어가"

    김동연 부총리는 심재철 의원 주장에 조목조목 반박을 댔다. 그는 "의원님은 불법적으로 얻은 정보를 계속 말씀하고 계신다"며 "그 루트를 찾아가시는 데는 적어도 6번의 경로를 거쳐야 하고, (파일에) '감사관실 용'이라는 경고가 떠 있는데 무시하고 들어간 것"이라고 했다.

    그는 "나도 하고 싶은 얘기가 많다. 적법성 문제는 이견이 있으니 사법당국 판단에 맡기자"고 했고, 100만건 이상의 자료에 대해 "빨리 반납해주길 바란다"고 요구했다. 이어 "기재부는 단 한 건도 유흥 음식점에 간 사실이 없다. 문제 제기 된 심야시간 결재 이자까야·펍은 일반 음식점"이라고 해명했다.

    "세월호 때는 바, 밀양 화재 때는 맥주집"

    심재철 의원이 "제 방(의원실)으로 와서 함께 공개 시연을 해보자"고 하자, 김동연 부총리는 "그러고 싶은 생각 없다. 비인가 영역에 들어가는 위법성 있는 시도를 제가 하는 것도 말이 안 된다"고 했다.

    심재철 의원은 특히 "세월호 미수습자 마지막 참배일에 청와대는 바에서, 영흥도 낚싯배 사건 때 맥줏집에서, 밀양 병원 화재 때 맥줏집에서 밤에 (업추비가) 사용된 내용이 있다"고 쏘아붙였다.

    김동연 부총리는 청와대의 기존 해명을 반복하면서 "그렇게 말해서 국민을 오해하게 하는 것은 책임 있는 공직자의 자세가 아니다"라고 맞서며, 심재철 의원의 업추비 사용 사례도 거론하는 등 한 치의 양보도 내보이지 않았다.

  • 심재철 자유한국당 의원이 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 참석해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대정부질문을 하고 있다. ⓒ뉴데일리 공준표 기자
    ▲ 심재철 자유한국당 의원이 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 참석해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대정부질문을 하고 있다. ⓒ뉴데일리 공준표 기자

    "을지훈련 기간에 와인바… 靑, 기강 빠졌다"

    심재철 의원은 이어 "비상대기하는 작년 을지훈련 기간에 청와대는 와인바, 토속 주점, 치킨호프, 호프광장 등에서 (업추비를) 사용했다"며 "기강 해이가 아닌가"라고 따져 물었다.

    그러자 김동연 부총리는 "을지훈련 기간이라고 전원이 다 벙커에 들어가서 업무를 하는 것은 아니다"며 "해외에서 손님이 왔던 것인지, 부처 간 협의를 했는지 들여다 봐야지 상호와 시기만 놓고 일방적으로 말하면 한 꺼풀만 보고 이야기하는 것"이라고 맞받았다.

    "답변만 하라"하자 "지금 답변하고 있다" 받아쳐

    한편 이날 본회의장 곳곳에선 두 사람의 발언 내용에 대한 여야 의원들의 옹호와 야유도 오고 갔다.

    김동연 부총리는 해명 중 한국당 의원이 "답변만 하라"고 말하자 "지금 답변하고 있다"며 맞받았다.

    김동연 부총리가 '불법'이라는 단어를 쓸 때마다 한국당 의원들은 야유와 함께 "사과하라"고 언성을 높였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 역시 심재철 의원이 발언하면 "무슨 소리를 하는 것이냐"는 등 견제구를 날리고 김동연 부총리의 반박에 "옳소" 하며 힘을 실었다.

    심재철 의원의 대정부 질문이 끝나자 자리에 남아있던 한국당 의원들은 "잘했다"면서 격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