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규칙 위배" 활동중지 가처분 받아들여… 공영노조 "양승동 사장 등에 책임 물을 것"
  • 'KBS진실과미래위원회(이하 진미위)'가 법원으로부터 사실상 활동중지 판결을 받았다. 이로써 과거사 정리를 명분으로 전사적으로 추진되던 KBS의 사내 '적폐청산' 활동에 제동이 걸리게 됐다.

    18일 법조계와 KBS에 따르면 서울남부지법 제51민사부(부장판사 김도형)는 17일 'KBS공영노동조합(이하 KBS공영노조)'이 진미위를 상대로 낸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진미위가 사내 구성원들을 상대로 징계 등의 인사조치를 요구하는 것은 기존의 취업규칙상 인사규정에 있는 징계와는 다른, 새로운 징벌조항이기 때문에 근로기준법에 따라 취업규칙을 변경해야 하지만 진미위는 근로자 과반의 동의를 받지 못해 절차상 하자를 안고 있다"고 지적하며 "본안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 진미위 설치 및 운영규정의 효력을 정지하고, KBS는 진미위가 징계 등 인사조치를 권고하는 등의 활동을 하도록 해서는 안된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KBS 직원들에 대한 조사와 징계는 사내 인사규정이 정한 2년 이내의 사안으로 한정해야 하는데, 진미위 운영규정은 조사대상 시기에 아무런 제한을 두지 않아 실질적으로 징계시효가 지난 사안에 대해 근로자가 징계를 받을 위험에 처해질 수 있다"며 "진미위의 활동 및 효력을 중단시켜달라는 (KBS공영노조의)가처분 신청은 이유가 있다"고 설명했다.

    KBS공영노조는 법원 판결과 관련 이날 공식 성명을 내고 "이번 판결은 진미위가 사내 직원들을 상대로 조사를 한다 하더라도 징계를 요구할 자격이 없기 때문에 사실상 활동을 하지 말라는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다"고 해석했다.

    이어 "KBS 직원들에 대한 조사와 징계도, 인사규정이 정한 2년 이내의 사안으로 해야 한다고 판단함으로써, 과거 보수정권시절에 일했던 직원들에 대한 인사상 처벌도 할 수 없게 됐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진미위 활동 사실상 정지시킨 것

    공영노조는 "재판부가 진미위 조사에 불응하면 징계를 받는다거나, 진미위 조사 내용을 외부에 누설해도 처벌을 받는다는 등의 독소조항도 모두 불법으로 판결했기 때문에 진미위의 출범 목표였던 '적폐청산'이 불가능해진 상황"이라고 했다.

    이번 소송을 주도한 성창경 KBS공영노조위원장은 "법원의 이 같은 판결은 그동안 KBS에서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며 과거 보수정권시절에 보도했던 내용 등에 대해 징계를 추진하는 불법적인 활동에 급제동을 걸은 것으로 사실상 활동 중지를 명령한 판결로 간주된다"고 말했다.

    성 위원장은 "재판부는 KBS 직원이 진미위 조사에 응하지 않는 것도 징계하겠다고 엄포 놓았던 것이나, 조사 내용을 외부에 누설해도 처벌하겠다는 조항도 모두 불법으로 봄으로써, 사실상 진미위는 태어나지 말아야 할 불법기구임을 분명히 했다"며 "이번 판결은 한 마디로 사필귀정"이라고 표현했다.

    성 위원장은 "법원으로부터 진미위 활동을 불법으로 규정한 판결이 내려진 만큼 진미위는 즉각 해체해야 하고, 진미위 위원장인 정필모 부사장과 양승동 사장은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할 것"이라며 "이런 기구를 만든 양승동 사장과 정필모 진미위 위원장, 김상근 KBS 이사장 등에 대해 민·형사상 책임을 묻겠다"고 말했다.

    한편 KBS 측은 이번 판결에 대해 "가처분 신청이 일부 받아들여졌으나 진미위 자체가 위법이란 뜻은 아니"라며 의미를 축소·해석했다.

    [사진 = KBS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