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제재 등 리스크 안고 방북했건만… 네티즌들 '도대체 뭐하러 갔느냐' 수군
  • ▲ 제3차 남북정상회담 서울 프레스 센터 모습. ⓒ평양사진공동취재단
    ▲ 제3차 남북정상회담 서울 프레스 센터 모습. ⓒ평양사진공동취재단
    18일부터 20일까지의 제3차 남북정상회담이 끝났지만 이 과정에서 정부와 함께 방북에 동행했던 경제인과 연예인들의 모습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대북제재 위반의 위험을 안고 방북한 것에 비해 눈에 띄는 행보가 보이지 않자,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도대체 '무엇 하러 바쁜 사람들을 동행시켰느냐'는 비판도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은 20일 오후, 2박 3일간의 평양 방문 일정을 마치고 귀국했다. 두차례의 정상회담을 통해 9월평양공동선언과 남북 군사분야 합의를 도출했다. 청와대는 비핵화 문제에 대해 "곧 국제사회에서 새로운 국면을 도래시킬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평가했고, 송영무 국방부 장관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서울 답방에 맞춰 한라산 정상에 헬기장을 만들겠다"고 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와 함께 동행한 경제인들의 경우 지난 18일 북한 리용남을 면담한 것과 양묘장을 찾은 것이 세부 일정의 전부였고, 동행한 알리, 지코 등 연예인들 역시 지난 19일 5·1 경기장에서 경기를 관람한 것 외에 특별한 공식 일정이 없었다.

    SK 최태원 회장의 경우 평양 방문 첫날에는 환영만찬장에서 현송월 삼지연악단단장,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 등과 한 테이블에 앉았고, 오찬장소인 옥류관에서는 발코니에서 대동강을 배경으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홍석현 중앙홀딩스 회장의 기념사진을 찍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이재용 부회장의 경우 리용남 내각부총리가 "여러 가지 측면에서 아주 유명한 인물이더라"라며 관심을 표했지만, 방북 전 기간에서 눈에 띄는 일정은 없었다.

    ◆ 가수 알리만 백두산에서 '아리랑' 불러


    연예인들의 경우에는 5·1 경기장의 공연을 관람했다. 가수 에일리는 공연 후 취재진과 만나 "잘 봤다. 멋진 공연 보여 주셔서 감사하게 생각한다"며 "너무 감동적"이라고 했다. 래퍼 지코도 "조명· 연출 모두 겪어보지 못했던 무대여서, 넋을 놓고 봤다"며 "통일 관련 문구를 마지막에 봤을 때 감동을 많이 받았다"고 했다.

    이 밖에 래퍼 지코가 북한 옥류관에서 평양냉면을 시식한 후 평가한 부분이 공개되기도 했다. 지코는 "옥류관 평양냉면은 제가 늘 먹어왔던 평양냉면 맛의 최대치일 거라 생각하고 먹었는데 전혀 다르더라"고 평했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숨겨진 일정으로 공연이 있는 게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는 해프닝도 있었다.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한 김정훈 기자는 "가수 알리가 막판에 부랴부랴 추가됐다. 굳이 평양의 모습을 구경하러 오라는 것이라면 무리해 추가할 필요가 있을까 싶다"며 "평양에서의 공연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고 했다.

    다만 가수 알리는 정상회담 마지막 날인 20일 문재인 대통령이 백두산 천지를 방문했을 때 천지를 배경으로 '아리랑'을 불렀다. 문재인 대통령 내외와 김정은·이설주 부부가 박수를 치며 알리의 아리랑을 따라불렀다. 하지만, 문 대통령의 백두산 방문 자체가 원래 일정에 없던 것이기 때문에 이날 알리의 노래는 기획된 공연으로 보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청와대 역시 경제인들이 이번 방북을 통해 얻어간 가시적인 성과는 없었다는 점을 부정하지 않는 상태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20일 정례브리핑에서 "북측은 (총 방북 인원으로) 200명이라는 숫자를 우리에게 제시했을 뿐이고, 누구를 그 수행단에 포함시켜달라는 요청은 전혀 없었다"며 "당장의 어떤 경제협력에 성과를 내기 위해 방북을 했다기보다는 앞으로 전개될 한반도의 새로운 지형에 대비해서 이번에 올라간 것"이라고 설명했다.

    ◆ 네티즌들 '도대체 뭐하러 갔느냐' 수군

    윤영찬 수석은 지난 18일 브리핑에서도 "구체적 MOU는 이번에 나오지 않을 것"이라며 "구체적 결과물이 나오지는 않는다"고 한 바 있다.

    이에 '그럴 거면 왜 데려갔느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바른미래당은 지난 17일 "유엔의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의 긴급회의까지 소집 요구된 마당에 문재인 정부는 재벌 총수를 비롯한 기업인들과 연예인들까지 데려가 '잔치'를 하기로 한 것이냐"고 비판했다.

    김정화 바른미래당 대변인은 "비핵화의 가시적인 조치가 없는 지금 재벌총수들까지 데려가 남북경협을 발표하는 것은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와 전면적으로 대치하겠다는 신호가 될 수 있다"며 "우리 경제를 지탱하는 수출기업들에 대한 제재조치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모르는 것인지 묻고 싶다"고 비판했다.

    한 네티즌(5190****) 네이버에 "집안은 풍비박산이 나고 있는데 연예인을 대동하고 가서 공연보고… 놀러 갔느냐"고 비꼬았다. 다만 일부에서는 "대중문화 교류라는 큰 틀에서 바라봐야 한다"는 반론도 있었다. 네이버의 한 네티즌은 (ooch****) "큰 틀에서 바라보면 세금 몇 푼 들고 그런 게 중요한 게 아니다"며 "서로 문화도 보여주고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만들려고 한 것이 아니겠느냐"고 두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