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A “한글 원문, 북한 영문본, 남북 유엔 제출본 3조 3항 내용 달라” 보도… 파문 커질듯
  • ▲ 4월 27일 남북정상회담 때 악수하는 김정은과 문재인 대통령.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4월 27일 남북정상회담 때 악수하는 김정은과 문재인 대통령.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남북이 9월 6일 유엔에 공동으로 제출한 ‘판문점 선언’이, 지난 4월 27일 남북정상회담 때 발표된 것과 다르게 “연내 종전선언을 한다”고 못 박아 놓았다는 주장이 나왔다. ‘미국의 소리(VOA)’ 방송은 12일 “남북이 유엔에 공동 제출한 ‘판문점 선언’이 연내 종전선언 합의를 기정사실화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해당 내용은 조태열 유엔 주재 한국 대사와 김인용 유엔 주재 북한 대사대리가 공동서명한 뒤 유엔에 제출, 유엔 총회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회람을 한 상태라고 이 방송은 전했다.

    ‘미국의 소리’ 방송이 문제를 제기한 ‘판문점 선언’ 내용은 제3조 3항이다. 남북한이 지난 6일 유엔에 제출한 ‘판문점 선언’의 제3조 3항은 “남북은 정전협정 65주년이 되는 올해 종전선언을 하기로 합의했다. 이와 함께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대체하고, 항구적이고 공고한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 남북미가 관여하는 3자 또는 중국까지 포함한 4자 회담 개최를 적극 추진하기로 합의했다”고 돼 있다.

    4월 27일 남북정상회담에서 나온 ‘판문점 선언’ 한글판의 제3조 3항은 “남과 북은 정전협정체결 65년이 되는 올해에 종전을 선언하고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며 항구적이고 공고한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남·북·미 3자 또는 남·북·미·중 4자회담 개최를 적극 추진해 나가기로 하였다”고 적시했다.  

    청와대가 이를 다음과 같이 영문으로 번역했다. 

    “During this year that marks the 65th anniversary of the Armistice, South and North Korea agreed to actively pursue trilateral meetings involving the two Koreas and the United States, or quadrilateral meetings involving the two Koreas, the United States and China with a view to declaring an end to the War, turning the armistice into a peace treaty, and establishing a permanent and solid peace regime.” 

    다시 말해 한국 측은 2018년 내에 ‘종전선언’을 한다고 합의한 것이 아니라 이를 포함해 항구적이고 공고한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목표로 해서 3자 또는 4자 회담을 추진 중이라는 의미다. 남북이 판문점 선언에서 합의한 것은 한 가지라는 뜻이다.

    청와대 영문판·통일부 브리핑 내용 오해 소지 없앴다

  • ▲ 청와대가 지난 6월 발간한 남북정상회담과 판문점 선언 관련 영문 자료집에 나온 문제의 대목. ⓒVOA 관련보도 화면캡쳐.
    ▲ 청와대가 지난 6월 발간한 남북정상회담과 판문점 선언 관련 영문 자료집에 나온 문제의 대목. ⓒVOA 관련보도 화면캡쳐.

    이는 백태현 통일부 대변인이 지난 4월 30일 정례 브리핑을 통해 “종전선언과 평화협정, 평화체제 구축은 남북 간의 합의로만 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므로 다자 회담을 적극 추진해 나가기로 한 것”이라고 설명한 점, 그리고 청와대가 남북정상회담 이후 공개한 ‘판문점 선언’ 영문판과 6월 발행한 남북정상회담 결과 자료 28쪽에 실린 내용과 일치한다.

    이와 관련해 북한 역시 선전매체 ‘조선중앙통신’에 ‘판문점 선언’ 영문 번역본을 올려놓았다. 북한이 올린 제3조 3항은 다음과 같다.

    “The north and the south agreed to declare the end of war this year, the 65th anniversary of the Armistice Agreement, replace the Armistice Agreement with a peace accord and actively promote the holding of north-south-U.S. tripartite or north-south-China-U.S. four-party talks for the building of durable and lasting peace mechanism.”

    ‘미국의 소리’ 방송은 이를 놓고, “북한은 2018년 종전선언, 정전협정을 평화합의안으로 대체,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3자 또는 4자 회담을 적극 추진하는 세 가지 합의를 했다고 해석했다”고 했다.

    ‘미국의 소리’ 방송은 남북한이 공동으로 유엔에 제출한 영문판의 해당 내용을 다음과 같이 소개했다.

    “The two sides agreed to declare the end of war this year that marks the 65th anniversary of the Armistice Agreement and actively promote the holding of trilateral meetings involving the two sides and the United States, or quadrilateral meetings involving the two sides, the United states and China with a view to replacing the Armistice Agreement with a peace agreement and establishing a permanent and solid peace regime.” 

    “이렇게 볼 때 남북한이 유엔에 공동 제출한 ‘판문점 선언’은 한국보다는 북한의 번역에 더 가까워 보인다”는 것이 ‘미국의 소리’ 방송 보도의 요지다.

    美전문가 “청와대 영문판, 유엔에 제출 안한 이유 의문”

  • ▲ 남북정상회담 당시 눈물을 닦는 서훈 국가정보원장(왼쪽)과 두 정상이 만나는 모습을 보고 웃는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오른쪽).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남북정상회담 당시 눈물을 닦는 서훈 국가정보원장(왼쪽)과 두 정상이 만나는 모습을 보고 웃는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오른쪽).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미국의 소리’ 방송 측은 “판문점 선언의 원문만 보면 이런 해석이 큰 무리가 없어 보일 수 있다”면서 한글판 원문의 제3조 3항은 “연내 ‘종전 선언’과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  ‘항구적이고 공고한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3자 혹은 4자 회담 개최를 적극 추진’까지 3개의 합의가 이뤄진 것처럼 보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남북한이 공동으로 유엔에 제출한 선언문 영문판에서 하나의 합의가 아니라 세 개의 합의, 특히 ‘연내 종전선언’을 확정적으로 표현한 것이 문제라고 지목했다고 ‘미국의 소리’ 방송은 전했다. 그러나 한 전문가는 “판문점 선언 원문이 오해의 소지가 있었기에 이런 주장이 나올 수는 있었다”면서 “그러나 청와대가 내놓은 영문 번역본이 이런 오해를 해소했음에도 이를 유엔에 제출하지 않은 것은 정치적 의도를 의심케 한다”고 이 방송에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