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 '돌진' + 김수현 '급조'… 김현미는 '들러리' 섰다

9·13 대책 뒷얘기… 이해찬 '종부세' 앞장, 김수현 물밑 지휘, 김현미 장관은 오락가락

이상무 기자 프로필 보기 | 최종편집 2018.09.14 20:06:42
▲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발언을 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정부의 9·13 부동산 대책 발표 배경에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김수현 청와대 시민사회수석이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주무부처 사령탑인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존재감이 희미해진 모양새다.

정부가 종합부동산세(종부세) 최고 세율을 3.2%로 인상한 강수를 둔 배경엔 이해찬 대표의 '적극 당부'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민주당과 정부가 고강도 부동산 대책의 필요성을 인지하면서도 '종부세=세금폭탄' 프레임을 우려해 망설였는데 이해찬 대표가 선봉장으로 나섰다"는 관측이다. 취임 20일 만에 집권 여당 대표의 힘을 과시한 셈이다.

이해찬 대표는 14일 국회 최고위원회의에서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고 있는 가운데 범 부처별로 논의를 해서 (어제) 대책을 발표했다"면서 "이 문제를 갖고 또 시장 교란이 생기면 그땐 더 강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정부 대책이 이렇게 나왔는데 이 대책으로도 안 되면 더 강화할 수밖에 없다. 그렇게까지 해서 국민과 정부가 경계하는 상황은 끝났으면 한다"고 말했다. 향후 더 큰 규모의 '세금 때리기'가 가능하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그는 취임 직후부터 최근까지 잇달아 부동산 현실 비판을 하며 강한 개혁 의지를 드러냈다. "3주택 이상, 초고가 주택에 대해 종합부동산세 강화"(8.30 고위 당·정·청 협의회), "정부에 부동산과 관련해 국민의 걱정을 완화하는 조처를 해주길 요청했다"(8.31 의원 워크숍), "토지공개념을 도입해 놓고 20년 가까이 실체를 만들지 않아 집값이 폭등할 수밖에 없는 구조가 만들어졌다"(9.11 경기도 예산정책협의회) 등의 발언이 대표적이다.  
▲ 김수현 청와대 사회수석이 2017년 5월 22일 오전 춘추관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4대강 보 상시 개방' 업무지시와 관련해 브리핑하고 있다. ⓒ뉴시스

"김수현 수석, 김태년 의장 만나 막판 조율"

김수현 청와대 수석도 9·13 부동산 대책 마련을 주도한 사람으로 꼽힌다. 특히 정부 발표를 하루 앞두고 부처 담당 공무원이 대책 초안을 긴급히 수정했을 정도로 영향력을 행사했는 말이 나온다. 그는 지난 12일 국회를 찾아 이해찬 대표의 위임을 받은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과 만나 최종 발표 내용을 가다듬은 것으로 알려졌다.

야당에서는 이 같은 역할론에 관심을 갖고 정부 비판의 근거로 삼았다. 자유한국당 이양수 원내대변인은 14일 논평을 통해 "9·13 부동산 대책은 김수현 수석 한 사람의 작품이라는 소리가 들린다"며 "발표 전날 부동산 대책을 '싹 갈아엎었다'고 한다는 말이 사실이라면, 급조된 '졸속 대책'이라는 소리를 듣더라도 할 말이 없는 것"이라고 밝혔다.

김수현 수석은 노무현 정부 시절 청와대 국민경제비서관 등을 맡으며 종합부동산세를 도입하는 등 부동산 대책을 설계한 인물이다. 그는 지난해 8·2 부동산 대책 발표 다음 날 청와대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어떤 경우든 문재인 정부는 부동산 가격 문제에 대해 물러서지 않을 것은 분명하다"면서 의미심장한 메시지를 전한 바 있다. 문재인 정부에서 부동산 정책을 둘러싼 김 수석의 위상은 여전히 굳건하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 회의장에서 물을 마시고 있는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김현미 장관, 부동산 대책 오락가락 행보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그동안 부동산 폭등 책임 당사자로서 고심을 거듭했다. 그는 지난 5일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를 만나 "잠도 잘 못 잔다"고 토로했다. 지난해 8·2 부동산 대책을 발표한 이후 시간이 지나면 집값이 안정될 것이란 김현미 장관의 계산은 빗나갔다. 지난달 27일 대책에선 투기지역을 추가 지정했지만, 부동산 가격은 치솟았다.

김 장관의 대책은 난관에 부딪혔다. 김현미 장관은 지난달 31일 "임대주택 사업자의 세제 혜택을 줄이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투기자본이 임대주택 사업으로 몰려들어 부동산가격 인상에 한몫했다는 지적에 대응한 것이다. 그러나 기획재정부는 세제정책 관할 부서로서 임대주택 사업자 등록을 권장했다. 이 때문에 정부 정책의 일관성에 의문이 제기되면서 논란을 빚었다. 강력한 '한방'에 해당하는 장관의 메시지 발표는 없었다.

9월 3일 이해찬 대표는 "무엇보다 중요한 건 역시 (부동산) 공급을 크게 늘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토부에 수요 억제보다 공급 확대에 힘써야 한다는 '훈수'를 둔 셈이다. 하지만 막상 뚜껑이 열린 9·13 대책에서는 종부세 등 부동산 관련 세제를 대폭 강화하는 내용이 주를 이루면서, 예고됐던 주택 공급 확대 방안은 빠졌다. 이에 세금이 올라도 집값 오르는 폭보다 적다면, 집을 파는 사람이 없을 것이라는 점에서 "결국 세금만 더 뜯으려고 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 여론이 제기됐다.

김현미 장관은 13일 부동산 대책 발표 후 기자들과의 질의에서 "신규 주택 공급에 관한 내용이 없다"는 지적에 "지금 지방자치단체와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며 "법에 절차와 시간·시일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그것이 종료되는 21일에 구체적인 입지와 수량, 그린벨트 해제와 관련된 문제들도 종합적으로 말하겠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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