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대양해군’론이 모순인 이유 ②F-35B 운용 불가능한 대형 상륙함들
  • 2017년 8월 휴가 중 경남 진해 잠수함 사령부를 찾은 문재인 대통령. 이곳에서 핵추진 잠수함을 언급했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2017년 8월 휴가 중 경남 진해 잠수함 사령부를 찾은 문재인 대통령. 이곳에서 핵추진 잠수함을 언급했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뒤 일각에서는 ‘대양해군’을 건설하는 게 가능해졌다고 말한다. 안보 문제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과 전·현직 해군 관계자들 가운데 ‘대양해군’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사람들이 많다. 또한 해군이 ‘대양해군 건설’이라는 말을 하지 않은 것이 이명박 정부 때라는 점을 들어 전 정부를 비난할 때 ‘대양해군’ 문제를 거론하기도 한다. 대체 ‘대양해군’이 뭘까.

    대양해군, 지역해군, 연안해군

    해군이라고 다 같은 해군은 아니다. 자기 나라 영해를 위주로 활동하며 방어에 집중하는 해군을 연안해군, 영해는 물론이고 배타적 경제수역(EEZ) 등에서 국익을 수호하고, 주변 국가들과의 협력을 통해 지역안정을 도모하는 해군은 지역해군이라고 한다. 대양해군은 자국 영해와 배타적 경제수역을 넘어 공해가 대부분인 대양에서 국익을 지키는 해군을 말한다. 미군의 정의로 대양해군은 ‘Blue Water Navy’, 지역해군은 ‘Green Water Navy’, 연안해군은 ‘Brown Water Navy’라고 부른다.

    과거 제국주의 시대 스페인-포르투갈의 무적함대, 대영제국의 함대가 전형적인 대양해군이다. 美해군은 현대적인 대양함대로 “자국의 군사력을 지구상 어느 곳에도 투사할 수 있는 전력을 갖춘 해군으로, 대양에서 한 개 이상의 항공모함 강습단 또는 강습상륙함대를 지속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 해군”이라고 설명한다. 즉 최소한 2개 이상의 항모 강습단과 대규모 상륙전력을 보유하고 이를 대양 건너편까지 보낼 수 있어야 한다.

    2015년 6월 발행된 논문 ‘중국의 해군력’이 평가한 데 따르면, 완전한 ‘대양해군’은 미국뿐이었다. 이어 제한적으로 대양해군 역량을 가진 나라는 프랑스와 영국, 여러 지역에 해군력을 투사할 수 있는, 대양해군과 지역해군 사이 단계는 인도, 이탈리아, 러시아, 스페인, 브라질이었다. ‘배타적 경제수역(EEZ)’까지 힘을 투사할 수 있는 지역해군 전력을 가진 나라는 중국, 일본, 호주, 독일이었다. 캐나다, 사우디아라비아, 노르웨이, 이스라엘 등은 영해와 EEZ 내부까지 방어할 수 있는 연안해군으로 분류됐고, 오만, 핀란드, 북한은 영해 내부에서 활동하는 전형적인 연안해군으로 분류됐다.

    다른 의견도 있었다. 해외 언론 또는 군사전문지에서는 ‘대양해군’에 미국 외에도 중국, 프랑스, 인도, 이탈리아, 러시아, 영국을 포함시키고 “현재 일본과 한국도 ‘대양해군’으로 발돋움하려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 지난 5월 진수식 직전 '마라도'함의 모습. 한국 해군은 '독도'함과 '마라도'함이 있지만, 이 배에서는 F-35B를 운용할 수가 없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지난 5월 진수식 직전 '마라도'함의 모습. 한국 해군은 '독도'함과 '마라도'함이 있지만, 이 배에서는 F-35B를 운용할 수가 없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그렇다면 한국 해군은 세 가지 가운데 어디에 속할까. 한국 해군전력은 구축함과 호위함, 초계함, 잠수함 전력이 적지 않아 세계 전체적으로는 결코 만만하게 볼 수준은 아니지만 ‘대양해군’ 수준에는 크게 못 미친다. 앞서 논문에서는 한국 해군을 “EEZ까지 충분히 지킬 수 있는 지역해군”이라고 분류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대목은 한국 해군이 대형 상륙함 ‘독도’함과 이지스 구축함 보유 및 운용, 수직이착륙이 가능한 스텔스 전폭기 F-35B 도입 가능성, 그리고 제주해군기지에 기동전단 배치 등이 해군력 증강의 대표적 사례로 꼽혔다는 점이다. 잠수함 추가 도입은 큰 이슈가 아니었다.  

    ‘지역해군’에서 ‘대양해군’으로 발돋움하기 위한 필수요소

    한국 해군이 꿈꾸는 ‘대양해군’의 필수요소는 “국익을 지키기 위해 원거리에 해군력을 투사할 수 있는 능력”이었다. 즉 군수 지원함, 초계 항공기, 수송기까지 포함해 함대 단독으로 오랜 기간 군사행동을 펼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 보유하고 있는 함정이 강습상륙함인지 항공모함인지 상륙수송함인지의 문제가 아니었다.

    한국은 현재 ‘독도’함과 ‘마라도’함이라는 상륙수송함을 보유하고 있다. 길이 199m, 폭 31m의 비행갑판과 아일랜드식 함교를 가진 ‘독도’함과 ‘마라도’함은 모양새는 소형 항공모함처럼 보인다. 하지만 항공모함으로 사용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유는 갑판과 캐터펄트 문제다.  

    두 상륙수송함은 美해병이 사용하는 MV-22 오스프리 틸트로터 항공기의 이착륙은 가능하다. ‘독도’함의 경우 美해병과의 합동훈련인 ‘쌍룡훈련’ 때 MV-22가 2대씩 이착륙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그러나 한국 해군이 보유하려는 F-35B 수직이착륙(V/STOL) 스텔스 전폭기 탑재는 어렵다. 고정익 항공기는 아예 운용할 수가 없다.

    F-35B의 경우 배기구를 수직으로 내려 갑판에서 이착륙을 하는데 ‘독도’함이나 ‘마라도’함은 그 배기온도를 견딜 수 없다. 갑판 구조 또한 평면인데다 거리가 짧고, ‘캐터펄트(Catapult, 사출기)’를 장착할 수도 없어 항공기 운용이 불가능하다. 이런 ‘독도’함과 비슷한 함정은 日해상자위대의 ‘이즈모’ 급 헬기 항모다. 일각에서는 “차후 항공모함으로 만들려면 갑판을 스키점프대로 개조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그 크기로 인해 어렵다.

    그렇다고 ‘독도’함이나 ‘마라도’함을 F-35B 탑재가 가능하게 개조하는 것도 문제다. 갑판뿐만 아니라 F-35B 운용이 가능하게 각종 전자장비와 보급용 설비도 다 고쳐야 한다. 때문에 해군은 세 번째 상륙수송함을 경항공모함처럼 만드는 계획을 준비 중이다. ‘중앙일보’의 지난 5월 28일 보도에 따르면 한국 해군의 첫 경항공모함 이름은 ‘백령도’함이 될 가능성이 높으며, 늦어도 10월 이전에는 관련 계획이 발표될 것이라고 한다. ‘백령도’함은 F-35B가 이착륙할 수 있도록 갑판 재질을 바꿀 뿐만 아니라 항공기 격납이 가능하도록 2중 갑판구조를 채택할 것이라고 한다.
  • 日요코하마 항에 입항 중인 해상자위대 대형상륙함 '이즈모'함. ⓒ위키피디아 공개사진.
    ▲ 日요코하마 항에 입항 중인 해상자위대 대형상륙함 '이즈모'함. ⓒ위키피디아 공개사진.
    ‘백령도’함이 건조, 취역된다고 하자. 그렇다면 ‘대양해군’ 건설은 거의 마무리가 된 걸까. 아니다. ‘대양해군’이 되려면 먼저 ‘지역해군’ 단계를 확실히 뛰어넘어야 한다. 문제는 현재 한국 주변 나라들의 해군력이다. 미국이 한국과 경쟁을 할 가능성은 없지만 중국, 러시아는 한국을 견제할 가능성이 높다.

    한국 사회 일각에서 ‘적성국’처럼 생각하는 일본만 해도 경항공모함급 함정이 7척 있다. 상륙함이라는 ‘오오스미(おおすみ)’, ‘시모키타(しもきた)’, ‘쿠니사키(くにさき)’와 헬기 호위함이라 부르는 경항모 ‘휴우가(ひゅうが)’, ‘이세(いせ)’, 최근에 건조한 헬기 호위함 ‘이즈모(いずも)’, ‘카가(かが)’가 그것이다. 게다가 日해상자위대는 이들 헬기 모함을 지킬 이지스 구축함과 준(準)이지스 구축함 44척, 적을 기습할 수 있는 잠수함 25척을 보유하고 있다. 日해상자위대 잠수함은 수중 배수량 3,200톤급이 4척, 4,000톤급이 11척, 4,200톤급이 10척 있다. 이들 잠수함 모두 UGM-84 하푼 미사일을 탑재, 수상함정을 공격할 수 있다. 한국 해군은 이런 日해상자위대를 뛰어넘을 수 있을까.

    ‘대양해군’의 전제 ‘미군 없는 자주국방’

    문재인 정부 안팎에서는 “이명박 정권이 해군으로부터 ‘대양해군’이라는 목표를 빼앗았다”면서 그 근거로 2010년 3월 천안함 폭침 이후에 있었던 일들을 제시한다. 이명박 당시 대통령이 2010년 5월 4일 전군 지휘관 회의에서 “우리 군이 현실보다는 이상에 치우쳐 국방을 다뤄온 것이 아닌지 반성해야 한다”고 말한 것, 5월 25일 국민원로회의에서도 “우리 해군의 목표가 대양해군이라는데, 그렇다면 미국이나 일본이 적이냐”는 취지로 말한 것이 ‘대양해군’이라는 단어를 없앤 증거라는 주장도 있다.

    이와 관련해 김성찬 당시 해군참모총장은 국회 국정감사에서 “그 부분은 한반도에서 북한의 침투·도발에 대한 대비는 소홀히 하고 바깥으로 나가는 것에만 관심을 가지지 않았느냐는 질책으로 이해한다”면서 “해군은 대양해군이라는 단어를 안 쓰겠다고 공식적으로 정한 적이 없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당시 야당(現더불어민주당) 관계자들은 이 해명에 귀 기울이지 않았다. 이는 노무현 정부와 관련된 거의 모든 것이 ‘좋은 것, 옳은 것’이라고 간주하는 태도 때문으로 풀이됐다.
  • 日해상자위대 상륙함 '휴우가'함이 美日기동함대를 선도하는 모습. 갑판에 기동헬기들이 주기된 것이 보인다. ⓒ美해군 공개사진.
    ▲ 日해상자위대 상륙함 '휴우가'함이 美日기동함대를 선도하는 모습. 갑판에 기동헬기들이 주기된 것이 보인다. ⓒ美해군 공개사진.
    지금도 한국군 내부에서는 ‘대양해군’을 매우 좋은 뜻으로 풀이한다. 그러나 ‘대양해군’이라는 말이 본격적으로 나오게 된 당시 상황을 알게 되면 무조건 좋다고 말하기 어렵다. 앞서 ‘중앙일보’의 5월 28일 보도에 이런 대목이 있다.

    “…‘백령도’함 건조 계획은 원래 노무현 정부 때 잡혔다. 당시 사정을 잘 아는 소식통은 ‘노무현 정부는 장차 주변국과의 분쟁에서 미군의 지원 없이 독자적으로 싸울 수 있는 대양해군을 건설하기로 계획했다’며 ‘이에 따라 독도급 3척 건조가 결정됐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는 천안함 피격과 연평도 포격 사건 이후 북한의 비대칭 전력을 상대하는 게 우선이라고 판단한 뒤 3번함 건조계획을 취소했다. (하략)”

    그리고 ‘대양해군’의 부활이 문재인 대통령의 의지라는 주장도 붙었다. 지난 5월 11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방개혁 2.0 토론회’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남북관계가 좋아졌다고 하더라도 불특정하고 다양한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국방력이 필요하다”면서 “자주국방과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을 위해서라도 군사력 건설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는 설명이었다.

    ‘자주국방’과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미군의 지원 없이 독자적으로 싸울 수 있는 해군력’ 등의 표현을 보면, 문재인 대통령의 ‘대양해군’과 故노무현 前대통령의 그것은 같아 보인다. 그런데 여기서 ‘대양해군’을 앞세워 맞서고자 하는 상대는 대체 누구일까.

    그 상대가 일본이든 중국이든 만만치 않다. 최근 경제상황이나 세금 사용 상황을 보면 앞으로 한국이 쓸 수 있는 자금도 넉넉하지 않다. 이런 현실을 고려할 때 한국이 ‘대양해군’으로 발돋움하려면 남들 눈에 비치는 전력 말고 상대방의 허를 찌르는 펀치력을 앞세운 ‘비대칭 전력’을 먼저 보유하는 게 옳지 않을까. 무엇보다 현재는 ‘우방국’인 일본 또는 미국과의 갈등 상황을 상정해서 ‘대양해군’과 ‘자주독립’을 추구한다면 그보다 더 위험한 선택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는 한국을 국제사회에서 분리시키는 결과를 낳을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