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일 지속됐던 폭염이 가고 시원한 가을바람이 살랑거리는 수확과 풍요의 계절 10월이 왔다. 가을이 무르익어가면서 전국이 축제로 들썩이는 가운데 국내 대표 공연예술축제인 서울세계무용축제와 서울국제공연예술제가 잇달아 열린다.

    ◇ 춤의 '난민 회담' 제21회 서울세계무용축제

    국제무용협회(CID-UNESCO)가 주최하는 제21회 서울세계무용축제(SIDance·이하 시댄스)가 10월 1일부터 19일까지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 서강대 메리홀 대극장, KOCCA 콘텐츠문화광장에서 펼쳐진다.

    올해는 핀란드, 포르투갈, 벨기에·프랑스, 영국, 스페일, 독일, 룩셈부르크, 시리아, 중국, 일본 등 26개국에서 60개 단체가 참여해 총 53편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특히 지구촌 최대 문제인 '난민'을 주제로 하는 특집 프로그램을 마련해 8개의 작품 안에 예술가들의 다양한 시선을 담아냈다.

    지난 5월 제주 국제공항에 예멘인들이 대거 입국해 난민 신청을 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한국은 동아시아 국가 중 최초로 2012년 난민법을 제정하고 이듬해 7월부터 시행했다. 하지만 2017년 12월 31일 기준 난민 신청자는 9557명으로 수용률은 약 4%에 불과하다. 이는 난민협약국가의 평균인 38%에 훨씬 못 미치는 수치다.

    이종호 시댄스 예술감독은 "작년 20돌을 맞으면서 현대무용의 보급과 확산, 인식 제고라는 계몽주의적인 마인드에서 벗어나 21회부터는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그 변화의 시작을 '난민'에 대한 춤의 대화를 나누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어 "세계 10위권 경제대국 한국이 가지고 있는 국제적 지위에 비해 인권, 환경 난민 등에 글로벌 이슈는 너무 소극적"이라며 "멀게만 느껴졌던 난민 문제가 사실은 이미 가까이에 와있다. 난민 수용에 대한 찬반 문제를 이야기하는 게 아닌,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싶다"고 전했다.

  • 인시에미 이레알리 컴퍼니.ⓒYana Lozena
    ▲ 인시에미 이레알리 컴퍼니.ⓒYana Lozena
    총 8개 난민 관련 공연은 △이탈리아·벨기에 '난파선-멸종생물 목록' △시리아·프랑스 '추방' △ 영국 '국경이야기' △ 한국 '부유하는 이들의 시' △ 한·불합작 '망명 △ 콩고 '나의 배낭' △이란·프랑스 '칼날의 역설' △ 독일 '볼프강'이다.

    축제의 개막작은 이탈리아 출신의 안무가 피에트로 마룰로가 이끄는 인시에미 이레알리 컴퍼니가 이끄는 '난파선-멸종생물 목록'이 선정됐다. 무대 위에는 성서 속 거대바다 괴물 레비아탄을 연상시키는 커다란 검은 물체가 등장한다. 이는 거대자본주의, 정체성의 포기, 이방인에 대한 두려움과 망설임을 형상화했다.

    시댄스는 예년과 마찬가지로 최고 수준의 명성과 규모를 자랑하는 '댄스 프리미엄', 세계 무용의 다양한 흐름을 들여다볼 수 있는 '댄스 모자이크', 축제를 발판 삼아 우리 무용가들의 국제무대 진출을 꾀하는 '댄스 플랫폼' 3가지 섹션으로 프로그램을 구성한다.

    핀란드 국민 훈장 '프로 핀란디아'를 받은 안무가 테로 사리넨과 아코디언 뮤지션 킴모 포흐요넨이 협업한 신작 '숨', 2018 베니스비엔날레 은사자상을 수상한 마를레느 몬테이루 프레이타스의 '바쿠스-제거의 전주곡'이 아시아 초연돼 기대를 모은다.
  • 세르비아 국립극장의 '드리나강의 다리'.ⓒSNTS_Djuric
    ▲ 세르비아 국립극장의 '드리나강의 다리'.ⓒSNTS_Djuric
    ◇ 아트마켓 만난 서울국제공연예술제 어떨까

    예술경영지원센터가 주관하는 제18회 서울국제공연예술제(SPAF·이하 스파프)와 제14회 서울아트마켓(PAMS·이하 팸스)이 10월 7일부터 11월 4일까지 아르코·대학로예술극장, 설치극장 정미소를 비롯해  CKL스테이지, 서울남산국악당, 이음센터 등 서울 전역에서 개최된다. 

    스파프는 매년 국제 공연예술의 트렌드를 제시하는 창구로서 국내 관객과 예술가의 시각을 넓혀주고 있다. 올해는 '회고와 전망'을 주제로 리투아니아, 벨기에, 세르비아, 싱가포르, 아일랜드, 프랑스, 핀란드 총 8개국 23개 단체 22개 국내외 연극과 무용을 소개한다. 

    연극은 고전부터 근현대사를 관통하는 정치풍자 작품에 이르기까지 시대의 역사를 조망한다. 무용은 미디어아트, 힙합, 아크로바틱, 현대무용의 융복합 등 4차 산업의 시대가 요구하는 공연예술의 방향과 미래 춤이 우리에게 던지는 화두를 확인할 수 있다.

    개막작은 150년 전통 세르비아 국립극장의 '드리나강의 다리'로 11일 첫 내한공연을 올린다. 발칸반도의 비극적 역사를 그린 이 작품은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이보 안드리치의 원작에서 연대기적 구조를 가져왔다. 연출가 코칸 믈라데노비치는 독백과 라이브음악이 돋보이는 간결한 무대로 재현했다.

    폐막작으로 선정된 극단 하땅세의 '그때, 변홍례'는 무성영화의 촬영기법을 공연에 접목시켰다. 1931년 부산에서 실제로 일어난 마리아(변홍례) 참살 사건에서 모티브를 얻었다. 배우이자 신인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어단비가 대본을 쓰고, 연출가 윤시중이 참신한 시선으로 풀어냈다.

    2005년 시작한 팸스는 한국 예술가들이 해외단체들과 동등하게 대우받으며 세계무대로 나아갈 수 있는 판을 마련해준다. 총 147개 단체의 199개 작품이 쇼케이스로 무대에 올랐고, 이 단체들은 연간 140여회 해외무대에 진출하고 있다.

    올해 팸스는 10월 7~12일 홍익대 대학로아트센터 갤러리에서 진행되며, 공모를 통해 국내 16, 해외 5 등 총 21개 작품을 공식 쇼케이스로 선정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서울문화재단, 국립현대무용단, 국립극단, 국립국악원 등과 프로그램을 공유하고 해외 주요 초청인사를 교환하며, '2018 대학로 공연관광 페스티벌'과도 협력한다.

    김도일 예술경영지원센터 대표는 "마켓과 축제의 경계가 허물지고 있다. 스파프와 팸스를 통합해 한국 공연을 해외에 전략적으로 알릴 것"이라며 "마켓형 축제로 거듭난 스파프를 통해 대한민국 예술축제의 세계화 가능성을 모색하고 예술가들의 네트워크를 확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