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린온’ 유족에게 막무가내로 ‘추석선물’ 보낸다는 靑

조종사에게 책임 미루다 '기체결함' 드러나… 뒤늦게 조문하다 쫒겨나더니, 이젠 선물 타령

전경웅 기자 프로필 보기 | 최종편집 2018.09.12 15:15:53
▲ 해병기동헬기 '마린온(MUH-1)'에서 떨어져 나간 주 회전날개.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청와대가 ‘마린온’ 헬기 사고 유족들의 심정을 외면한 듯한 태도를 또 보였다. 유족들의 의사와 관계없이 ‘추석선물’을 보내겠다고 한 것이다. 

이정도 청와대 총무비서관은 지난 7일 기자 간담회에서 “마린온 유족들에게도 (문재인 대통령의) 추석 선물이 전달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런데 마린온 유족들에게 의사를 물어보지 않고 일방적으로 “선물을 보내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종사 실수' 암시했는데… 기체결함 드러나

‘마린온(MUH-1)’ 사고는 지난 7월 17일 오후 4시 45분경 경북 포항의 해군 제6전단 공항 유도로에서 발생했다. 해병대 제1사단 항공대는 지난 1월 10일 한국항공우주산업(KAI)으로부터 ‘마린온’ 1호기를 인도받았다. 다양한 시험 비행을 통해 실전 배치를 준비하기 위해서였다.

사고는 이륙한지 4초 만에 발생했다. 이륙하던 ‘마린온’에서 주 회전날개가 갑자기 떨어져 나갔다. ‘마린온’은 지상 10미터에서 그대로 추락했다. 김정일 대령(45세, 이하 추서 계급), 노동환 중령(39세), 김진화 상사(26세), 김세영 중사(21세), 박재우 병장(20세)이 숨졌고 정비사인 김용순 상사(42세)는 부상을 입었다.

사고 직후 한국항공우주산업 측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기체 결함 보다 조종사의 실수일 가능성이 있다”고 해석될 만한 발언을 했다. 그러나 사고 이튿날 사고 장면을 촬영한 CCTV 영상이 공개되면서 이 주장은 설득력을 잃었다. 뿐만 아니라 한국항공우주산업 측을 비난하는 여론을 초래했다. ‘마린온’의 기체 결함 가능성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유족들 가슴 아프게 한 청와대의 발표

▲ 지난 7월 23일 엄수된 '마린온' 순직 장병 합동영결식. 이번 정부는 이상하리만치 군인 등 제복 공무원들의 희생에 무심한 태도를 보인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같은 날 청와대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마린온 헬기는 수리온 헬기를 개량한 것인데 수리온 헬기는 결빙 등 모든 문제를 완벽하게 개량, 성능과 기량이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주장해 ‘마린온’ 사고 유족들의 마음을 다시 한 번 아프게 했다. 은연중에 조종사 실수로 사고가 난 듯한 해명을 한 것이었다. 이 관계자는 ‘마린온’ 헬기 사고와 관련해 국방부 측과 회의를 가졌다고 밝혔다. 이 때문이었을까. 국방부는 사고 사흘째가 되던 7월 19일까지 사고에 대한 브리핑을 하지 않아 원성을 샀다. 

유가족들의 찢어진 가슴을 더욱 아프게 한 청와대의 행동은 이어졌다. 청와대는 19일 오전에서야 문재인 대통령의 애도 메시지를 전했다. 그리고 이날 오후 9시 50분 국방부는 ‘마린온’ 사고에 대한 브리핑을 했다. 청와대 측에서는 ‘마린온’ 사고 희생자들의 빈소가 차려진 뒤 조문도 가지 않았다. 그러다가 조문이 끝나고 합동 영결식을 치르던 7월 23일에서야 김현종 국방개혁비서관이 나타났다. 유족들은 “공식 조문은 22일 끝났으니 돌아가라”며 김 비서관의 조문을 거절했다.
청와대 조문 거절한 유족들

‘마린온’ 유족들은 김 비서관을 돌려보내면서 “낚시배 사고가 났을 때는 ‘긴급성명’까지 내던 대통령은 군 장병이 순직한 데는 참 일찍도 조문을 보냈다”, “자유한국당을 비롯해 정의당까지 다 조문을 다녀갔는데, 집권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어찌 오지도 않느냐”며 정부를 비판했다.

닷새만 지나면 사고 발생 두 달이 되는 지금까지도 정부는 ‘마린온’ 사고 원인 조사 결과나 중간 조사 결과를 내놓지 않고 있다. 그 사이에 비슷한 사고가 한 건 더 일어났다. 지난 8월 30일 오후 4시 44분경 경기 용인에 있는 비행장에서 주간 훈련 중이던 AH-1 코브라 공격헬기가 1미터 가량 상승했을 때 주 회전날개가 분리돼 날아간 것이다. 조종사인 A중령과 B대위는 다행히 큰 부상을 입지는 않았다. ‘마린온’ 사고 때와 매우 흡사한 모습이었다.

코브라 헬기는 1미터 날아 오르다 회전날개 부러져 


▲ 2015년 8월 11일 문재인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북한군의 목함지뢰 테러로 다리를 잃은 김 모 하사를 찾아가 대화를 나누는 모습. ⓒYTN 관련영상 화면캡쳐.

이런 일이 불과 두 달 사이에 2번이나 일어났는데도 청와대의 관심은 세 번째 남북정상회담과 종전선언, 대북경제협력에만 온통 집중돼 있다. 12일 국방부 관계자는 “청와대가 ‘마린온’ 유족들에게 ‘추석선물’을 보내기로 했다는 소식은 아는 바가 없다”고 답했다. 이 관계자는 “현재 ‘마린온’ 유족들이 원하는 것은 철저한 진상조사와 책임 소재 확인”이라고 설명했다.

유족들, 조의금 5000만원을 부대 발전금으로 기부

‘마린온’ 유족들은 7월 23일 합동 영결식을 치른 뒤 고인의 동료와 일반 시민들로부터 받은 조의금 5,000여만 원을 해병항공단 부대발전기금으로 기부했다. 이들은 현 정부와 친밀한 관계에 있는 몇몇 사고 희생자 유족들과 달리 ‘돈’이 아니라 ‘희생자들의 명예’를 더욱 중시하는 모습을 보였다.

사고 이후 지금까지 ‘마린온’ 유족들의 심정은 헤아리지 않고, ‘추석선물’이니 뭐니 하며 자신들 생각대로 일방적인 행동을 취하는 청와대의 모습은 2015년 8월 11일 문재인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북한군 목함지뢰 테러로 다리를 잃은 김 모 하사를 찾아가서는 “개인적으로 뭐 짜장면 한 그릇 먹고 싶다든지 그런 소망 없어요”라고 물었던, 바로 그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보도자료 및 기사제보 press@newdaily.co.kr
[자유민주·시장경제의 파수꾼 - 뉴데일리/newdaily.co.kr]
Copyrights ⓒ 2005 뉴데일리뉴스 - 무단전재,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