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기자의 북한읽기] "부동산도 경제난도 이명박-박근혜 탓"… 김무성 靑 비판하자 北이 흥분
  • 남한의 역대 보수 대통령들을 비난한 북한 대남선전매체 우리민족끼리의 시사만화 ⓒ 뉴데일리 DB
    ▲ 남한의 역대 보수 대통령들을 비난한 북한 대남선전매체 우리민족끼리의 시사만화 ⓒ 뉴데일리 DB
    북한 선전매체들이 최근 문재인 정부를 적극 옹호하는 듯한 논조를 보이고 있다. 최근 부동산 가격 폭등, 최저임금 파동, 실업난 악화 등 경제정책 실패로 문재인 정부가 여론의 비난을 받자 “경제 파탄의 책임은 보수정권에 있다”며 현 정부를 옹호하는 주장을 거듭 내놓고 있다.

    북한 선전매체 ‘우리민족끼리(이하 우민끼)’는 14일 ‘과거 보수정권 시기의 경제, 민생파국 상을 되돌아 본다(2)’는 글에서 “반인민적 악정과 경제무능, 극도의 부정부패로 남조선 사회를 사람 못 살 생지옥으로 만들어 놓은 것은 역사와 민심의 준엄한 심판을 받고 감옥에 처박힌 박근혜 역도의 수많은 죄악 중의 하나”라고 주장했다.

    ‘우민끼’는 박근혜 정부 당시에 개정을 추진했던 근로기준법, 기간제 및 단시간 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 파견 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 산업재해보상보험법, 고용보험법 등 ‘5대 노동개혁법안’을 가리켜 “1% 밖에 안 되는 재벌들에게 특혜를 주고 99%의 절대다수 근로대중을 자본의 노예로 만들 목적으로 만든 악법 중의 악법”이라고 비난했다.

    ‘우민끼’는 또한 “박근혜 집권 시기 남조선에서는 많은 주민들이 제 집이 없어 ‘뜨내기 살이’를 했고 1,000여만 명의 빈곤층은 삶의 막바지에서 죽지 못해 살았다”거나 “보수패당의 반인민적 통치로 남조선은 세계 1위의 ‘자살왕국’ ‘자살공화국’ ‘헬조선’으로 전락했다”며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뒤 나타나는 한국의 경제 난맥상이 모두 박근혜 정부 탓이라고 억지를 부렸다.

    신기하게도 유사한 주장은 한국 정치권에서 볼 수 있었다.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박근혜 정부 때 급전직하한 민생악화 후유증이 문재인 정부에서 나타나고 있다”고 주장했다. “박근혜 정권 초기에 민생지수(注 더불어 민주당의 정책연구원이 만든 경제지수)가 101이었는데 정권 말에는 93.60으로 급전직하해 민생이 극도로 악화됐다”는 게 박영선 의원이 주장하는 근거였다.

    김무성 의원 청와대 비판에 北 ‘우민끼’가 반응

    ‘우민끼’와 더불어민주당의 ‘콤비 플레이’는 그 전날에도 있었다. ‘우민끼’는 지난 13일 “남조선의 경제파국은 현 정권 탓이 아니라 과거 보수정권이 저질러 온 고질적인 문제”라며 한국 경제 실패의 책임은 야당에게 있다는 주장을 실었다. ‘우민끼’는 “지난 이명박·박근혜 집권 기간 남조선 경제를 파국의 구렁텅이에 몰아넣고 남조선 인민들의 생활을 도탄에 빠뜨린 죄악의 역사로 보수적폐 집단이 주장하는 악설들의 허황성을 밝혀 보겠다”면서 온갖 비난을 늘어놨다. 물론 ‘객관적인 데이터’는 없었다.

    같은 날 박영선 의원은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최악의 상황을 보이고 있는 경제지표와 부동산 시장 문제는 이명박·박근혜 정권의 실정에서 비롯됐다”고 주장했고, 정부 측 이낙연 총리도 “당시(이전 정권 때) 금리를 인하한 것이 ‘빚내서 집사자’는 사회적 분위기를 만든 게 사실”이라고 화답, 지금의 경제파탄에 대한 책임을 이전 정부에게 떠넘기는 태도를 보였다.

    이에 김무성 자유한국당 의원이 대정부 질문에 나서 “지금 한국의 총제적 위기는 문재인 정권이 헌법정신에 어긋난 정치를 하며 체제 전환을 꾀하기 때문”이라며 “청와대가 지금 국정혼란과 민생풍파의 진원지”라고 반박했다. 그런데 김무성 의원에 대한 반박은 국회가 아니라 ‘우민끼’에서 나왔다.

    ‘우민끼’는 “남조선의 자유한국당을 비롯한 보수 패거리들이 파멸의 구렁텅이에서 벗어나보려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실패와 민생문제 악화라고 광고하고 있다”며 “남조선에 초래된 경제 위기가 마치 자기네는 책임이 없는 듯 떠드는 보수 세력들의 추태는 ‘적반하장’ 격이 아닐 수 없다”며 흥분하는 모습을 보였다.

    북한 대남선전매체가 한국 정치에 개입하려 시도하는 모습은 70년도 넘었다. 그러나 최근 북한 선전매체들의 행태는 아예 한국 국회에 진출하려는 것 같은 분위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