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잉-사브 컨소시엄, KAI-록히드 마틴 제치고 92억 달러 규모 'T-X 우선협상대상' 선정
  • ▲ 美공군의 차세대 고등훈련기(APT) 사업을 수주한 '보잉-사브 컨소시엄'의 BT-X 훈련기. ⓒ보잉 디펜스 공식 트위터 캡쳐.
    ▲ 美공군의 차세대 고등훈련기(APT) 사업을 수주한 '보잉-사브 컨소시엄'의 BT-X 훈련기. ⓒ보잉 디펜스 공식 트위터 캡쳐.
    美공군의 차세대 고등 훈련기(APT) 사업 우선협상대상자로 ‘보잉-사브 컨소시엄’이 선정됐다고 군사전문지 ‘디펜스 뉴스’가 2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잉-사브 컨소시엄’은 최소한 92억 달러(한화 약 10조 2,000억 원)에 달하는 사업을 수주하게 됐다.

    美공군은 차세대 고등훈련기 사업 초기에만 197억 달러(한화 약 21조 8,500억 달러)가 소요될 것으로 예상했는데 ‘보잉-사브 컨소시엄’이 그 비용을 100억 달러(한화 약 11조 1,000억 원) 가량 줄여 수주를 해냈다는 것이 美디펜스 뉴스의 평가였다.

    美디펜스 뉴스는 “보잉社는 9월에만 8억 500만 달러(한화 약 8,930억 원) 규모인 무인기(UAV) MQ-25 스팅레이 4대의 해군 납품 계약, 23억 8,000만 달러(한화 약 2조 6,400억 원) 규모의 UH-1N 휴이 헬기 현대화 사업에 이어 세 번째 대규모 계약을 따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美공군은 최종적으로 475대의 훈련기와 120대의 시뮬레이터를 발주할 것이며, 이번 계약은 그 중에서 351대의 훈련기와 46대의 시뮬레이터를 발주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항공기용 시뮬레이터 가격이 실제 항공기 가격의 절반을 훌쩍 넘는 점을 고려하면 ‘보잉-사브 컨소시엄’이 벌어들일 돈은 훈련기 500대 분에 육발할 것으로 보인다.

    美디펜스 뉴스는 ‘보잉-사브 컨소시엄’이 이번 사업 수주를 통해 최소한 351대의 고등훈련기를 美공군에 납품할 것이라며, 이후 美고등 훈련기 사업의 추가 발주를 얻는 데도 상당한 이점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美공군의 차세대 고등훈련기 사업을 놓고 ‘보잉-사브 컨소시엄’과 경쟁했던 업체는 ‘레오나르도 DRS’와 ‘KAI-록히드 마틴 컨소시엄’이었다. ‘KAI-록히드 마틴 컨소시엄’은 한국 정부가 늘 자랑하던 T-50을 앞세웠고, ‘보잉-사브 컨소시엄’은 ‘BT-X’를 내세웠다. ‘레오나르도 DRS’는 ‘M-346’을 내놨다.

  • ▲ 한국 정부가 수출을 전폭 지원해 왔던 KAI의 T-50 훈련기. ⓒ뉴데일리 DB.
    ▲ 한국 정부가 수출을 전폭 지원해 왔던 KAI의 T-50 훈련기. ⓒ뉴데일리 DB.

    ‘KAI-록히드 마틴 컨소시엄’은 이미 해외에 수출한 실적, 오랫동안의 운용 경험이 증명하는 안전성을 장점으로 내세웠다. T-50의 역사는 사실 KAI의 역사나 다름없다. 한국 정부는 1990년대 우여곡절 끝에 록히드 마틴 측으로부터 초음속 훈련기 설계도를 제공받는다. 그리고 외환위기 이후인 1999년 10월 당시 정부의 강제 통폐합으로 설립된 KAI가 T-50 개발을 떠안게 된다. KAI는 T-50 개발에 박차를 가해 2005년 10월부터 양산했다. 이후 KAI는 한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인도네시아 16대, 필리핀 12대, 이라크 24대, 태국 12대 등 총 64대의 T-50(또는 F/A-50)을 수출했다. 이처럼 몇몇 나라에 T-50을 수출한 뒤 KAI는 美공군 차세대 고등훈련기 사업을 수주할 것이라는 자신감을 강하게 드러냈다.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히면서도 사실상 수주한 것이나 다름없다는 식의 언론 홍보도 적잖게 나왔다.

    KAI의 T-50 ‘비싼 가격’ 걸림돌 못 넘어

    반면 ‘보잉-사브 컨소시엄’이 내세운 훈련기 ‘BT-X’는 2016년 9월에 공개됐고, 같은 해 12월에야 초도 비행을 한 기종이었다. ‘KAI-록히드 마틴 컨소시엄’은 ‘BT-X’를 가리켜 위험한 항공기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BT-X는 T-50이 갖지 못한 장점이 있었다. 부품 가운데 일부를 3D 프린터로 생산하고, 복합소재를 적극 사용해 제작 원가가 대폭 줄어들었다는 점이다. 생산원가는 줄어들었음에도 T-50A보다 저속 비행과 급속 기동에서 우수하다는 평까지 나왔다. 2,500만 달러(한화 약 277억 원)를 넘는 T-50A의 대당 가격으로는 ‘BT-X’를 이기기 어려웠다. KAI는 수 년 전부터 美공군 고등훈련기 사업에 수주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주장해 왔지만 결국 ‘비싼 가격’이 발목을 잡은 것이다.

    ‘KAI-록히드 마틴 컨소시엄’이 美공군 고등훈련기 사업에서 탈락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KAI의 주가는 하한가를 찍었다. 28일 오후 3시 종가는 전일 대비 1만 4,900원(29.8%) 떨어진 3만 4,100원이었다. ‘마린온 추락사고’에 이어 T-50 미국 수출까지 실패한 KAI는 당분간 자본시장에서는 물론 방산업계에서도 고전하지 않겠느냐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한편 美공군은 ‘보잉-사브 컨소시엄’에 2023년 텍사스 샌 안토니오 랜돌프 공군기지에 5대의 BT-X 훈련기와 시뮬레이더 7대를 첫 납품할 것을 요구했다고 한다. 美공군은 2024 회계연도 말까지 첫 BT-X 훈련비행대를 창설하고, 2034년까지는 모든 작전 능력을 갖춘다는 계획을 세워놓았다고 한다. 그리고 BT-X 훈련비행단을 활용해 F-35 스텔스 전폭기 구매국 조종사들에게 공대공 전투 훈련을 시킬 것이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