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양국 대통령, 실제보다 더 긍정적으로 북한 비핵화 평가” VOA에 우려
  • ▲ 지난 20일 백두산 천지에 올라 맞잡은 손을 들어 올리는 김정은과 문재인 대통령.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지난 20일 백두산 천지에 올라 맞잡은 손을 들어 올리는 김정은과 문재인 대통령.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평양공동선언에 명기된 북한 비핵화의 의미가 국제사회가 생각하는 것과 다르다는 주장이 미국에서도 나왔다. ‘미국의 소리(VOA)’ 방송은 21일 “북한 문제를 오랫동안 다뤄온 미국 전문가들은 북한이 말하는 ‘한반도 비핵화’의 확실한 의미부터 파악해야 한다고 지적하며, 도널드 트럼프 美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이 비핵화 문제를 실제보다 더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데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고 전했다.

    ‘미국의 소리’ 방송은 이날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 재단 선임연구원, 프랭크 자누지 맨스필드 재단 대표, 마이클 오핸론 브루킹스 연구소 선임연구원, 마이클 푹스 前국무부 동아시아 태평양 담당 부차관보, 게리 세이모어 前백악관 대량살상무기 담당 조정관의 의견을 전했다.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 재단 선임연구원은 “마이크 폼페이오 美국무장관이나 스티븐 비건 美대북정책 특별대표는 북한이 말하는 ‘비핵화’가 정확히 무슨 뜻인지 확인하고, 이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 결의가 요구하는 비핵화와 일치시키려 노력할 것 같다”고 평가했다. 클링너 선임연구원은 “남북 간 합의뿐만 아니라 국제사회가 북한과 체결한 모든 합의는 항상 매우 짧고 내용도 모호해 다른 해석이 가능했고 확실한 검증이 결여돼 왔다”면서 “따라서 미국은 과거 소련과의 군축협상 때처럼 어떤 행동을 금지하고, 무엇을 파괴해야 하는지 등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클링너 선임연구원은 문재인 대통령이 북한 비핵화 문제를 명분으로 앞장서는 것에 대해 “제 생각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과거의 햇볕정책을 계승하려는 의지를 가진 상황에서 2017년 말과 2018년 초 부각됐던 미국의 대북선제타격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기 때문에 북한 비핵화와 관련해 긍정적인 부분을 부각시키고 외교적 해결을 최대한 빠르게 진척시키려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프랭크 자누지 맨스필드 재단 대표도 북한이 주장하는 ‘한반도 비핵화’의 명확한 의미가 무엇인지 확인해야 한다고 지적했다고 한다. 이를 확인할 유일한 길은 양측이 자리에 마주 앉아 질의응답을 하는 것이며 미국은 여기에 대응할 계획을 구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자누지 대표는 그러나 “북한이 말하는 비핵화가 주한미군 철수나 미국의 핵무기 포기를 뜻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서는 “북한은 공식적으로 이런 뜻을 밝힌 적이 없다”며 부정적으로 평가했다고 한다. 그는 “북한이 핵물질 생산을 중단하고 핵무기와 핵관련 시설을 해체하기 시작하면 우리가 그들에게 무엇을 줄 것인지 명확하게 할 필요도 있다”며 “제 생각에는 폼페이오 美국무장관도 내주에 이런 내용에 중점을 두고 북한과 접촉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자누지 대표 “폼페이오 장관, 북한 의도 파악에 주력할 듯”

  • ▲ 도널드 트럼프 美대통령이 지난 18일(현지시간) 남북 정상의 평양공동선언 소식을 듣고 올린 트윗. 김정은이 핵사찰을 허용했다고 돼 있다. ⓒ도널드 트럼프 美대통령 트위터 캡쳐.
    ▲ 도널드 트럼프 美대통령이 지난 18일(현지시간) 남북 정상의 평양공동선언 소식을 듣고 올린 트윗. 김정은이 핵사찰을 허용했다고 돼 있다. ⓒ도널드 트럼프 美대통령 트위터 캡쳐.

    자누지 대표는 또한 “북한이 한 약속과 나중에 실제로 이뤄진 행동을 구분해야 한다”면서 “비핵화와 평화를 향한 단계적 약속은 실제 일어날 일과 약속 간에 꽤나 큰 괴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북한의 약속을 완전히 무시해서도 안 되지만 이를 믿는 것도 신중해야 한다는 설명이었다.

    이 밖에 마이클 오핸론 브루킹스 연구소 선임연구원은 향후 미국과 북한 간의 협상이 평화선언 등을 체결할 수 있는지 여부에 관심이 쏠릴 것이고, 이런 협상이 시작된다면 미국 측은 ‘평화선언’과 동시에 북한이 실제로 핵무기를 빠르게 할 수 있도록 하는 압박하는 방식을 사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직 고위 관료들은 트럼프 美대통령이 북한 비핵화와 김정은에 대해 긍정적인 말을 내놓는 이유가 실제 상황은 정반대이기 때문일 것이라고 추측했다.

    마이클 푹스 前국무부 동아시아 태평양 담당 부차관보는 “트럼프 대통령은 사람들이 북한 비핵화 문제가 계속 진전되고 있다고 믿게 만들고 싶지만 현재 외교적으로 이를 증명할 방법이 없다”고 주장했고, 게리 세이모어 前백악관 대량살상무기 담당 조정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이 핵사찰을 허용하기로 합의했다’고 트위터에 글을 올렸는데, 사실 이런 합의는 이뤄진 적이 없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 비핵화 문제에 관한 구체적인 내용을 모르고 있으며, 그저 대북정책이 성공적인 것처럼 보이게 하려는 정치적 욕심이 있는 것만은 확실하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한국은 물론 미국에서도 평양공동선언과 미국의 대화 제의를 두고 다양한 해석을 내놓고 있다. 평양공동선언 속의 비핵화 의미, 트럼프 美대통령의 주장, 미국과 북한 간의 협상 결과가 어떻게 될 것인지는 오는 24일(현지시간) 美뉴욕에서 열리는 유엔 총회에서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