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핵무기 갖고 있는데 우리만 무장 해제… '살라미 전술' 말려들어 대한민국 위험해져
  • ▲ 정종섭 자유한국당 의원은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비핵화 빠진 종전선언, 왜 위험한가?'를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했다. 신각수 전 외교부 차관(사진)이 발언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 정종섭 자유한국당 의원은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비핵화 빠진 종전선언, 왜 위험한가?'를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했다. 신각수 전 외교부 차관(사진)이 발언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18일부터 평양에서 진행되고 있는 제3차 남북회담이 2일차를 맞은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이 한국전쟁에 대한 종전(終戰)을 선언을 할 것인지, 종전선언에 앞서 북핵 폐기가 선행될 것인지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로 대두되고 있다.

    이와 관련, 구체적 비핵화(非核化) 로드맵을 명시하지 않은 종전선언은 북한 김정은 정권의 전략에 말려드는 것이며, 향후 북한 및 국내 친북단체들이 정부에 비핵화 없는 평화협정을 요구하는 초석(礎石)이 될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비핵화 없이 종전선언하면 바로 평화협정 요구할 것"

    신각수 전 외교부 차관은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국회 국방위 소속 정종섭 자유한국당 의원이 '비핵화 빠진 종전선언, 왜 위험한가'를 주제로 개최한 세미나에 참석해 이같이 밝혔다.

    신 전 차관은 "북한 핵실험은 이제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도 얼마든 가능하기 때문에, 핵실험장 폐기는 큰 양보라고 볼 수 없다"며 "문제는 비핵화 로드맵에 대해 일체 언급이 없다는 점이고, 이는 북한의 '살라미 전술'에 말려드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살라미 전술(Salami tactics)'이란, 거대한 협상을 여러 개로 쪼개 '각개격파' 식으로 단계적 이익을 얻어내는 전략이다. '살라미'는 이탈리아 소시지의 한 종류로, 맛이 강해 잘게 썰어 먹는다는 점에서 유래했다.

    신 전 차관은 "비핵화 없는 종전선언이 이뤄지면 북한은 비핵화 없이 조기 평화협정을 요구하고 나설 것"이라며 "그렇게 되면 '대북제재'만 남지만, 그마저도 중·러 평화무드에 의해 상당히 약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그는 비핵화 없는 종전선언이 한미동맹의 균열·친북단체들의 격화된 시위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도 우려했다. 신 전 차관은 "북한이 노동신문이나 중앙방송을 통하기보단 '우리민족끼리'와 같은 선전매체를 통해 평화협정 공작을 시도하고, 국내 친북세력도 평화협정·주한미군철수 등을 더욱 강력히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 ▲ 왼쪽부터 김민석 중앙일보 논설위원, 제성호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정종섭 자유한국당 의원, 신각수 전 외교부 차관(현 법무법인 세종 고문), 신원식 전 합참 차장. ⓒ뉴데일리 이종현
    ▲ 왼쪽부터 김민석 중앙일보 논설위원, 제성호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정종섭 자유한국당 의원, 신각수 전 외교부 차관(현 법무법인 세종 고문), 신원식 전 합참 차장. ⓒ뉴데일리 이종현
    '종전선언 먼저 하고, 비핵화 하자'는 주장은 거짓

    이날 세미나에는 △김민석 중앙일보 논설위원 △신원식 전 합참차장 △제성호 중앙대 교수가 토론자로 나섰다. 이들은 북한의 선제 비핵화 없이 종전을 말하는 것은 거짓평화이며 국가 안보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한목소리로 우려했다.

    김민석 중앙일보 논설위원은 "북한은 핵무기 폐기는 생각조차 하지 않고, 핵무기 고도화와 생산은 계속하면서, 대북제재와 군사적 압박 수단은 와해시키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종전선언을 하는 것은 핵무기를 가진 북한 앞에서 우리만 무장해제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김 논설위원은 "과거 북한은 종전선언에 대해 전작권이 없는 남한은 종전선언에 자격이 없다는 입장이었으나, 6월 미북회담 이후 적극적인 자세로 나오고 있다"며 "이는 한반도에서 미국의 군사력을 밀어내는 것이 중국과 북한에 유리하다는 공동의 목표가 합치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신원식 전 합참차장도 "남북관계에 대한 현 정부의 지나친 집착을 고려할 때, 종전선언을 근거로 평화협정 내용의 상당 부분이 추진될 가능성이 높다"며 "북한이 가장 부담을 느끼는 군사적 비핵화 원천 차단을 비롯해 한미 연합훈련 영구 중단 등이 진행될 경우 국가 안보태세에 부정적 영향이 불가피하다"고 경고했다. 

    '북한 비핵화' 없이 어떻게 평화를 거론하나  

    종전선언 자체가 국제법과 국제관례에 맞지 않는 이례적·변칙적인 구상이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제성호 중앙대 교수는 "전통국제법은 '휴전협정은 곧 평화협정'이라는 간명한 구도를 채택하고 있으며, 평화협정은 본질상 종전의 내용을 당연히 포함하고 있다"며 "휴전협정 체결 후 일정 기간 신뢰구축 및 평화 준비 기간을 거쳐 평화협정을 체결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설명했다.

    제 교수는 "핵보유국임이 기정사실화된 북한이 근본적으로 변화하지 않은 상황에서 우리가 먼저 변화하겠다는 자세는 정부의 남북관계 조급증에서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며 "비핵화 없이 평화가 왔다고 말하는 것은 사실을 호도하는 거짓평화다. 말로만 포장된 합의나 선언이 지속가능한 평화를 가져오는 것이 아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