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말을 왜 국내에선 들을 수 없는지...
  •  오랜만에 속 시원한 말을 들었다.
    주한미군 사령관 지명자 로버트 에이브람스 미(美) 육군 대장이 상원 안사청문회에서 한 말이다. ”남-북한이 합의한 비무장 지대(DMZ) 전방초소(GP) 철수는 유엔 사령부의 중재가 필요한 일“ “남-북 간의 종전선언은 유엔이 결의한 정전협정을 대체할 수 없다” “남-북 간의 종전선언은 그들 간의 합의에 불과하므로 1953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결의한 정전협정을 무효화 할 수 없다” 등등. 작년 추석 때 먹은 송편 체증이 쑥 내려가는 느낌이었다. 어, 시워~~~언하다 !!

      이런 말을 왜 국내에선 들을 수 없는지, 왜 우리 정계는 이런 소리를 하지 않는지 참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트럼프는 지금 한반도에 대해 널뛰듯 하고 있다. 이걸 견제하는 게 그 주변의 제대로 된 사람들의 몫인 것 같다. 그야말로 정권 내부의 ‘레지스탕스’들이 갖은 방법으로 트럼프의 오발탄을 막고 있는 것도 같다.

      옛날 카터라는 자질 부족 대통령 때도 그의 주한민군 철수 운운을 정면으로 치고 나선 이가 다름 아닌 싱글로브 장군이었다. 무장다운 무장, 당장 칼이 들어온대도 눈 하나 깜빡하지 않을 강골이자 의인이었던 셈이다. 오늘의 로버트 에이브럼즈 대장에게서도 그런 풍모를 읽을 수 있다.

     대한민국을 풍전등화에서 구한 사람이 6. 25 남침 때의 트루먼 대통령이었다. 인천상륙작전 때는 맥아더 장군이 있었다. 맥아더 장군은 그래서 대한민국이 망하길 바라는 사람들의 원수가 되었다. 에이브럼즈 장군도 오늘의 대한민국을 위해선 아무도 하지 않던 명언을 남겼다. '종전선언‘ 운운 등은 남-북한 그들끼리의 일이라는 게 바로 그것. 그건 유엔군 사령부가 관여될 사안이란 것이다. 이걸 깨겠다는 게 이른바 ’민족공조‘라는 이름의 허울 좋은 개살구 같은 소리다.

     좌익(극좌)과 중간파가 말하는 ’민족공조‘나 '합작'의 길을 갔었다가는 대한민국은 애당초 태어날 수도 없었고, 자유주의적 민주주의 공화국 체제가 38선 이남에 수립될 수도 없었다. 이런 나라, 이런 체제는 한반도 수 천 년 역사의 기적 같은 사건이었고, 이게 없었더라면 한반도의 문명화는 지난 70년만큼은 고사하고 단 하루도 없었을 것이다. 이제 이 70년마저 아예 없애버리려는 궁리가 한창 굴러다니고 있다. 트럼프의 ’아메리카 퍼스트‘도 이 궁리에 죽이 맞아 돌아가고 있다. 또 풍전등화다.

     다행히 신임 주한미군 사령관 에이브럼즈 대장이 ”그렇게 엿 장사 마음대로는 안 돼“라고 함으로써 미국 안에는 트럼프 같은 널뛰기만 있는 건 아니라는 희망이 엿보인다. 트럼프는 말했다. ”북핵 폐기는 3년 5년 걸려도 좋다“ 운운. 완전 코미디다. 미국 안의 ’레지스탕스‘들이어, 싸우라. 대한민국과 한반도의 전략적 가치를 우습게 여기는 미국 안의 오판(誤判)은 해방공간 때도, 이승만 대통령 때도, 박정희 대통령 때도  있었고 지금도 있다. 브라보, 제너럴 에이브럼즈!!

    류근일 /전 조선일보 주필/ 2018/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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