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자’도 ‘패자’도 없다더니 …'문기친람식' 국정운영에 빛바랜 文 취임사
  • ▲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16일 청와대에서 여야 5당 원내대표들과 오찬을 가진 모습. ⓒ청와대
    ▲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16일 청와대에서 여야 5당 원내대표들과 오찬을 가진 모습. ⓒ청와대

    청와대의 '마이웨이 행보'가 최근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이러한 행보는 정부기관뿐 아니라 민간영역까지 이어져 ‘문기친람이 도를 넘은 것 아니냐’는 지적을 초래하고 있다. 문기친람은 사자성어 ‘만기친람(萬機親覽, 임금이 모든 정사를 친히 보살핀다)’에서 비롯된 말로 ‘문재인 대통령과 청와대가 모든 정사를 보살핀다’는 뜻으로 사용된다.

    우선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이 지난 10일 깜짝 기자회견을 통해 발표한 ‘평양 남북정상회담 때 국회의장단·여야 5당 대표 초청’이다. 임종석 실장의 이 제안은 청와대가 사전에 국회와 상의를 하지 않고 꺼낸 것이다.

    임종석 실장 제안에 국회는 즉각 불쾌한 반응을 드러냈다. 당장 국회 수장인 문희상 국회의장부터 “국회의장이 평양회담 따라가는 건 ‘들러리’로 보인다”는 말을 들어야 했다. 문희상 의장 측은 “(임종석 실장 제안 후) 문희상 의장은 야당 출신 부의장들을 설득하지 않고 ‘두 분이 안 가면 나도 안 간다’고 빠르게 결론을 냈다”며 이렇게 밝혔다.

    야당 대표들 반응도 마찬가지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는 지난 11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 때 청와대 어디로부터도 정당대표 동행에 대한 의견 및 제의가 없는 상태에서 임종석 실장이 회견을 했다. (그의) 일방적 발표로 상당히 놀랐고 언짢았다. 이건 기본 예의가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 '마린온 유가족'에게 '일방적' 선물 발송

    청와대의 마이웨이 행보는 민간영역에서도 포착됐다. 청와대가 올해 추석을 앞두고 ‘마린온 유가족(해병대 상륙기동헬기 추락사고)’들이 원하지 않음에도 선물을 일방적으로 “전달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이정도 대통령비서실 총무비서관은 지난 7일 취재진과 만나 “(마린온 유족들에게도) 선물이 전달될 것”이라고 알렸다. 청와대는 지난달 23일 한차례 유족들에게 ‘추석 선물을 보내겠다’고 알렸으나, 유족들은 이를 거부했다. 당시 유족들은 ‘주소를 알려달라’는 청와대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공무수행에 있어서 ‘책임도’가 높은 고위공직자 인사영역도 마찬가지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22일 병역기피, 세금탈루, 불법 재산증식, 위장전입, 연구 부정행위, 음주운전, 성(性) 관련 범죄 등 7대 비리 배제 원칙을 발표했다. 그리고 이 원칙에 부합하지 않는 인사는 고위공직에서 배제하기로 했다. 하지만 최근 고위공직 후보자들을 살펴보면 청와대가 스스로 정한 인사 기준을 어긴 불법·탈법 사례가 즐비하다.

    이은애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둘러싼 의혹들이 이를 방증한다. 이은애 후보자는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지명한 김명수 대법원장의 추천으로 고위공직 후보자에 올렸다. 그러나 이은애 후보자는 8차례 위장전입 및 다운계약서(부동산 매매계약서를 실거래가보다 낮춰 작성된 계약서) 의혹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다. 한국당에서는 11일 논평을 통해 “헌법재판관 후보자로서 자격이 없다”며 자진사퇴를 촉구했다.

    청와대의 이같은 '마이웨이 행보'에 일각에서는 우려를 표했다. 현재 청와대 행보가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5월 대통령직 취임사를 통해 강조한 ‘협치’와 궤를 달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대통령 취임사를 통해 “이번 선거에서는 승자도 패자도 없다. 우리는 새로운 대한민국을 함께 이끌어갈 동반자”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