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엔 북한이 이 정도로 비핵화에 대한 의견 밝힌 적 없어"… '文 업적 과시' 안간힘
  • ▲ 지난 19일 동대문 서울 프레스 센터의 모습.ⓒ평양사진공동취재단
    ▲ 지난 19일 동대문 서울 프레스 센터의 모습.ⓒ평양사진공동취재단
    청와대가 20일, 평양공동선언에 대해 "관련국 모두의 지지를 받는 프로세스가 된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20일 서울 동대문에 있는 메인프레스센터(MPC)에서 9월 평양공동선언에 대해 "70년 만에 전쟁 끝내고 평화와 번영을 위한 새로운 시간이 흐르고 있다"고 말했다.

    윤영찬 수석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현 상황과 관련해 '서한을 사흘 전에 받았다. 매우 좋은 소식이며 엄청난 진전이 있었다'고 밝혔다"며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도 트럼프 대통령의 첫 임기내에 비핵화 완성 등 북미간 근본적인 관계 전환을 위해 협상에 즉시 착수한다고 발표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윤영찬 수석은 "폼페이오 장관은 리용호 외무상에게 유엔총회에서 만날 것도 요청했다고 공개했다"며 주변국의 반응을 설명했다.

    윤 수석이 소개한 한반도 주변국의 반응은 미국과 중국과 러시아, 그리고 일본까지 4개국이다. 윤영찬 수석은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새롭고 중요한 합의에 도달했다"고 언급한 발언 ▲러시아 대변인이 "우리는 실질적인 행보를 당연히 지지한다"고 한 발언 ▲일본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로 이어 질 것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한 부분을 각각 추가로 소개했다.

    윤영찬 수석은 "문재인 대통령은 평양에서 돌아오자마자 다시 UN총회 참석을 위해 뉴욕으로 떠나게 된다. (평양으로)가면서 말씀했던 북미 간 대화의 중재와 촉진의 역할을 위한 것"이라며 "낙관할 수는 없지만 새로운 다리, 새로운 미래가 만들어지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고 생각한다. 함께 지켜봐주시기 바란다"고 호소했다.

    윤영찬 국민소통수석의 이같은 언급은 제3차 평양 남북정상회담에 대해 긍정적인 여론을 끌어내기 위함으로 해석된다. 이번 평양선언을 놓고 '성공적 중재'라는 평가와 북한의 '현재 핵'에 대한 결과를 도출하는데에는 실패했다는 평가가 엇갈리는 가운데, 한반도 주변국이 내놓은 입장을 근거로 청와대가 긍정적 여론 형성에 힘을 쏟고 있다는 해석이 정치권으로부터 나오고 있다. 다음주에 있을 유엔총회와 추석을 고려해 평양선언의 결과에 대한 국내외 여론전을 시도하기 위함으로 해석되지만, 외교적인 발언을 기초로 주변국의 지지를 받으려는 해석은 과하다는 비판이다.

    문재인 정부는 최근 6.13 지방선거 이후 지지율이 끝없이 추락하며 위기를 맞았으나,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최근 다시 반등하는 분위기다. 추석민심에서 반전을 노리기 위해서는 이같은 분위기를 더욱 끌어올려야 하는 상황이다. 또한 유엔 총회와 같이 한반도 주변국이 모두 모인 외교무대에서의 긍정적인 평가도 필요한 상태다. 

    이때문인지 문재인 정부의 다른 인사들도 비슷한 발언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같은 장소에서 공개브리핑을 한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도 문재인 정부의 이번 회담이 '커다란 진전'이라는 데 초점을 맞춰 설명했다.

    이도훈 본부장은 "작년에 군사옵션을 이야기할 때와 비교해보면 (이번 평양 선언은) 엄청난 진전"이라며 "이런 측면에서 이번 회담과 선언은 우리정부가 언급했던 '남북관계가 북미 관계를 밑받침 할 수 있다'던 논리가 증명된거라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도훈 본부장은 "4·27회담에서 6·12 북미회담으로 넘어가려 할 때 문제가 있었고, (이를 풀기 위해) 2차 남북회담이 있었다. 이번에도 교착상태에 있었는데 다시 움직이게 됐다"며 "이 과정에서 한국정부의 역할이 없다고 할 수 없다. 이번 회담은 실질적 측면에서도 성과가 있었다"고 거듭 강조했다.

    나아가 "과거에는 북에서 이 정도로 최정상급에서 비핵화에 의견을 밝힌적이 없다"며 "또 동창리 미사일과 발사대 폐기는 이미 북한이 취한 조치라고는 하지만 미국이 그간 (검증 차원에서) 참관단을 받아들여 달라 요구해왔다. (북한 입장에서는 미국에 종전선을 끌어내기 위한) 중간조치임에는 분명하나 북한이 자체적으로 하면 확인할 길이 없다는 것(이 미국의 입장)"이라며 "참관단 요구도 북한이 이번에 수용했다는 점에서 성과가 적지 않다고 말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외교가 특유의 어법을 감안해 해석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자유한국당 김영우 의원(경기포천가평 ·3선)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한반도 주변국의 반응은 외교적 언사일 뿐"이라며 선을 그었다. 김영우 의원은 "외교적인 언급을 가지고 자화자찬 한다는 것"이라고도 했다. 일반적으로 외교가에서는 극도로 신중한 어법을 활용하면서 되도록이면 부정적 어감의 단어를 삼간다. 실제 일본의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로 이어질 것을 기대하고 있다"는 입장은 기존의 원론적 입장과 크게 달라지지 않은 내용이다.

    일본의 스가 국방장관 역시 정례브리핑에서 "중요한 것은 종전 북·미 정상회담(센토사 합의)에서 이뤄진 비핵화 합의가 완전하고 신속하게 이행되는 것"이라면서도 "선언을 막 발표한 만큼 현시점에서 한반도 비핵화가 실현될지는 당분간 지켜봐야 한다"고 했다. 비핵화 실현 가능성에 대해서는 선을 그은 셈이다.

    김영우 의원은 "문재인 정부가 민족적 낭만주의에 빠져 안보현실을 외면하고 있다"며 "이번에 합의한 남북군사합의 역시 북한이 핵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감안할 때 완벽한 불평등 합의"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