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족, 영화 '암수살인' 상영금지 가처분 신청"사전에 동의도 구하지 않고 영화 만들어"
  • 개봉 전부터 해외영화제 러브콜이 쇄도하고 있는 범죄스릴러 영화 '암수살인'이 예기치 못한 암초에 부딪혔다.

    영화에 등장하는 한 살인사건의 피해자 유가족이 "영화 '암수살인'이 특정 사건을 유사하게 묘사하고 있다"며 지난 20일 서울중앙지법에 영화 상영 금지 가처분 신청서를 제출한 것.

    유족 측에 따르면 사건이 발생한 날짜는 2007년에서 2012년으로 바뀌었지만, 등장 인물의 나이와 범행 수법 등이 실제 사건과 흡사하게 묘사된 것으로 전해졌다.

    유족들은 해당 사건을 모티브로 영화가 만들어진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다가 지난 8월 우연히 영화 홍보 영상을 보고 이 사실을 알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유족의 소송 대리를 맡고 있는 정재기 유앤아이파트너스 변호사는 21일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피해자의 유가족에 따르면 실제 고인이 되신 분과 영화에 등장하는 인물은 모든 면에서 일치하고 있다"며 "살해당하는 장면, 피의자·피해자의 신상명세, 살해된 장소 등이 실제 사건과 동일하다"고 말했다.

    실제 사건 기록을 보면 2007년 11월 26일 밤 부산 중구 부평동에서 30대 남성(A씨)이 누군가의 흉기에 찔려 사망했다는 내용이 나온다. 당시 범인은 자신의 어깨와 부딪히고도 제대로 사과를 안하고 지나친 A씨에게 다가가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한 뒤 시신에 불까지 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영화 '암수살인'에도 이와 흡사한 사건이 나온다. 살인 혐의로 수감된 강태오(주지훈 분)는 형민(김윤석 분)을 콕 집어 오직 그에게만 추가 살인을 자백한다. 강태오가 자백한 사건 중엔 어깨를 부딪힌 누군가를 죽이고 불로 태웠다는 내용도 들어 있었다.

    정재기 변호사는 "이 영화가 단순한 창작물이고 영화에 등장한 내용이 그저 우연의 일치에 불과했다면 이렇듯 유족이 들고 일어나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영화를 보면 살해된 장소가 부산 부평동 무슨 식당 앞이라는 얘기가 나오고, 심지어 간판까지 똑같이 나온다"고 말했다.

    정 변호사는 "이같은 사실을 인지한 유가족이 '암수살인'의 제작·배급사 측에 해명을 요구하는 내용증명을 보냈는데, 제작·배급사 측은 영화 앞부분에 실화를 바탕으로 한 허구의 영화라는 문구를 넣겠다는 회신만 보내왔다"며 "먼저 동의를 구하지도 않고 영화를 만든 것도 모자라, 사과마저 하지 않는 모습에 유가족이 분노를 느낀 건 어찌보면 당연하다"고 밝혔다.

    "제때 사과만 했더라면 이렇게 소송까지 진행하지는 않았을 겁니다. 피해자 유가족 분들은 홍보 영상을 보고 정말 크게 놀라셨거든요. 유족 분들은 제작·배급사 측이 고인이 나오는 장면을 교체하거나 완전 삭제하기를 바라고 계신데요. 이런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상영 중단을 요구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입니다."

    정 변호사는 "영화 제작사가 뒤늦게 사과 입장을 담은 보도자료를 배포했지만 유가족 측은 이런 사과문 하나 달랑 보내는 게 무슨 사과냐며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고 말했다.

    정 변호사는 "이에 제작사와 감독이 직접 사과하러 오겠다는 의사를 밝혀 현재 유가족 측이 입장을 정리 중에 있다"고 밝혔다.

    [사진 제공 = 쇼박스 / 앤드크레딧]