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연 서울교육감, 회견서 "염색·퍼머도 실현되길"... "학교 자율로 두면 될 일을" 비판도
  • ▲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27일 종로구 서울시교육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학생 두발자유화'를 선언했다. ⓒ뉴데일리 정상윤
    ▲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27일 종로구 서울시교육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학생 두발자유화'를 선언했다. ⓒ뉴데일리 정상윤
    서울시교육청이 서울 중·고등학생들의 두발 길이는 물론, 염색·퍼머와 같은 두발 상태까지 학생 자율에 맡기는 방안을 추진한다. '두발 형태'를 학생의 기본권으로 보고, 이를 학생 스스로 결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취지다. 그러나 이미 각 학교가 두발 규칙을 '자율'로 정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교육청의 '두발 자율화' 정책이 도리어 일선 학교의 자율성을 침해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내년 2학기부터 '두발 규제' 사라진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27일 종로구 서울시교육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내년까지 두발 자유화를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조 교육감은 "두발 길이는 '완전 학생자율'로 맡겨야 한다"며 "아직 두발 길이에 제한을 둔 학교들이 두발 길이의 자유화를 실현해 주길 부탁한다"고 말했다.

    이날 회견에 앞서 시교육청은 일선 학교들이 '두발 길이 자유화'에 대한 자체 공론화를 거쳐 내년 1학기 중 학칙을 개정하고 2학기부터 시행하라는 공문을 서울 전체 중·고교에 발송했다.

    조 교육감은 "두발 자유화는 학생에게 자기결정권과 자율을 부여해 스스로의 주체성을 실현하는 출발점이 될 것"이라며 "학교는 학생들 스스로 결정하고 책임도 갖게 하는 민주주의의 정원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시교육청에 따르면, 지난해 말 두발 길이를 규제하지 않는 서울 중·고교는 공·사립 구분 없이 84.3%다. 시교육청은 사전 배포 자료를 통해 "서울 84%의 중·고교가 두발 자율화된 상태"라고 밝혔다. 교육청이 84%라는 수치로 규정한 '두발 자율화' 학교는 '귀밑 몇 센티 이상은 허용하지 않는다'와 같이, '정량적 제한'을 두지 않은 학교들을 의미한다.   

    조 교육감은 두발 길이 자유화의 연장선상에서, 염색·퍼머와 같은 '두발 상태'도 학생 자율에 맡겨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그는 "두발 길이는 전면 자유를 부여하되, 염색 퍼머 등 두발 상태는 학생, 교사, 학부모 협의를 통해 만들어지길 바란다"면서도 "염색이나 파마도 자유화가 실현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교육계 "두발 규정, 시행령대로 학교 자율에 맡겨야"

    교육계 관계자들은 이날 조 교육감 회견 및 공문 내용이 사실상 교육청 입장을 따라야 한다는 '지시'의 의미로 해석했다.

    김재철 한국교총 대변인은 "두발이나 복장은 관계 법령에서 '학교의 장이 학칙으로 정하도록' 명시하고 있다"며 "학교장이 학교 구성원 의견을 수렴해 정할 일을 교육감이 나서서 자율로 하라는 것은 법은 물론 단위학교 자율화에 대해서도 적절치 못하다"고 지적했다.

    일선 고등학교에 재직 중인 A교사도 "이미 교육청에서 결론을 내고 학교에서 자체 논의를 거치라니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느껴진다. 공론화를 통해 학칙을 고치라는 것은 결국 그렇게 하라는 것"이라며 "염색이나 파마도, 학교 입장에서는 결국 교육감 뜻에 따라야 하지 않겠느냐"고 답했다.

    실제 현행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제9조는 '두발·복장 등 용모 관련 학칙 변경 시 '학교의 장'을 주어로 명시, '학칙을 제·개정할 때 학생, 학부모, 교원 의견을 듣고 반영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이미 학교 구성원들이 협의로 학칙을 결정하고 있는데 교육청이 나서서 가이드라인을 사실상 지시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이러한 지적에 대해 송재범 시교육청 민주시민교육과장은 "학교별 법령으로 학교 구성원들이 협의하게 돼 있다고 해서 그게 실현돼 있느냐, 실질적 참여권과 숙의과정이 있느냐 하는 차원에서 공론화가 의미가 크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