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트 200여 척 파손, 도로 1,000여 곳 폐쇄, 가로수 1,500여 그루 쓰러져…사망자는 ‘0명’
  • 지난 17일 홍콩 기상관측 사상 최강 태풍 망쿳의 홍콩 내 피해는 사망자가 전무한 가운데 쓰러진 가로수의 의한 교통시설 파손이 주를 이뤘다. 경찰 집계에 의하면, 가로수 1,500여 그루가 뽑혀져 쓰러졌으며, 이로 인해 1000여 도로 폐쇄, 교통신호등 파손 170여개, 그리고 18일 하루 동안 600여 버스노선 운행이 중지됐다.

    해안에서의 피해도 눈에 띈다. 요트 마리나에 정박 중인 200여 척의 요트가 손상되어 총 약 1억 홍콩달러 (한화 약143억원)의 피해를 냈으며, 그중에는 2천만 홍콩달러(약 28억 6천만 원)를 호가하는 이태리제 대형요트 1척이 포함돼 있다. 또한 홍콩에 정박 중인 중국 해군 구축함 한척이 파손되어 무인도로 떠내려갔으며, 500여 건물에서 깨진 유리창 파편이 바다로 흘러들어가 현재 일부 해안의 일반인 접근이 금지된 상태이다.

    인명 피해는 458명이 부상으로 입원했으며, 19일 바닷가에서 한 중년 남성의 익사체가 발견됐으나 태풍과 연관성이 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태풍 ‘망쿳’ 인명 피해 없었지만 당국 대응에 불만 심화

    이렇듯 이번 태풍에서 홍콩 내 인명 및 주요시설 보호는 대체로 성공했지만, 사후 발생한 교통대란을 막지 못해 시민들의 불만을 샀다. 태풍이 지나간 다음날인 18일 월요일에 임시공휴일이 선포되지 않아 도로 위에 널브러진 가로수가 출근전쟁을 유발하여, 출근길 시민을 대상으로 최고 1,500홍콩달러 (약 21만 5천원)에 달하는 택시 바가지 요금이 등장했다.


  • 그런데 캐리 람(林鄭月娥) 홍콩 행정장관이 18일 밤 페이스북을 통해서 “태풍 복구 작업 중인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우리 모두 홍콩이 하루빨리 정상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노력하자”는 메시지를 올리자 8천 건이 넘는 항의 댓글이 달렸다.

    주로 “마을버스를 타고 옆 동네로 가는데 버스기사가 200홍콩달러(한화 약 2만 9천원) 바가지 버스 값을 요구하고, 전철이 끊겨 출근길을 서두르는 시민에게 우버(택시공유서비스) 기사가 1500홍콩달러를 달라더라. 왜 임시공휴일을 선포하지 않느냐” 는 등, 바가지요금을 야기한 책임을 질 것을 요구하는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실제 홍콩 당국은 월화 이틀간 각급학교 휴교령을 내리는 조치를 내린 데 그친 반면, 인근 중국 심천 당국은 월요일 하루 간 모든 행정 각급 기관 및 상업시설에 대한 업무정지명령을 내렸으며, 인근 마카오 역시 월요일 전 공무원에게 휴무령이 내려졌다. 심천에서는 월요일에 출근전쟁은 벌어지지 않아, 홍콩시민들 사이에서 ‘차라리 (사회주의) 심천을 배워라’는 주장도 나왔다.

    한 변호사는 캐리 람 행정장관 페이스북의 태풍관련 게시글의 댓글에서 “홍콩법례 제 241장 긴급정황규례조례에 의하면, 행정장관은 긴급 상황이 발생했을 때 행정회의를 거쳐 공중이익에 부합하는 조치를 내릴 수 있다” 며 당국의 안일한 대응을 지적했고, 사과일보(Apple Daily)는 ‘출근족 수난의 날’ 이라며 “경제손실을 이유로 임시공휴일을 지정하지 않아 월요일 교통대란과 바가지 요금을 야기했는데, 당국은 예방조치로 피해를 최소화했다며 자화자찬만 하고 있다”고 사설을 통해 비난했다. 홍콩의 범민주파와 친중파 정당들 역시 “당국은 인명 및 주요시설 보호에 집중한 나머지 교통대책을 전혀 세우지 않았다” 고 한목소리를 냈다.

    교통대란에도 차분했던 홍콩 시민들


  • 한편 교통대란을 제외하고는 홍콩시민들은 대체로 차분한 모습을 보여, 천재지변이나 사고 후 각종 유언비어가 난무하는 다른 동아시아 국가들과 대조를 보였다. 홍콩의 페이스북 태풍피해 신고사이트인 ‘홍콩 돌발사고 보고’에는 사실에 기인한 수많은 투고가 올라왔지만, 시속 150키로가 넘는 태풍이 부는 텅 빈 도로위에서 장풍시범을 벌이거나, 한 남성이 어린아이를 데리고 주변이 물에 잠긴 도로위에서 기념사진을 찍는 동영상이 페이스북에 올라오자 ‘정신 차려라’고 나무라는 등 침착한 시민의식을 보여줬다.

    마카오 당국은 유언비어에 적극 개입했다. 마카오 TDM 포르투갈어 라디오는 태풍 직후 고발된 5건의 유언비어에 대해 경찰이 수사중이며, 그 중 한건을 입건했다고 보도했다. 한 마카오 경찰간부는 관련인터뷰에서 “재해발생시 유언비어를 접하면 공포감이 배가되며, 피해확대로 이어진다”며 시민들에게 자제를 요청했다. 마카오는 작년 태풍 ‘하토’때도 유언비어 유포자 수명을 체포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