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꿔주고 못받은 돈 1조 넘는데… '판문점' 또 준다

만기 도래한 차관만 2000억원… '상환 촉구' 공문 44번 보냈지만, 10년 넘게 답장도 없어

임재섭 기자 프로필 보기 | 최종편집 2018.09.12 16:34:55
▲ 문재인 대통령이 국무회의를 주재하는 모습. 이날 판문점선언 국회비준동의안이 의결됐다. ⓒ청와대
판문점선언 국회 비준동의안이 국회로 넘어오면서 전년 대비 2986억원이 증가한 4712억원(내년 한 해 이행 예상비용)의 판문점선언 비용추계가 함께 공개됐다. 

하지만 정부가 제출한 비용추계안에는 북한의 도로와 철도 등 경제 인프라 건설 비용 대부분을 차관 형식으로 지원하는 것으로 되어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그간 정부 차원에서 대북 차관을 회수하지 못한 금액이 1조원에 달하는 상황에서 더 이상의 차관과 대북 무상지원은 적절하지 않다는 목소리가 정치권에서 나오고 있다. 

정부 "북한 철도·도로 비용은 차관 형식으로 지원"


정부는 지난 11일 판문점선언 국회 비준동의안을 국무회의에서 의결, 국회로 넘겼다. 여기에는 판문점선언 이행에 따른 남북간 협력사업 소요 비용 지원을 목적으로 2019년도에만 2986억원의 예산이 추가로 소요된다는 내용을 담은 비용추계서가 동봉됐다.

정부는 국회비준동의서상 재정소요 추계 기본원칙을 밝히면서 "북측 구간의 철도·도로 개·보수 비용은 대북 차관 형식으로 지원을 추진한다"고 했다. 추계서에는 '초기 북한 경제 인프라 건설에서는 남북협력기금이 마중물 역할을 수행한다'며 '경제 인프라 건설은 대규모 재원을 필요로 하기에 차관 형식으로 지원하겠다'고 명기돼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해 야권에서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김대중 정부 때부터 북한에 차관을 여러차례 제공했는데 사실상 돈을 거의 회수하지 못한 상태기 때문이다. 

수출입은행, 7억달러 꿔주고 한 푼도 못받아

지난달 22일 자유한국당 추경호 의원실이 수출입은행으로부터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 정부는 2000년부터 현재까지 6회에 걸쳐 식량 260만톤을 연1% 이자율의 차관 형식으로 북한에 지원한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수출입은행이 남북협력기금을 통해 조선무역은행에 차관한 금액이 미화로 7억 2004만 2천달러이고, 이중 돌려받은 금액은 전혀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연체된 금액만 1억 4476만 2천만 달러에 달하는 상황이다. (원금 1억 1132만 2천달러, 이자 3344만달러)

해당 차관은 10년 거치를 포함한 30년 상환으로, 연1회 20년 균등분할상환으로 돼 있다. 북한의 경제사정으로 인해 상환이 어려울 경우를 대비해 '당국간 합의할 경우 현물상환도 가능하다'고도 적시돼 있다. 그런데도 2000년부터 2007년까지의 그 어떤 차관에서도 회수가 없었던 셈이다.

경공업 차관은 8000만 달러… 돌려받은 건 3% 뿐

대북 경공업 차관 지원 현황도 비슷한 상황이다. 북측의 의복과 신발, 비누 생산에 필요한 경공업 원자재를 2007년에 차관방식으로 제공하자는 목적에서 시작된 해당 차관 역시 한국수출입은행으로부터 조선무역은행으로 8천만 달러가 차관됐으나, 2007년 차관 금액의 3%에 해당하는 240만달러만 현물 상환됐을 뿐, 나머지는 모두 연체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연체금액은 여기에 절반인 4천만 달러에 달했고, 차관 잔액이 7천 760만달러, 이자만 518만 2천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철도, 도로, 기자재 관련해서도 1억달러 꿔줘

더군다나 경의선, 동해선 북측 구간의 철도, 도로 및 역사 기자재와 관련해서도 수출입은행은 이미 지난 2002년 조선무역은행에 1억 3289만 7천달러를 차관한 상태다. 해당 차관은 10년 거치 포함 30년 차관이지만 '최초상환일'을 정하지 않아 연체금액조차 산정할 수 없는 상태다. 공사가 완성되지 않아 차관금액 확정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했다는 것이 수출입은행측 설명이다.

'상환 촉구' 공문 44번 보냈지만… 10년 넘게 답장도 없어

이와 관련 수출입은행 측은 이미 조선무역은행에 연체가 발생한 식량차관 총 26차례, 경공업차관 18차례에 걸쳐 상환 촉구 공문을 발송한 상태다. 향후 정부와 협의를 거쳐 차관회수 협상을 진행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에 대한 북한측의 상환은 지난 2007년 이후 이어지지 않는 상황이다. 이같은 추세가 계속된다면 원금과 이자를 모두 합해 10억 9424만 달러가 연체될 수 있다. 우리 돈으로 1조 2100억원에 해당하는 액수다.

이밖에 〈2017년 남북협력기금 감사보고서〉등을 참조하면, 대북경수로사업 본공사비 대출(1조 3743억 규모)과 개성공업지구지원재단 대출(681억 규모), 반출입 및 경제협력사업자금 대출 (3106억 규모) 등 정부 이외의 기관의 장·단기 대여금 역시 회수가 어려운 상태다.

보고서에는 "북한조선무역은행 대여금 9969억 7900만원과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 대여금 1조 3743억 9300만원은 회수 가능성에 불확실성이 존재한다"고 돼 있다.

"지금까지 못 받은 돈, 받을 수 있겠나"

뿐만 아니라 이번 판문점선언 국회 비준동의안 추계서에 함께 명기돼 있는 산림협력·사회문화체육교류 및 이상가족 상봉 비용은 처음부터 '무상지원'을 원칙으로 적시했다. 정부가 북한으로부터 기존 차관도 제대로 상환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차관이라는 방식으로 이름만 '남북경제협력사업'을 하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대목이다.

야권에서는 이미 지난달 29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남북경협기금을 통해 지원된 차관의 회수 문제에 대해 강하게 질타한 바 있다.

추경호 의원은 당시 "원금상환 기일이 이미 도래한 금액만도 한화로 환산하면 약 2000억 원"이라며 "전부 국민 혈세인데, 지금까지도 못 받은 돈을 받을 수 있겠느냐"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 추경호 의원실의 한 관계자는 "가뜩이나 북한은 대북제재 등을 받고 있어 경제사정이 좋은 편이 아닌 상황"이라며 "여기에 더 추가 지원을 한다고 했을 때, 이번 차관을 회수할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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