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리 이사국들 “北의 비핵화 현장 검증도 안 돼…핵개발 징후 곳곳에서 포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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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의 장면.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긴급회의에서 이사국들은 북한이 계속 핵무기를 개발 중이라는 정황이 있으므로 보다 강력한 대북제재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놓은 반면 한국은 당사국임에도 “외교적 노력을 통해 북핵을 해결해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고 한다.

    ‘미국의 소리(VOA)’ 방송은 18일(현지시간) 유엔 안보리 회의 당시 이사국과 한국 측의 발언을 소개했다. 로즈메리 디칼로 유엔 정무담당 사무차장은 “북한은 지난 5월 평안북도 구성시에 있던 미사일 발사대와 7월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서해 위성발사장에서 탄도미사일 관련 시설들을 철거했다고 밝혔다”면서 “그러나 유엔 전문가들은 현장에서 직접 상황을 확인할 수 없었으며, 같은 시기 북한이 여전히 핵무기 및 탄도미사일 개발 계획을 계속 유지하고 개발하는 징후들을 포착했다”고 밝혔다.

    디칼로 유엔 사무차장은 이어 “국제원자력에너지기구(IAEA)는 여전히 북한에 방문할 수 없고, 그들이 밝힌 내용의 정확성, 폐기된 시설의 안전성 또한 검증할 수 없는 상태”라면서 “상업용 위성이 촬영한 사진을 토대로 작성한 IAEA 사무총장 명의의 정기 보고서에는 북한 영변 핵시설에서 플루토늄 생산 원자로와 방사성 화학 실험실, 우라늄 농축시설이 계속 운영 중이라는 정황이 담겨 있다”고 지적, “비핵화 조치 중”이라는 북한의 주장을 믿을 수 없다고 밝혔다.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를 이끌고 있는 카렐 반 오스터롬 유엔주재 네델란드 대사도 “북한의 핵무기와 탄도미사일 개발은 국제사회에 여전히 위협으로 남아 있다”며 “북한은 핵무기 및 탄도미사일 개발을 위해 국제사회의 제재를 위반하고 있고, 일부 다른 나라들도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를 완전히 이행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오스터롬 네델란드 대사는 “유엔 회원국들은 대북제재를 완전히 이행해야 하며 북한도 이런 유엔 안보리의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의미 있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면서 “국제사회는 비핵화가 이뤄질 때까지 대북압박을 유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캐런 피어스 유엔 주재 영국대사는 북한이 대북제재를 위반하기 위해 ‘독창적인 방법’을 고안해 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피어스 대사는 “북한의 석유제품 수입량이 유엔 안보리가 정한 상한선을 초과한 것으로 보인다는 미국 정부의 분석을 지지한다”면서 “북한이 공해상에서의 불법환적을 통해 석유제품을 확보하는 행위를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英·네델란드 등 대북제재 강화 촉구…韓 “외교적으로 해결해야”

  • 조태열 유엔주재 한국대사.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조태열 유엔주재 한국대사.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피어스 대사는 “미국과 한국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슬프게도 북한은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를 위한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고 북한을 비판하며 “내주 열리는 유엔 안보리 장관급 회의는 (북한 비핵화에) 매우 중요한 기회가 될 것이고, 이 시간을 낭비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고 한다. 피어스 대사가 말한 장관급 회의는 유엔 안보리가 오는 26일(현지시간) ‘국제평화와 안보유지’를 주제로 여는 것으로 도널드 트럼프 美대통령이 직접 주재할 예정이다.

    유엔 안보리 이사국들은 이처럼 대북제재를 유지하는 것은 물론 회원국들이 보다 충실히 이행해야 한다고 강조했지만 한국 정부는 “외교적 노력으로 북핵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북핵 문제 당사국 자격으로 회의에 참석한 한국 측 조태열 대사는 “긴장감이 고조되던 역내 지정학적 분위기는 외교적 노력을 통해 바뀌었다”면서 “이 같은 분위기 전환은 잘 짜여진 외교적 노력과 대화를 통해 이뤄진 것”이라고 주장했다.

    조태열 대사는 “또한 유엔 안보리와 국제사회는 일치단결해 대북제재를 완전히 이행함으로써 북한에 핵무기 보유 노력은 결코 용납할 수 없다는 명확한 메시지를 보냈다”면서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외교적 해결을 위한 협상력을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미국의 소리’ 방송에 따르면, 조태열 대사는 “평양에서 열리고 있는 남북정상회담이 교착상태에 빠진 美北간 협상을 재개할 수 있는 중요한 돌파구를 만들기를 기대한다”는 말도 했다고 한다.

    조 대사의 발언은 “남북관계 개선을 통해 북한 비핵화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한다”는 문재인 정부 기조와 일치하는 것이다. 동시에 미국 정부가 “북한 비핵화와 남북관계 개선은 따로 이뤄질 수 없다”고 거듭 밝힌 기조와도 대치되는 내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