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장표 "자영업 어려움은 경쟁 탓"… 이해찬 "종부세 강화"… 장하성 "세금 능사 아니다" 오락가락
  • ▲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 사진은 지난 1월 최저임금 관련 소상공인 현장행보를 할 당시 모습이다. ⓒ청와대 제공
    ▲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 사진은 지난 1월 최저임금 관련 소상공인 현장행보를 할 당시 모습이다. ⓒ청와대 제공
    최근 청와대내 경제 사령탑의 발언이 잇달아 구설수에 오르고 있다.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의 "모든 사람이 강남에 살 필요는 없다"는 발언에 경제 참모들의 과거 발언까지 재조명되는 모양새다.

    저마다 논란을 해소하기 위해 꺼냈던 말이지만 오히려 성난 민심에 기름을 끼얹은 격이 된 케이스로, 야권은 물론 청와대 청원게시판에도 이와 관련한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지난 5일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은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모든 국민들이 강남 가서 살려고 하는 건 아니다"라고 말해 논란의 중심에 섰다.

    장 실장은 "살아야 될 이유도 없고 거기에 삶의 터전이 있지도 않다"면서도 "저도 거기에 살고 있기 때문에 제가 지금 이렇게 말씀드리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장 실장의 이같은 발언은 강남의 집값이 매일같이 상승세를 유지하는 가운데 나온 것이었다. 특히 장하성 실장은 같은 자리에서 "투기가 생기는 경우에는 그 부분에 대해서는 분명하게 세금으로 부과해서 환수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면서도 "사실 급격하게 세금을 올리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예를 들어 일괄적으로 '강남이니까 다 세금을 높여야 한다' 이렇게 해서는 곤란하다"고 주장한 상태였다. 본인이 사는 지역의 세금에 대해서는 부정적으로 발언하면서도 투기에 대해서는 세금을 통한 환수를 언급한 셈이다.

    장하성 "모두 다 강남에 살 필요는 없다"

    5일 뒤인 10일에는 청와대에서 경제수석을 맡았던 홍장표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내 소득주도성장 특별위원장이 같은 프로그램에 출연해 '소득주도 성장 때문에 자영업자들이 죽게 생겼다'는 비판에 대해 반박하면서 그 원인으로 "실제로 전체 업종별로 매출이 늘음에도 불구하고 (자영업자의 어려움은) 자영업 내에 전통적으로 가지고 있었던 과당경쟁"이라고 주장해 논란이 됐다.

    홍장표 위원장은 이 말을 하기 바로 전 "자영업자의 어려움은 그동안 주욱 우리가 경제의 낙수효과가 약화되면서 매출이 상대적으로 부진했던 측면들이 있다"고 했다. 소득주도 성장 이전의 문제로 치부한 것이다.

    홍장표 위원장은 실제로 "그렇게 보면 사실은 소득주도성장의 결과가 아니라 소득주도성장을 해야 된다는 것이 저희 생각"이라는 말도 했다.

    홍장표 "자영업 어려움은 과당 경쟁 탓"

    연이은 말 실수에 과거 발언도 조명되고 있다. 그 중 하나가 장하성 실장의 지난달 20일 당정청 회의에서의 발언이다. 장 실장은 이날 "정부 정책이 효과를 내기 시작하면 고용 상황도 개선될 것"이라며 "정부를 믿고 조금만 기다려달라"고 했다.

    장 실장은 다시 지난 26일에는 최저임금 인상 속도조절론 등이 일자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에 어떤 영향을 미쳤다는 것을 단정하긴 이르다"며 "최저임금 인상만으로 소득주도성장을 평가하는 것은 소득주도성장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게 아닌가 싶다"고 했다.

    "소득주도성장으로 성장이 나빠졌다는 건 최저임금 인상 만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게 장하성 실장의 설명이지만, 양극화가 극심해지는 시점에서 현실과 동떨어진 이야기라는 비판도 제기됐다. 통계청이 같은 달 23일 발표한 2분기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지난 4월부터 6월까지 소득 하위 20%가구(1분위) 소득은 월132만 4천900원 수준으로, 전년동기 대비 7.6%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정책 책임, 국민에게 떠넘겨"

    이같은 경제사령탑의 말 실수는 특정 경제 문제에 대해 해명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집값 상승과 소득주도성장 같은 핵심적 경제 이슈에 대해 책임져야할 사령탑들이 책임을 회피하거나 심지어 국민들이 마음을 고쳐먹기를 호소한 데 따른 것이다. 이에 야당은 물론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서도 이같은 발언들을 질책하는 글들이 잇따르는 상황이다.

    11일 한 청원인은 장하성 정책실장을 겨냥해 "8개월에 8억이 올랐다. 감사하다"는 글을 청와대 청원게시판에 올렸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오히려 강남 집값을 끌어올리는 데 도움을 줬다는 뉘앙스의 비판이다. 이 청원인은 "이렇게 고마운 소득주도성장, 결국 자산가들을 위한 정책인 줄 모르고 괜히 반대했다"며 "장하성 실장이 강남 보호세력이고 수혜를 입고 있다"고 했다.

    지난 9일 다른 청원인은 "이미 지진으로 갈라진 땅처럼 양극화가 극심한데 서민들 몇 푼 더준다고 양극화가 해소되느냐"며 "몇억씩 오르는 부동산 가격으로 집 한 채 장만 할 수는 있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정치권에서도 기민하게 반응하고 있다. 자유한국당은 지난 7일 부동산 정책과 관련한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이를 비판한 상황이다.

    당시 국회 교통위원회의 간사를 맡은 자유한국당 박덕흠 의원은 "문재인 정부의 주먹구구식 땜질처방, 부동산 대책으로 인해서 국민적 분노가 들끓고 있다"며 "국민들이 느끼는 허탈감은 이루 말할 수가 없는데 문재인 정부의 대응은 오락가락, 갈팡질팡인 대책만 난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 박원순 시장은 서울의 여의도, 용산 개발을 개발한다고 하더니 갑자기 2주 만에 정책을 번복했다"며 "이해찬 대표는 종부세를 강화해야 한다고 하고, 또한 반대로 장하성 실장은 급격하게 세금을 올리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고 한다. 도대체 누구의 말이 맞느냐"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