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울한 시대에 사법부를 아직은 희망의 등대로 보는 까닭-
  •   이 암울한 시대에 사법부는 희망의 등대인가 절망의 표지(標識)인가? 아직은 희망의 등대로 보려 한다.

       "KBS 진실과미래위원회(진미위)'가 법원으로부터 사실상 활동중지 판결을 받았다. 이로써 과거사 정리를 명분으로 전사적으로 추진되던 KBS의 사내 '적폐청산' 활동에 제동이 걸리게 됐다. 18일 법조계와 KBS에 따르면 서울남부지법 제51민사부(부장판사 김도형)는 17일 'KBS공영노동조합‘이 진미위를 상대로 낸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받아들였다"-뉴데일리 2018/9/18 보도.

     정치권력과 지배 이데올로기와 국가진로가 혁명적으로 바뀐 후 방송사 내부에는 ‘혁명적인’ 위원회가 설치되었다.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들을 징계할 수 있는 권한을 행사하기 때문에 ‘혁명적’이라 부를 만하다. 그런데 법원이 그 ‘혁명적’ 권한 행사를 “안 된다”고 한 것이다. 가처분 결정이기에 최종결말은 아니지만.

     이런 법원의 결정은 요즘 같은 분위기에선 보통 용기 가지곤 내릴 수 없는 결단이다. 운동권 정권은 이런 사법부의 결정을 예의 주시할 것이다. “뭐? 적폐 청산에 반대하는 판사가 있다고? 간덩이가 부었군” 할 수도 있는 세상이니 말이다.

     자유당, 군사정권, 유신정권, 신군부 시절에도 용감한 판사들이 있었다. 지금 한 자리깨나 하는 운동권 출신들도 왕년에 정치범 시절에 그런 훌륭한 판사를 만나면 좋은 판결 또는 덜 심한 판결을 받을 수 있었다.

    개구리 올챙이 적 생각 못한다고 이들 운동권 출신 권력자들이 구사하는 공안(公安)이 지금은 몽둥이 휘두르며 마음에 들지 않는 '수구꼴통' 피고인들이면 변희재 논객에게 하듯, 굳이 구속수사도 하고 김세의 기지와 윤서인 화백(畵伯) 에게처럼 실형도 구형하고 있다. 판사들 중에도 운동권 성향을 가진 이들이 충분히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또 어느 한 구석에는 그렇지 않은 꼿꼿 판시들이 있어서 이른바 그 때 끄 때의 속된 '대세'에 순응하기를 거부하며 당대 권세에 맞지 않는 판결을 내리는 사례도 없을 리 없다. 이번 KBS ‘진미위’의 징계 인사권에 대해 ‘노(no)’라고 말한 재판부가 그런 사례일 것이다.

    정권은 유한하지만 사법 정의는 영원해야 하고 영원하다. 판사는 누구인가? 권위주의 집단이나 전체주의 이념집단의 도구가 아니라, 영원히 꼿꼿해야 할 독립된 정의의 잣대다. 오로지 이것에만 투철한 한 조각 영롱(玲瓏)한 양심(良心)과 양식(良識)의 화신(化身)-이게 판사다운 판사 본연의 판사상(判事像)이라고 자유인들은 믿는다. 

     이 절실한 여망에서 이번 가처분 결정을 내린 김도형 판사의 사법적 용기는 그 옛날 자유당 정권의 법관 연임(連任) 금지조항에 걸려 강제로 법대(法臺)를 떠나야 했던 몇몇 고결한 법관들의 전례를 상기시킨다. 이런 사례가 있는 한, 사법부는 이직은 희망의 등대라고 필자는 보려 한다. 곳곳에 청청하게 남아 있을 자유 대한민국 판사들이어, 당신들을 신뢰합니다!

    류근일 /전 조선일보 주필/ 2018/9/18
    류근일의 탐미주의클럽(cafe.daum.net/aestheticismclu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