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고한 비핵화 의지’를 거듭 확약했다는데...남북 ‘정권’ 간의 ‘친선우의(親善友誼) 단합대회’?
  • 李 竹 / 時事論評家

      무언가 이상하고 괴이하다. 항문 깊은 전문가가 되지 못해서인지, 순진해서 인지, 뭘 몰라서 인지 이해가 잘 안 된다. 한글을 쓰는 이 나라 많은 국민들의 심정도 그렇지 않을까 한다.

      “김정은 위원장은 확고한 비핵화 의지를 거듭거듭 확약했다... 북한이 평양공동선언에서 사용한 ‘참관’이나 ‘영구적 폐기’라는 용어는 결국 ‘검증 가능한’ ‘불가역적 폐기’라는 말과 같은 뜻이다...”

      ‘확고’하다면, 그 위원장이 직접 짖어대면 되지 않나. 그리고 ‘같은 뜻’이면 그렇게 적지 왜 달리 적고 나서, 친절하게(?) 부연 설명까지 하는지 원.
      “구린 구석이 없고서야...” 이런 느낌을 받는 건 당연한 거 아닌가.

      “말꼬리나 잡느냐” 또는 “말장난 하자는 거냐”고 힐난할 수 있다. 그러나 어찌 보면 현재까지의 ‘비핵화’(非核化)라는 것이 결국 그 짓거리뿐이었다고 해고 과언이 아니다. 저들의 오랜 전부터 계략(計略)의 하나였고.
      ‘북녘의 비핵화’냐 ‘한반도[조선반도]의 비핵화’냐를 놓고 패거리가 나뉘고, 조건이 달라지고, 협상이 깨지고 붙고 해왔지 않나. 그러다 보니 애처로운 일도 있게 된다.

      엊그제 야밤 평양 능라도 ‘5·1경기장’에서 연설 중에, ‘비핵화’를 거론하면서 ‘한반도’나 ‘조선반도’를 앞에 붙이기가 오죽 거시기 했으면 이렇게 에둘렀을까.
      “백두에서 한라까지 아름다운 우리 강산...” 누가 써 줬는지, 잔대가리 굴리는 데는 가히 귀재(鬼才)급이다.

      말꼬리 잡기나 말장난과 같은 본말전도(本末顚倒)는 이번 ‘회담’의 결과물인 ‘9월 평양공동선언’이란 걸 둘러싸고 다시 시작되는 듯하다. 특히, 이 나라 국민들의 큰 관심사인 ‘비핵화’와 관련된 부분이다. 그 ‘선언’ 끄트머리쯤에 이런 항이 있다.
      ① 북측은 동창리 엔진시험장과 미사일 발사대를 유관국 전문가들의 참관 하에 우선 영구적으로 폐기하기로 하였다.
      ② 북측은 미국이 6·12 북미공동성명의 정신에 따라 상응조치를 취하면 영변 핵시설의 영구적 폐기와 같은 추가적인 조치를 계속 취해나갈 용의가 있음을 표명하였다.

      이에 대해, 양키나라에서 즉각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19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스티븐 비건 대북정책 특별대표와 오스트리아 빈에서 가능한 한 빨리 만날 것을 북한에 요청했다”고 밝혔다... =

      이 나라에서도 드디어 ‘거간꾼’이 밥값을 했다는 듯 의기양양 자랑이 뻗쳤다.
      “북한이 이번에 동창리·영변을 언급한 것은 상당히 중요한 큰 걸음을 내디딘 것이다... [김 위원장이]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폐기’에 동의했다... 빨리 비핵화해 경제에 집중하고 싶다고 하더라... 논의한 내용 가운데 합의문에 담지 않은 내용도 있다. 그런 부분에 대해선 앞으로 방미(訪美)해서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게 되면 그때 미국 측에 상세한 내용을 전해줄 계획이다...”

      그런데...
      이 나라 국민들은 ‘비핵화’(非核化)라면, 당연히 북녘의 세습독재자가 손아귀에 틀어쥐고 있는 ‘핵무기[핵미사일]’을 내려놓는 걸로 알고 있다.
      쓸모없는 ‘엔진 시험장’과 ‘발사대’, 또는 고물(故物)이 다 된 ‘영변의 시설물’들이 이 나라에 날아와 떨어져 폭발하지는 않을 거 아닌가.
      “비핵화를 빨리 하고 싶다”는 데... 뭘 어떻게 빨리하겠다는 건지 무지렁이 국민은 도대체가 이해하기 힘들다. 그 무슨 ‘과거 핵’, ‘미래 핵’ 타령이나 한다고, 깊숙이 꼬불쳐 논 ‘핵무기’가 없어지겠는가?

      2박 3일 행사에 들떠서 인지, 알고도 모른 체 하는지 이런 건 거의 거론이 안 되는 분위기다. 그나마 아무개 일간신문 ‘사설’(社說)에서 얼핏 비쳤다. 일간신문 ‘사설’을 꼬박꼬박 챙겨보는 이 나라 국민들이 몇이나 될는지... 그저 하루 사이에 묻힐 건 뻔하다.
      “북은 핵탄두 수십 개를 만들었고 이 핵탄두는 지하 우라늄 농축시설에서 제조하고 있는데 이에 대해선 일언반구도 없는 것이다. 북은 이 핵탄두 개수, 핵탄두 저장소, 지하 우라늄 농축시설 위치를 상세하게 제출하고...” 이런 걸 “빨리 하고 싶다”는 건 아마 아니지 싶다.

      이런 가운데 북녘의 ‘핵무기’가 세습독재자의 손아귀에 건재(健在)하는 한, 그 이행 여부가 무의미할 수도 있다는 ‘남북 군사합의서’도 꾸려졌다고 한다. 이 나라 땅과 바다와 섬과 하늘을 지키는 방벽·장치들과 의지에 구멍을 숭숭 내기로 했다며 흥분하는 분들이 많다.
      항문 깊고 넓은 군사전문가들이 세세하게 따지고는 있다지만, ‘평화’가 급하다고 아우성이니 되돌리기도 어려울 것 같다. 오죽 급했으면 “평화가 경제고, 경제가 평화!”라고 게거품을 물까.

      사정이 이렇다 보니, 그 ‘회담’ 자체가 본말전도(本末顚倒) 아니냐는 지적도 있단다. ‘핵 담판’은 아니었고, 남북 양 정권 간의 ‘친선우의행사’ 내지는 ‘단합대회’였다는 평가가 나오기 시작했단다. 이걸 설명하기라도 하듯...
      “나라의 ‘정상’ 간 만남이고 회담이면, 각자의 나라를 상징하는 국기(國旗)가 내걸리는 게 맞다. 하지만, 평양에 ‘태극기’는 없었다. 가까운 시일 내에 ‘백도혈통’(百盜血統) 집안네들이 서울에 온다고 하는데, 그 때는 어떨까? 서울에서도 ‘인민공화국기’가 없을까?” 뭐 이런 말들이 돌아다닌다고 한다. 그래도...

      ‘회담’이 됐던 ‘단합대회’가 됐던 서로 간에 주고받은 선물은 푸짐했다고. 그나마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경제 ‘협력’을 빙자한 통 큰 ‘퍼주기’ 약속과 정(情)이 듬뿍 담긴 추석 선물 교환도 있었나 보다. 북녘에서는 선대(先代)를 본받아 그 귀하다는 ‘송이’ 버섯을 시가로 십 수억 원 어치나 보냈다고 한다. 퍼주기로 따지면 수십조에 이른다고 하니, 십 수억이야 애들 끔값이지만...
      혹시, “이거나 처먹고 떨어져라!” 뭐 이런 건 아니겠지? 항상 ‘선의’(善意)로 움직이는 집안[百盜血統]이니까. 하지만 남녘에는 그렇지 못한 국민들도 더러 있나보다.
      아무개 신문의 그 ‘송이버섯 선물’ 기사(記事) 끝에 아주 발칙한 ‘댓글’이 달린 걸 보면...
      “김정은 지시에 인민들은 송이 따러 굶주린 배 움켜쥐고 밤낮으로 산을 탔겠지... 인민들의 피와 땀, 휜 허리가 안 보이는가...” 이쯤하고...

      뜬금없다고 할 수도 있으나, 그 ‘회담’을 전후좌우로 돌아보면서 문득 떠오르는 현자(賢者)의 말씀이 있다. 약간 길다.
      “정치는 적(敵) 후방에 상륙한다는 말이 있다. 북한의 정치는 분명히 남한의 후방에 깊숙이 상륙하여 튼튼한 기지를 구축했다. 그러나 남한의 정치는 북한의 후방에 상륙한 흔적이 없다.  상륙은커녕 상륙의 의지조차 보이질 않는다.
      남북한의 정치역량은 비교가 되지 않는 것이다. 비록 하나는 순진한 무지에 기인하고 다른 하나는 목적을 위해 수단을 가리지 않는 철저한 권모술수의 소산이라 결정적인 차이점은 있지만, 현실을 움직이는 역량으로서는 우열이 너무 심한 것이다.” 1993년 즈음에 나온 책에서 인용했다.

      가을비가 내리고 난 하늘이 높다. ‘천고마비’(天高馬肥)의 절기라고 한다. 그렇게 세월은 또 지나가고 있다...
    <이 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