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특위' 재가동해 평양 교류 모색… 제동 걸어야 할 시의회가 한술 더 떠 '조례안' 추진
  • ▲ 서울시의회 본회의장 전경.ⓒ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서울시의회 본회의장 전경.ⓒ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문재인 정부 들어 남북 교류가 급물살을 타며 서울시의회가 '남북협력특별위원회'를 출범시켜 각종 남북 교류사업을 추진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국제사회가 강도높은 대북 제재를 단행하고 있는 사정을 고려하면 이와 엇박자를 내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시의회 황인구 의원(더불어민주당, 강동4)은 지난달 31일 시의회 의원회관에서 '서울특별시 남북교류협력특별위원회(이하 남북특위) 구성에 관한 간담회'를 개최하고 향후 남북특위를 재개할 방침을 밝혔다. 이 자리에는 서울시 관계자들도 함께 참석했다.

    남북특위는 지난 6대(2002년) 서울시의회에서부터 운영돼왔던 조직이다. 그러나 지속되는 북한 도발로 인해 남북관계가 경색된 후 사실상 유명무실해진 상태로 명맥만 이어져왔지만, 최근 남북교류를 강조하는 정부 기조와 맞춰 10월 중 다시 운영될 것으로 알려졌다.

    황인구 시의원은 간담회에서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에는 남북관계가 완전히 단절된 상황에서 사실상 국가 아젠다로 진행되지 않는 측면이 있었다"며 "이 부분을 지방 차원에서 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었다"고 남북특위 재개 의사를 내비쳤다.

  • ▲ 서울시의회.ⓒ뉴데일리DB
    ▲ 서울시의회.ⓒ뉴데일리DB
    ◇'대북제재 위반' 지적에 "인도적 지원" 주장

    문제는 서울시의회의 대북 교류 추진이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움직임과 배치된다는 점이다. 미국과 유엔 등 국제사회는 "대북제재 없이는 북한을 비핵화 테이블 협상으로 끌어올 수 없다"는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실제 미국 법무부는 지난 6일(현지시간) 2014년 소니픽처스에 대한 해킹사건을 비롯해 각종 사이버 공격을 주도한 혐의를 받고 있는 북한 해커를 처음으로 기소했다. 또 해당 해커의 소속 회사인 '조선 엑스포 합영회사'도 제재 명단에 올린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4일에는 니키 헤일리 유엔주재 미국 대사가 뉴욕 유엔본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굳건한 한미동맹 체제 하에서 대북제재 고삐를 늦춰선 안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한국의 대북제재 완화조짐에 경고 메시지를 날린 것이나 다름없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시의회는 "대북제재보단 인도주의적 지원"이라고 반박, 맞서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김혜련 시의원은 지난달 한 의학 심포지엄에 참석해 "인도적 내용의 경우에는 대북제재의 예외사항이라는 점을 감안해 교류방안을 논의해야 한다"며 북한 보건의료 해결을 강조했다.

    같은 당 김태수 시의원 역시 '북한 산림자원 조성 및 관리 지원 조례' 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김 의원은 지난달 1일 "우리나라 황사와 미세먼지 저감, 자연재해 예방을 위해 황폐해진 북한의 산에 나무 심는 것을 골자로 한 조례안을 낼 것"이라고 했다.

    '경제적 지원을 금지한 유엔 대북제재 위반'이라는 지적에 김 의원은 "북한은 2015년부터 2024년까지 184만㏊의 산림 복구계획을 발표했으나 재정 부족 등으로 쉽지 않을 것"이라며 "대북제재 위반이 아닌 인도주의적 지원이며, 한반도 평화 만들기 첫 단추가 될 것"이라고 했다.

    김 의원은 앞서 7월 2일에는 '서울시 개성공업지구 현지기업 등 지원에 관한 조례안'을 대표 발의했다. 남북교류협력을 증진해 경제 균형발전에 기여하겠다는 것이 그 목표다. 이외에도 지난달 22일 민주당 소속 김기대 서울시의원은 '서울특별시의회 청소년활동 지원에 관한 조례' 일부 개정 조례안을 발의했다.

    ◇"공산주의에서 무슨 지방자치제 교류를 도모하나"

    서울시의회는 황인구 의원을 중심으로 '남북평화교류연구회'를 조직해 서울과 평양의 지방분권형 평화교류 활성화를 도모한다는 계획이다. 이는 최근 서울시가 지방정부 최초로 '남북협력담당관' 부서를 신설한 것과도 일맥상통하는 정책이다.

    그간 박원순 서울시장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평양 교류'를 앞세워왔다. 민선 7기 취임 후 서울시 조직을 대대적으로 개편했다. 기존 '과' 단위였던 남북협력담당관(4급)을 국 단위로 확대한 것이다. '남북협력추진단'은 행정1부시장 직속 기구로 2032년 서울-평양 공동올림픽 개최 등의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박 시장은 남북협력추진단을 신설하면서 "정세 변화로 중앙정부의 교류가 다소 어려움에 봉착한다면 지방정부의 역할이 더 중요해질 수 있다. 서울시는 중앙정부를 잘 뒷받침하면서 한반도 평화와 협력을 키우는 일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를 두고 "지방자치제도가 없는 공산사회주의 북한에서 무슨 지방자치제를 찾고 앉아있냐"는 웃지못할 쓴소리가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서울시의회 A의원은 10일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북한에 지방자치제가 없는데 시장이 어디있나"며 "아무리 남북간 평화무드이고, 인도주의적 차원이라 한들 왜 서울시에서 북한과의 교류를 논하는 지도 모르겠다. 더군다나 거기에 제동을 걸어야할 서울시의회가 한술 더 떠 각종 조례안을 추진하고 있으니 기가막힐 노릇"이라고 비판했다.

    또 다른 시의회 한 관계자 B씨는 "시의회 내부에서 시의원들은 대북 관련 사업에 큰 관심이 없다. 주력 정책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미는 이유는 '정부기조에 맞춰야한다'는 분위기가 전반적으로 일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시청이나 교육청이 예산을 짤 때 조례상 근거가 있어야 되기 때문에 이번 건은 사실상 '박원순 조례'라고 보면 된다. 서울시가 최대한 중앙정부에 협조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함도 있고, 시의원 입장에서는 재선을 목표로 하기 때문에 당청에 최대한 우호적인 자세를 취하는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남북평화교류연구회'는 10월 중 재개될 남북특위에 앞서 14일 약 40명 구성으로 공식 발족될 예정이다.