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 추석을 앞두고 여성 커뮤니티에서는 전운(戰雲)이 감돈다.
    "전 부치기에 집착하는 집안 틀딱(노인 비하 단어)들에게 알아서 먹으라고 말하겠다" "이번 추석에는 보란 듯이 남자들처럼 소파 한가운데 누워서 TV만 보겠다" "어머니만 모시고 호캉스(호텔로 떠나는 휴가)가겠다"면서 각자의 계획을 써놓는 식이다.” 조선닷컴 기사다.

     필지는 명절 연휴 자체가 싫다. 이걸 아주 없애면 안 되나? 직장 다닐 때는 좋았다. 그러나 은퇴 후로는 지겹기만 하다. 헬스도 쉬고 식당도 쉬고 목욕탕도 쉬고 공원은 만원이고 도무지 시간 보낼 방도가 없다. 뭘 하란 말인가? 여행? 그러다 자칫 길에서 “야 이 틀딱 할배 할매야, 운전 그 떠위로 하려거던 콱 뒤져버려”라고 봉변이나 당하면? 해외여행? 왜 꼭 그 북새통에 끼어? 명절음식? 실컷 먹어봤다. 

     그럼 조상님들께 차례는? 교회나 절에 말기고 가서 의식(儀式) 치르고 오는 게 훨씬 더 경건하더라. 정성이 없어 보인다고? 부부싸움, 세대싸움 하면서 치리는 제상(祭床)엔 정성이 담뿍 담겨있고?

    그렇지 않은 지극정성의 사례도 물론 있다. 존경하는 A 변호사 댁 부인의 경우가 여전히 그렇다. 필자의 아내도 평생 그랬다. 그러다 이젠 은퇴하고 3년 전부터 사찰에 의뢰하기로 했다. 고맙게 생각한다.

     절에 가서 기제사(忌祭祀) 지내보니 영가(靈駕)님들께서 더 확실하게 오실 것 같더라. 스님이 권위를 가지고 호출하는데 설마 안 오실라고. 다만 육식과 술을 못 올리는 게 좀... 호주머니에 작은 소주병이라도 감췄다가 스님 안 보실 때 슬쩍 부어? 천주교 식도 좋으나, 음식을 안 차리는 게 우리네 전통과 좀 거리가 있어 보였다.

      하여튼 명절 싹 없앴으면 졸겠다. 추석? 설? 다 그만둬. 휴일도 없애. “뭐, 휴일을 없애? 그건 그대로 두고...” 하겠지.  독자 여러분, 회원 여러분, 추석 명절 즐겁게 보내세요 !!

    류근일 전 조선일보 주필/2018/9/23
    류근일의 탐미주의 클럽(cafe.daum.net/aestheticismclu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